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뇌전증 환자 '70% 이상' 약물로 완치 가능

[보건타임즈] 최근 부산 해운대에서 20여명의 사상자를 낸 교통사고의 가해차량 운전자가 뇌전증 환자라는 것이 전 국민에게 알려지며 '뇌전증'이 또다시 뜨거운 감자가 됐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가해 운전자는 지난해 9월 뇌전증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가해 운전자의 사고발생 원인으로 지목된 뇌전증은 뇌의 비정상적인 과흥분이나 과동기화로 발작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만성 신경질환이다.
이 질환은 약물 또는 수술치료가 필요한 병이다.

유병률 '전 세계 약 6,500만 명'
우리나라 환자 수 '19만 2,254명'

뇌전증은 전 세계적으로 약 6,500만 명이 앓는 흔한 질환이다(WHO, 2004).
뇌전증의 유병률은 인구 1,000명당 2.2명에서 41명으로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 뇌전증 전체 유병 환자 수는 2012년을 기준으로 잡아 19만 2,254명에 이른다.
인구 1,000명당 4명으로 추정된다(대한뇌전증학회 뇌전증 역학조사보고서).

심사평가원의 2014년 자료에 따르면 뇌전증 환자 수는 총 13만 8,277명으로 이중 소아, 청소년기 환자가 전체 약 24%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는 뇌전증 전체 유병 환자 수가 이보다 많을 수 있다는 것이 학계의 시각이다.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신원철 교수(사진)는 "뇌전증의 유병률은 실제 환자 수보다 적게 나타날 수 있다면서 이유는, 환자 자신이나 보호자들이 증상을 인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다 사회의 부정적인 시각을 의식해 뇌전증을 앓는 사실을 숨기고 싶어 하거나, 의료제도 이용하는 것조차 거부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뇌전증은 대부분 조절이 가능하며 일부는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질환"이라면서 "그동안 사회에서 흔히 쓰는 간질이라는 용어가 주는 선입관 때문에 뇌전증이라는 용어로 바꿨지만 이번 교통사고사건을 계기로 다시 좋지 않은 시선과 함께 환자들이 진료마저 받지 않으려 할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원인, '연령대별 다양'
소아, 청소년기 '유전성향'
중년 이후 '뇌졸중', 고령 '퇴행성 신경질환'

뇌전증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이와 함께 이 질환은 연령에 따라 나타나는 원인도 다르다.
분만손상, 중추신경계 발달장애나 유전적 성향은 소아, 청소년기 뇌전증의 흔한 원인이다.
중년 이후엔 발병하는 뇌전증의 원인은 뇌졸중이 가장 흔하다.
고령에선 퇴행성 신경질환도 흔한 원인이 된다.

그리고 전 연령 군에서는 뇌 외상, 중추신경계 감염과 종양이 뇌전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신 교수는 "뇌전증을 진단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첫 과정은 환자와 보호자와의 자세한 대화를 통해 증상을 확인하는 문진"이라며 "진찰을 통해 뇌전증 발작이 맞는지 여부와 어떤 형태의 발작인지를 사전 구별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계획을 세울 수 있어서다"고 밝혔다.

이때 늘 환자의 곁에 있는 보호자의 증언도 진단에 중요한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

환자 스스로 발작을 느낄 수 있지만, 복합부분발작 등의 일부 발작은 환자가 전혀 몰라 발작을 관찰한 보호자의 말이 진단에 크게 중요하다.

다음으로 뇌전증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선 뇌파와 뇌영상 등의 검사를 활용한다.
하지만, 이들 검사을 하더라도 뇌의 이상을 찾을 수 없는 특발성 뇌전증도 20-30%가 있을 수 있다는 게 신 교수의 설명이다.

뇌전증 치료엔 '약물, 미주신경작그술 등'
약제 불응성 난치성엔 '수술치료'

뇌전증 치료엔 약물치료가 수술치료가 있다.

신경세포의 흥분이나, 발작을 억제하는 항경련제는 뇌전증 치료의 근간이 되는 약물치료다.
환자 70% 이상이 약물치료를 통해 완치가 가능하다고 일반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잘 반응하지 않는 약제 불응성 난치성의 경우가 2~30%된다.

이들의 경우 수술치료, 미주신경작그술, 케톤식이요법 등을 적용한다.

신 교수는 "뇌전증은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 질병이다. 뇌전증 환자의 교통사고사건이 사회적인 이슈가 돼 제도와 법이 한순간에 바뀐다면 환자들은 자신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을 의식해 질병을 숨기거나 치료를 받지 않으려 더욱 음지로 숨어 더 악화될 수 있으며, 나중에 더 큰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발작이 잘 조절되는 환자들까지 운전면허가 제한이 되거나 사회적으로 낙인이 찍히는 것을 두려워한다"며 "이들의 교통사고율은 거의 일반인과 비슷하다. 지나친 우려로 환자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