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진료 받는다는 선입견에 '근본치료' 기피
[보건타임즈] 고되거나 신경을 바짝 써야 할 직무를 수행하다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 잦은 야근과 회식, 음주로 유발되는 불면증 등 수면장애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이 급증하는 만큼 수면제를 찾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사진 김선미 교수(상), 한덕현 교수(하)]
게다가 이들 대다수가 자신이 겪는 불면증을 대수롭지 않게 봐 병원을 찾는다는 것을 번거롭게 여긴다거나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수면제와 정신과 약을 처방한다는 선입견에 적극적인 병원치료보다 수면제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잘못된 자아의식이나 과욕으로 요즘엔 수면제 과다복용에 따른 기억상실, 자살충동 등의 부작용으로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중앙대병원(원장 김성덕) 신경심리-스트레스 클리닉에선 최근 수면제를 대체할 수 있는 비약물적 치료법을 제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김선미 교수는 "수면제는 일시적인 스트레스의 단기 불면, 시차여행으로 유발된 불면, 수면-각성 리듬이 떨어진 노인들에게 되도록 간헐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면서 "수면 전문의가 환자의 수면상태와 문제를 정확히 진단한 상태에서 치료의 일부수단으로 쓰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일부 수면제의 경우 신체적 또는 심리적 금단 증상을 나타내 쉽게 중단하기 어려울 뿐더러 복용량을 늘려야 효과가 지속되는 내성이 생길 수 있다"면서 "장기간 사용하다간 약에 의존성이 생겨 중단하기 어렵게 된다고 덧붙였다.
실제 병원에선 불면에 시달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수면 위생환경, 수면 방법의 교육과 직접 연관이 있는 인지행동치료 ▶불안과 우울 감으로 불규칙해진 수면뇌파를 안정화시키기 위한 뇌파훈련(neurofeedback)치료 ▶뇌를 자극하는 자기장을 두뇌로 전달, 뇌신경세포를 자극하는 경두개자기자극술(rTMS repetitive 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 등 다양하면서 새로운 치료법 등을 권장하고 있다.
수면장애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 for Insomnia, CBT-I)는 수면장애 치료의 첫 단계다.
이 치료법은 수면리듬파악, 수면생활계획, 수면제한요법, 자극조절 치료, 이완훈련, 수면위생법 교육 등을 통해 환자의 행동과 주변 환경을 개선시켜 환자가 스스로 자신의 수면 상태를 조절할 수 있는 힘을 기르도록 돕는다.
최근 미국내과학회(ACP)에서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인지행동치료(CBT-I)를 받은 대부분의 환자가 수면의 질과 능률 모두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수면장애 증상이 완화되는 것은 물론 치료 반응율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불면증 지수(ISI)와 수면 질 지수(PSQI) 점수와 잠자리에 누워 잠들 때까지 걸리는 시간 수면 잠복기, 잠든 후 깨는 증상이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면 중에 나타나는 빠른 뇌파가 지나치게 각성돼 있는 상태가 불면증의 원인이라면, 뇌파훈련(neurofeedback)치료를 통해 수면장애를 치료할 수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뇌파훈련치료는 실시간으로 환자가 자신의 뇌파를 모니터링하며 적정 범위에 벗어난 뇌파를 스스로 조절하게 해 뇌의 기능을 능동적으로 조절하는 방법을 습득하도록 유도, 수면에 최적화된 뇌파 형태를 만들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방법이다.
치료방식은 환자의 머리에 뇌파전극을 붙이는 것으로 간단하며 통증이나 자극, 부작용 없이 받을 수 있다.
최근 자기장 치료를 이용한 '경두개자기자극술(rTMS)'도 새로운 치료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rTMS는 자기장을 두뇌로 전달, 뇌신경세포를 자극하는 치료법이다.
이 치료법은 약물치료나 정신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불면증이나 우울증, 두뇌기능장애 등에 효과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현재 신경심리-스트레스 클리닉은 중앙대 인간-정보기술임상연구소(Human-IT Research & Clinic Center)와 연계시켜 인지행동치료를 수면장애 치료 모바일 기능성게임에 적용, 불면증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개발 중에 있다.
불면증은 단순 스트레스보다는 이 때문에 발생한 불안장애, 우울장애, 과도한 술, 담배 등의 요인이 질환적 원인이 된다.
이러한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 치료하지 않고는 무조건적 약물, 즉 수면제 복용으로는 불면증, 낮에 졸리움, 기력 저하 등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렵다.
김 교수는 수면제가 불면증의 가장 큰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잠깐의 불면, 잘못된 수면 습관으로 무분별하게 수면제를 복용함으로써 잠의 리듬을 깨뜨려 불규칙한 잠을 자기 위해 더 많은 양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가령 시간에 쫓겨 업무마감시간까지 많은 양의 커피를 마시거나 담배를 피운 회사원이 피로를 풀기 위해 술에 수면제를 복용한다면 규칙적인 수면 리듬을 깨져 아침에 가슴 떨림, 급작스런 불안, 순간적 기억력 저하 등의 증상을 앓게 되는 큰 사례가 될 수 있는 거다.
정신건강의학과 한덕현 교수는 "직무 스트레스의 증가로 심각한 수면장애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이 병원에서 정신과 약물치료를 받는다는 것에 편견과 두려움 때문에 치료를 꺼리고 있다"며, "요즘엔 수면장애치료가 다양하면서 효과적인 비약물 치료법을 하게 돼 적극치료를 받음으로써 불면의 고통에서 벗어나 건강한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6 22: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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