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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09월02일 18시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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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대한민국 의료, '의사' 공공재가 아니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 교수 "총파업, '잘못된 의료정책' 바로 잡기 위함이다"

잘못된 의료정책 바로 잡아야 '국민건강' 제대로 보살필 수 있다
의사, 국민건강 담보삼는 파렴치로 몰아대는 언론과 정부, 집권당 자숙해야 한다
 
[보건타임즈] 의료는 인간의 건강을 지키며 질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순수하게 제공해야 할 가장 기본적이면서 필수불가결한 서비스다.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는 부자든 가난하든 권력자든 아니든 누구나 차별 없이 순수하게 제공해야 한다.
왜냐하면, 모든 인간은 한 사람의 생명체로서 존엄과 가치를 지녔다고 봐서다.

이러한 기대와 다르게 현실은 의료를 제공하는 방법이나 제도적 측면에서 모든 국가가 시행하는 의료정책이 같지 않다.
'의료 사회주의'적인 정책을 채택한 국가에선 국민에게 동등한 의료 혜택을 주기 위해 직접 개입해 조절하며 통제한다. 
대신 의료 시설, 인건비, 의료인 양성 등 의료와 직간접 모든 비용을 국가가 부담한다. 

국가는 국민이 납부한 세금에서 비용을 충당해 의료 시스템을 유지하며, 국민은 무료로 누구나 차별 없는 동일한 의료서비스를 받는다.
이 방식은 유럽지역 대부분의 국가와 호주·캐나다 같은 나라에서 채택하고 있다.  
이들 나라에선 국민 누구나 병이 들면 공정하게 순서대로 진료를 받는다.
의료가 국민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제공돼야 한다는 명제에 충실한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응급상황이 아니라면 수술을 받아야 하는 병에 걸려도 몇 개월씩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나라에서 의료는 공공재다.

하지만 최근 의료 사회주의 시스템을 채택하는 나라도 온전히 공적 제도로써 운용되는 시스템의 문제점들이 나오고 있다.
그래서 약 10~15% 정도는 사적 의료 시스템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이와 달리 미국 같은 나라에서 시행하는 제도는 기본적으로 병원이나 보험회사가 주축이 되며
의료수가(진료비용)나 의료 행위를 국가가 통제나 간섭을 하지 않아 경제적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 

단지 국가는 극빈층이나 노인·장애인 등 의료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취약계층 국민을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만 두고 있다.
대신 보험료가 비싸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의료 혜택이나 의료의 품질에서 차이가 매우 크다. 응급실을 한번 갔다 오면 기본적으로 몇 백만 원의 비용이 든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가.
의사가 되기 위해 개인이 부담해 대학 등록금을 납부한다.
의사가 된 이후에도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수련 과정에 드는 비용을 병원이 부담한다. 
의사가 되기까지 국가는 아무런 비용도 지불하려 하지 않는다.  
병원을 개업할 때 빚을 내든 결국 자기 돈으로 시작해야 하며 경영악화로 부도가 나면 의사 개인에게 책임을 지게 할 뿐 국가는 일절 관여하지 않으면서 의료 행위에 부과되는 수가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한다.

이처럼 의료 행위에 필요한 시스템엔 전혀 투자하지 않는 정부가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의사의 의료 행위를 사사건건마다 간섭하며 통제함으로써 유럽이 채택하는 의료 사회주의가 아니면서 동시에 미국식 의료 자본주의도 아닌 뒤섞인 의료정책을 펴고 있다.

지금 젊은 의사들을 중심으로 벌어진 파업은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자신의 밥그릇을 보장받기 위해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간 전문가 의견을 무시한 임기응변식으로 누더기가 된 의료정책으로는 전 세계가 인정하는 한국의 의료 행위가 선두에서 더는 살아남지 못할 뿐 아니라 지속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잘못된 의료정책대로라면 최악의 부작용이 지금 당장 문제가 되지 않지만, 아직도 개선의 여지가 많은 의료환경에서 의학에 매진하는 수련의가 한국 의료의 주축이 될 2038년쯤엔 현실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확신하고 있다.

왜 젊은 의사들이 비판 여론에도 파업하는 것일까도 따져봐야 할 문제다.
처음부터 잘못된 의료정책을 바로 잡아달라는 이들의 소망을 아예 깡그리 무시한 채 그저 정부의 입맛대로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자신의 밥그릇이나 챙기려는 파렴치로 몰아대는 언론이나 여론에 섭섭함도 적지 않다.

다시 말하지만, 의사의 총파업은 그동안의 잘못된 의료정책을 바로 잡기 위해서다
대한민국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의료)는 공공재가 아니다.

의사가 되기까지 드는 비용은 개인이 모두 부담하고, 의사가 된 다음엔 정치권이나 집권당이 공공재 역할을 강요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적어도 의료를 공공재로 활용하기 위해 정부가 의료정책을 좌우하려면 의료인 양성 비용부터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게다가 1963년 의료보험법 제정 이후 우리 의료정책은 의료인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저부담·저급여 기조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이제는 진정 국민의 건강을 제대로 보살필 근본적인 의료 개혁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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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정리 조현진 (bktimes@naver.co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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