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과 함께 통일보건의료 인프라 구축에 힘쓸 터”
“언젠가 통일의 날이 온다면, 외과전문의로서 북한주민들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
이 말은 2007년 탈북, 한국에 정착해, 지금은 고려대 안산병원 외과 전공의 4년차로, 외과의사의 꿈을 키워가는 고윤송 전공의(사진)가 그린 자신의 미래상이다.
조금은 어색한 서울 말투지만 부드러운 표정으로 여유 있게 대화를 이어나가는 그의 모습은 남한생활에 완전히 적응한 것처럼 보인다는 게 고려대 안산병원의 설명이다.
고 전공의는 이어 자신의 남한에서 ‘외과 전공의’ 수련생활을 공개했다.
그는 “북한에서 의사를 했지만 국가고시를 준비하면서 남한의 수준 높은 의료시스템과 격차를 느껴 전공의 과정초반부터 기초를 다지기 위해 노력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의학용어를 라틴어로 쓰는 북한과 달리, 이곳에선 영어를 사용해 실무에서 의사소통에 큰 어려움이 있다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처음엔 ‘맨 땅에 헤딩’ 격으로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공부를 했다. 물론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교수님들의 관심어린 지도와 동료 전공의들의 도움으로 수월하게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남한의 젊은 의사들이 기피하는 외과의사의 길을 걸으려는 뚜렷한 목적도 밝혔다.
고 전공의는 “북한에선 의료 환경이 열악해 도병원이 아닌 하위 병원들은 의사의 전공을 크게 내과와 외과 두 가지로만 나눈다. 외과의사의 경우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한명이 모든 외과분야를 맡는다”면서 “북한 주민들은 탈장, 치질과 같은 단순외과질환에도 노동능력을 상실, 경제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이러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외과의사가 되길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순간에도 척박한 환경에서 마땅한 치료조차 받지 못해 신음하고 있을 북한주민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전공의 수련 과정은 고난이라기보다 그들을 돕겠다는 제 자신의 꿈에 가까워질 수 있어 즐거움의 연속”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의 바람대로 고대 안산병원이 북한 의료상황에 대한 정확도 높은 실태조사와 파악 등으로 도출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통일의학 분야의 연구가 활발해 통일 후 격변상황에 따른 재난 프로토콜과 시스템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가 북한주민을 도우려는 염원은 이렇다.
자연스럽게 통일 상황일 때 북한주민들을 돕기 위해선 자신이 외과적 선제대응치료 방법이나 북한 의료인력 재교육과 같은 통일보건의료 분야의 기반 구축을 위해 헌신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통일 후 자신이 생각해왔던 장-단기적 의료대응방안도 소개했다.
고윤송 전공의는 “통일 후 단기적 의료대응으로 즉각 개선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외과적 질환에 대한 선제대응책 마련이 필수적이라면서 이를 통해 경제활동인구를 증가시키고 나아가 내수 활성화를 통한 경제성장까지 기대할 수 있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통일대박론’과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며 “외과적 의료대비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장기적 대응 관점에서 탈북자 재교육과 활용의 필요성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탈북자 재교육은 북한의료실태와 북한주민의료대응에 대한 사전연구는 물론, 통일이후 북한주민들의 정서를 이해하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우선 외과를 중심으로 탈북의료인을 재교육한 뒤, 점차 모든 전문과로 영역을 확장시켜 이들을 남한 전문의 수준의 의료 인력으로 양성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사회주의 사회의 병폐로 전문의가 반드시 가져야할 필수적인 사회 인식이나 상식을 같이 교육할 수 있는 인문학 병합 수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이에 따른 프로토콜과 커리큘럼을 마련해야 한다“며 “재능이 있는 탈북자 자녀를 선발, 통일 후 북한지역에서 활동할 지역 친화적인 전문 의료인으로 교육시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내년이면 갈망해오던 외과전문의가 되는 고 전공의는 “북한 주민들에게 외과치료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과치료만으로 제 역할을 다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북한 주민들의 실상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데다 그들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정신적인 치료자의 역할도 할 수 있다”면서 “뿐만 아니라 한국에 정착, 고대 안산병원에서 수련과정에 이르기까지 체득한 경험들은, 의사를 꿈꾸는 많은 탈북의료인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제가 전문의가 된다면 고대 안산병원과 함께 탈북의료인들이 전문성을 갖춘 의료 인력으로 성장하도록 돕고 싶다”고 밝혔다.”
고대 안산병원에 따르면 송태진 연구부원장을 중심으로 통일의학에 대한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며 통일 후 격변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우선 통일보건의료학회 학술대회 등 각종 학회에 참여해 관계부처들과 통일보건의료 분야의 네트워크 구축과 전체 학교차원의 연계활동을 통해 통일한국 보건의학 연구소를 설립하는 것을 비롯해 의료대응 R&D 컨퍼런스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고대 안산병원은 안산이 경기 북부 군사 요충지인데다 서울의 과밀을 피해 여유가 있는 경기도 내의 북한 이주민 중 약 50%가 안산 인근에 거주하고 있다는 특징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고대 안산병원은 탈북의료인에 대한 교육 경험과 안산사이언스밸리와 교육 시스템 협력을 바탕으로 탈북자를 위한 체계적인 적응 프로그램 마련에 힘쓰는 한편 이를 통해 대북의료지원 인력의 교육 인프라를 활용, 전문탈북의료인력을 양성하는 등 급변하는 통일 상황에서 안산이 경기 북부와 강원 북부 지역이 안정된 의료중간기지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5-03 17: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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