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의료기관평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병원들 불만 고조, 평가방법 신뢰성 의문

보건복지부가 의료기관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진행한 의료기관평가가 지난 11월 30일로 끝났다. 그러나 아직 의료기관평가는 마무리되지 않았다. 환자들의 서비스 만족도 평가를 위한 전화설문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병원들은 “이중 평가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미 형식적 평가, 불법을 조장하는 평가 등으로 신뢰성을 잃어 가는 의료기관평가의 현 주소를 알아본다.

◆ 2월 중순까지 전화설문 진행
의료기관평가가 지난해 10월 9일부터 전국 500병상 이상 규모의 85개 대형병원을 대상으로 11월 30일까지 약 두 달간 진행됐다. 이 평가는 3년에 한 번씩 의료법에 따라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주관하고, 문항개발 및 평가는 보건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에서 하며, 시행은 대한병원협회에서 했다. 복지부는 이 결과를 통해 의료기관간 격차해소, 의료기관을 바람직한 상태로 이끄는 단계별정책설정 등을 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번 평가에는 각 병원 이용환자들을 대상으로 전화설문(이하 전화설문)을 하고, 이를 통해 서비스의 실질적인 개선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이 전화설문은 1월 중순부터 2월 중순까지 약 1달간 유명설문조사대행기관에서 진행중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평가대상 병원들은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 대학병원 원장은 “의료기관평가기간 중 진행됐어야 할 전화설문이 지금 진행되는 것도 이해할 수 없고, 근본적인 취지는 공감하지만 평가방법과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설문 문항 만드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됐고, 대선 때문에 늦춰졌다.”며 “다음 평가부터는 의료기관평가기간에 전화설문을 하겠다.”고 개선의지를 밝혔다.

◆ 의도는 좋지만 신뢰도 의문
병원들이 지적하는 전화설문 문제점은 크게 5가지. 우선 설문항목이 너무 많다는 점. 일반적인 설문을 진행할 경우 10문항 이내로 하는 것이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이번 전화설문에 사용한 질문은 평균적으로 30문항.

한 대학교 통계학과 교수는 “설문시 10문항내외로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며 “10문항이 넘어가면 건성으로 대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신뢰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선 설문에 대한 사례비를 주거나 설문문항을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으로 대상수가 너무 적다는 점. 동일한 환경에서 조사를 했다고는 하지만 병원규모나 환자 수가 다르고 대상자수도 입원환자 50명, 외래(내과/외과) 각 25명으로 하는 것도 신뢰도를 이끌어내기에는 문제가 있다.

또 설문 내용이 구체적이지 못한데다 환자들의 주관적인 기준에 따라 정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설문내용을 보면 ‘담당의사는 귀하를 존중하고 예의를 갖추어 대했습니까?'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병실온도는 적절했습니까?' 등 평가기준으로 적용하기는 객관성이 결여되거나 형식적인 문항들이 대부분이다.
◆ 복지부·진흥원…실질적 대답 회피
또 다른 문제점은 전화설문대상 환자선별. 대상자들 선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질문답변을 긍정적으로 이끌어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즉 6인실과 1인실에 입원한 환자, 중증과 경증질환으로 방문한 환자의 답변은 다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현재 진행중인 전화설문은 이런 가능성을 배제한 채 모든 병원의 입원 및 외래환자의 수만 나눈 상태에서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을 병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사망환자는 제외하고, 다빈도 상병으로 해당병원을 자주 이용하는 환자들을 중심으로 조사할 것이고, 자세한 것은 대행설문조사기관에서 할 것이다.”며 실질적인 대답은 피했다.

또 대행설문조사기관을 묻는 질문에는 “대답해줄 수 없다.”, 대상환자 선정은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는 “관련기관에서 할 예정이다.”고만 답했다.

복지부 담당자도 “새 부서로 발령받은지 얼마 되지 않아 구체적인 내용은 모르고, 결과에 대한 보고만 받게 돼 있다.”고 말했다.

◆ 정부 “해당병원만 결과통보” vs 병원“못 믿겠다”
전화설문에 대해 이처럼 신뢰성과 객관성에 대한 의문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결과공개도 문제다.

복지부 관계자는 “평가결과를 해당병원에 통보만 하고, 공개하지는 않을 것이다.”고 밝혔지만 병원들은 “결과 공개는 시간문제다.”며 믿지 못하는 분위기다.

실제 전화설문은 2월 중순경 마무리되고, 결과는 2월말이면 나올 예정이다. 따라서 의료기관평가결과 발표로 예정된 2월말~3월초 사이에 합산돼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또 진흥원이 평가대상병원에 보낸 설문에는 ‘전체 병원 이용 환자 중 몇%라는 식으로 통계를 내서 사용하겠다.'는 내용이 제시돼 있다.

한 병원 관계자는 “그동안 의료기관평가를 받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는데, 평가가 끝난 후 또 다른 평가를 한다니 이젠 대처하기에도 지쳤다,”며, “무작위로 선정된 환자들에게 서비스평가 결과를 맡기는 것은 문제다.”고 지적했다.

◆ 상시평가체제가 해결책
이처럼 계속되는 신뢰도와 객관성에 대한 문제 제기 및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평가방법을 바꾸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번에 진행됐던 의료기관평가만 해도 병원들이 사전에 준비를 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고, 이를 통해 각종 편법과 불법이 동원됐다. 또 일시적으로 구성된 평가단으로 인해 형식적인 평가에 그쳤다는 지적도 많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시평가체제구축과 함께 평가단 인력을 별도로 선발해 엄격한 의료의 질 관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별도의 전화설문은 할 필요도 없고, 평가단들이 직접 내원 및 입원환자들에 설문을 하고 의료기관 평가도 진행할 수 있어 그동안 제기되던 모든 논란은 종식될 수 있을 것이다.

한 대학병원 원장은 “의료계 내부에서도 형식적인 평가보다 현실을 그대로 반영할 수 있는 평가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환자는 물론 국제화되어 가는 병원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도 도움이 될 것이다.”며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