보건타임즈 : 조현병·조울병, 도파민 시스템 확인하면서 치료 '효과적'

김의태 교수팀, '정신증 재발 여부-도파민 분비 시스템 연관성' 분석
조현병, 조울병 등 정신증 증상 유사, 원인 질환과 관계없이 주로 '항정' 통해 치료
증상과 치료 효과 비슷 원인 질환 구분 힘든 데다 예후, 치료 종결 시점 판단 쉽지 않다
김 교수 "도파민 시스템 변화 관찰하면서 항정 치료한다면, 각 개인 맞춤 치료 가능"
논문, 정신과학 연구 최고 권위지 '분자정신의학' 최신호에 게재

[보건타임즈] 항정신병 약물치료를 마친 뒤 증상이 재발한 환자는 치료 이후 도파민의 분비량이 이전보다 늘어난 반면, 치료된 환자에게선 도파민 분비량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도파민 시스템을 확인하면서 정신증을 치료한다면, 재발할 우려를 낮추는 동시에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할 것이란 연구결과가 나와 관심을 끈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서울대 뇌인지과학과) 김의태 교수(사진)팀은 항정신병 약물치료를 끝난 뒤 정신증 재발 여부에 따른 도파민 시스템의 변화 차이를 이같이 분석, 발표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정신증에 속하는 조현병, 망상장애, 조울병 등은 세부 질환명이 다르게 표현되지만, 이들 병을 앓는 환자는 공통으로 환청과 같은 지각 장애, 망상과 같은 사고 장애를 호소한다.

이렇듯 이들 질환에서 나타나는 증상이 비슷해 원인 질환과 관계없이 주로 향정신성 약물을 통해 치료한다.
여기서 나타나는 문제는 이들 정신질환의 증상이 차이가 없는 데다 치료 효과도 비슷해 구체적으로 어떤 질환인지 진단하기가 어렵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또 항정신병 약물이 증상을 쉽게 호전시켜 경과 관찰을 통해 어떤 질환인지 감별 진단하기가 어렵다.
결과적으로 원인 질환에 따른 예후 예측이라든지, 치료를 끝내도 되는 '치료 종결 시점'을 판단하는 일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항정신병 약물의 복용 기간이나 치료 종결 여부는 대개 의료진의 경험에 의존해 결정돼왔다.
하지만 이를 기반으로 한 일률적인 결정은 치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가령 조현병은 꾸준한 약물치료가 필요한데 이보다 치료가 빨리 끝나버리게 돼 재발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반대로 단기간에 회복될 수 있는 질환에선 불필요한 투약과 치료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이에 김의태 교수팀은 항정신병 약물치료에 대한 객관적인 종결 시점을 예측‧결정할 수 있도록 최소 1년 이상 약물치료를 받아 증상이 완화된 조현병 20명(우울장애 포함), 조현정동장애 2명, 망상장애 2명, 양극성 장애(조울병) 1명 등 초발 정신증 환자 25명을 대상으로 정신증 질환의 재발과 도파민 분비의 변화를 관찰하기로 했다.

도파민은 의욕, 동기부여, 감정, 기억, 인지, 운동 조절 등에 영향을 미치는 뇌의 신경전달물질이다.
도파민이 많으면 행복과 쾌감, 의욕과 흥미를 느끼지만, 반면에 부족하면 의욕과 흥미를 잃게 된다.

이처럼 연구팀이 도파민을 관찰한 이유는 도파민 과잉 분비가 정신증의 주원인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며 항정신병 약물은 도파민 시스템을 안정시키면서 균형을 맞춰가 치료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그림1. 참조)

연구팀은 이 가운데 증상이 완화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4주에 걸쳐(week 0~week 4) 투약 용량을 점차 감량한 뒤 치료를 종결했다.
다음으로 감량을 시작한 시점(치료 종결 전, week 0)과 치료 종결 후(week 6)에 도파민 분비량을 측정했으며 16 주차엔 정신증 재발 여부를 확인함으로써 증상이 재발한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 사이의 차이점을 살펴봤다.

이 결과, 환자 총 25명 중 10명에게서 정신증 증상이 재발했다.
증상 재발 그룹에선 치료 종결 후 실시한 검사에서 도파민 분비가 증가한 사실이 확인됐다.
반면 안정적으로 치료 효과가 유지된 그룹은 도파민 분비가 저하된 양상을 보였다.

김 교수는 "항정신병 약물치료를 끝낸 후 도파민 분비가 향상된 환자들은 증상 재발률이 더 높았다"면서 "이들 환자의 경우엔 치료 기간을 좀 더 연장해야 한다는 객관적 근거를 제시한 결과"라며 "도파민 시스템의 변화를 관찰하면서 정신증을 치료한다면 환자 각 개인에 맞는 맞춤 치료를 제공할 수 있을뿐더러 치료 효과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를 다룬 연구논문은 정신과학 연구 최고 권위지 '분자정신의학'(Molecular Psychiatry)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