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건진 '2015년 1만1천명→2019년 4만1천명'
비만하지 않은 비알콜성지방간 '복부 지방' 더 큰 주요 원인
김형준 교수 "체중 급감 급성지방간염, '간부전, 담석증' 발생 주의"
[보건타임즈] # 35세 직장여성 배지선(가명) 씨는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실시하는 건강검진을 받은 몇 주 뒤 건강검진 결과지를 통해 황당하게도 지방간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지방간은 술을 좋아하는 애주가 남성들이 잘 걸리는 병으로 알던 배씨는 평소 전혀 안 마시는데다 몸무게도 평균체중인데 지방간이라는 말에 많이 당황스러웠다.
배씨의 사례처럼 최근 5년간 여성 비알콜성지방간환자가 '3.6배' 증가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2015년 3만3463명에서 2019년 3만1283명으로 줄어든 반면, 비알콜성 지방간 환자는 2015년 2만8368명에서 2019년 9만9616명으로 늘었다.(표 참조)
이중 남성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2015년 1만6762명에서 2019년 5만8156명으로 약 3.47배, 여성은 2015년 1만1606명에서 2019년 4만1460명으로 약 3.57배 각각 증가했다.
지방간은 '알코올성'과 '비(非)알코올성'으로 나뉘며 지방이 간 전체 무게의 5%를 초과한 상태를 말한다.
지방간은 흔히들 술이 주요 원인으로 과다한 음주를 하는 사람에게 생긴다고 여기지만, 실제로는 배씨처럼 음주를 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발생한다.
지방간환자의 80%는 생활 습관으로 생긴 '비알콜성 지방간'이다.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김형준 교수(사진)는 "비알콜성 지방간은 당뇨병, 고지혈증, 비만 등이 주요 원인이라고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비만하지 않은 사람도 많으며, 복부지방 즉 내장지방이 지방간의 더 큰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과체중이나 비만이 없는 상태에서 발생하는 비알콜성 지방간은 동양인의 정상체중 체질량지수 23㎏/㎡ 이하, 서양인은 25㎏/㎡ 이하를 기준으로 세계인구의 10~30%를 차치한다.
국내 연구에서도 한국인의 지방간 유병률이 12.6%로 발표된 바 있다.
또 국내 또 다른 연구에선 2007~2008년 새 건강검진을 받은 2천17명을 4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내장 지방량이 증가할수록 비알콜성 지방간 위험이 최대 2.2배까지 증가하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김 교수는 "비알콜성 지방간을 일으키는 원인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신체의 다른 부위로부터 잉여의 지방이 간으로 많이 운반되는 것과 장으로부터 간으로 유입된 지방이 간 내 지방대사과정에 장애가 생겨 간에 많은 양의 중성지방이 쌓이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간 내 지방대사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질환으로는 비만, 당뇨와 고지혈증이 대표적이지만 단순히 지방이 많은 음식을 먹는 자체로만 지방간이 유발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비알콜성 지방간은 간에 무리되지 않을 만큼의 음주를 하는 (하루에 남자 20g/소주 2잔, 여자 10g/맥주 1잔 이하)사람의 간세포에 지방이 축적되는 상태를 가리킨다.
비알콜성 지방간의 대부분은 간 내 침착만 일어나는 단순 지방간이지만 일부에선 간세포가 괴사돼 염증 증상이 동반되는 비알콜성 지방간염이 발생하기도 한다.
단순 지방간과는 달리 비알콜성 지방간염은 10~15%에서는 간경화나 간암으로 진행할 수 있어서 임상적으로 심각한 경과를 겪을 수 있는 연관질환으로 알려진 비만, 당뇨와 고지혈증이 향후 심근경색이나 중풍과 같은 순환기계 합병증을 유발해 흔하다고 해서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지방간을 가진 사람은 대부분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하지만 일부에선 피로감, 전신 권태감, 오른쪽 상복부의 불편감 등을 호소하기도 한다.
대부분 다른 질환으로 치료차 병원을 찾아다가 혹은 건강검진을 통해 우연히 발견하게 된다.
김 교수는 "비만, 당뇨, 고지혈증을 가진 사람이 혈액 검사에서 간 기능 이상소견을 보였다면 지방간을 우선 의심해 볼 수 있다"면서, "지방간은 복부 초음파 검사를 통해 지방이 침착된 간의 모습을 통해 쉽게 진단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MRI나 CT를 시행하기도 한다"며 "단순 지방간과 향후 간경화로 악화할 수 있는 지방간염의 감별을 위해선 간조직 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방간을 약물로 치료하는 방법은 현재 없지만, 원인이 되는 비만, 고지혈증, 당뇨병 등의 요인을 교정한다거나 제거하는 것이 필수다.
이와 함께 원인질환에서 체중감량과 운동이 매우 중요하며, 생활습관의 변화, 고지혈증 치료, 적정 혈당 조절 등을 병행하면 지방간 치료가 가능하다.
체중감량에서 특히 유의해야 할 점은 금식 등을 통해 급격하게 줄이는 것은 내장지방에서 간으로 지방산을 이동시켜 오히려 급성 지방간염을 일으킬 수 있을 뿐만아니라 간 부전까지 초래할 수 있으며, 담석이 발생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체중감량 속도는 일주일에 0.5~1㎏ 정도가 적당하며, 현 체중 유지에 필요한 열량에서 500~1,000kcal가 적은 식이요법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대개 일반적으로 권장되는 식이요법은 총열량을 제한항 상태에서 흡수하는 지방질을 전체 열량의 30% 이내로 해야 하며 고기류, 유제품과 같은 동물성 식품에 많이 들어 있는 포화지방산 섭취를 줄여야 한다.
중앙대병원 가정의학과 조수현 교수는 "비알콜성 지방간 환자는 체중의 절대량 감소보다는 내장지방을 줄이는 것이 중요해 탄수화물이 많이 든 쌀밥, 떡, 빵 등 음식은 체내에서 쉽게 지방으로 바뀌어 섭취량을 줄이는 것이 좋다"면서 "고등어, 삼치 등 불포화지방산이 많이 들어간 식품은 중성지방 농도의 감소, 혈당저하, 간수치 호전 등 지방 침착을 조절하는 효과가 있어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식이요법과 함께 운동은 체중감량에 도움이 되며 혈당을 개선할 수 있다며 매일 30분 정도 조깅, 자전거타기, 수영 등 유산소운동을 하는 것이 좋으며, 저항성운동을 함께 병행한다면 인슐린 민감성을 개선시켜 도움을 줄 수 있다"면서 "최소 자기 체중의 5%를 감량하면 간수치를 호전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약 10%를 줄이면 지방간을 개선시킬 수 있다. 여기에 정기적인 꾸준한 운동 습관과 적절한 식이요법을 통한 식습관을 지켜나가는 것이 좋다"고 재차 조언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9 19: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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