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의과대학 사태가 또다시 관동의대에서 벌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 관동의대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힘을 모아 임상실습시설을 제대로 갖추도록 정상화를 재단재단 이사회에 요구하고 나서 얼마 전에 터진 서남의대사태가 옮겨진 분위기다.
이들의 요구는 학생들이 제대로 된 교육환경에서 임상실습을 할 수 있도록 부속병원을 조속히 확보해달라는 거다.
현재 부실수련으로 논란에 휩싸인 관동의대는 명지병원과 협약이 끝난 뒤 광명성애병원과 계약을 체결, 학생들의 임상실습을 위탁해오고 있다.
관동의대는 교육부가 입법예고한 24일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나 현행 대학설립운영규정에 따라 인턴수련병원과 협력병원이 임상위탁계약을 맺어 적절한 실습조치를 한 것으로 인정받게 돼 법에 저촉 받지 않는다.
다시 말해 현행법으로는 의대 실습 위탁해도 '무방'하다는 뜻이 된다.
이들의 거듭된 질의와 거센 항의에 재단 측은 "300병상 이상의 부속병원을 마련하기 위해 여러 곳을 물색하고 있다"며 인지도 제고 등을 위해 의대 유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관동의대 학생·학부모 50여명은 30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명지전문대학 정문 앞에 모여 교육 정상화를 요구하는 항의집회를 갖고는 재단을 찾아가 ▲제대로 된 교육환경에서 임상실습을 할 수 있도록 부속병원을 조속히 마련해달라는 요구서를 전달했다.
요구안엔 ▲짜집기 식 교육·교육환경 내실 있게 개선 ▲학교에 남아있는 교수 34명 신분 보장 등 두 가지 조건이 더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관동의대 학부모협의회는 "재단과 학교 측의 행태를 보고만 있을 수 없어 학부모들이 나서게 됐다"면서 "대책 없는 명지병원과 결별, 인천 프리즘병원 공사 중단, 독단적인 광명성애병원과 위탁 협약 등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의 문제가 불거져 나왔다"며 "무책임하고 무성의한 학교 측에 분노와 함께 실망하게 됐다"고 밝혔다.
학부모협의회는 지난 4월 결성된 후 5월말 교육부에 의대설립 조건 미 충족에 따른 행정제재조치를 강화해줄 것을 요구, 관동대 총장과 간담회, 국회에 실상 알리기 등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왔다.
이 문제로 29일 학부모협의회와 재단이 논의가 갖게 되면서 서로간의 입장이 오간 것으로 안다는 게 학생들의 전언이다.
당시 학부모협의회와 재단간의 논의는 30일 항의집회가 예고되면서 일정이 잡히지 않았던 면담을 3시간에 걸쳐 하게 됐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관동의대는 의료낙후 지역인 영동에 500병상 이상의 부속병원 짓는 것을 조건으로 설립인가를 받아냈지만 지금껏 단 한차례 약속을 지킨 적이 없다"며 "이번에 부속병원을 세우지 못하면 내년도 입시에서 정원에서 30%를 감축당하는 위기에 몰리게 될 것"이라면서 "모집정지는 곧 의대로서 기능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관동의대는 지난해 정원 10%, 올해 20%의 모집정지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재단 측은 학부모협의회에 "현재 학교 사정이 어려워 소유 자산을 매각, 부속병원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다"면서 "9월 정기국회 때까지 이 문제를 풀지 못할 경우란 단서를 내걸어 의대를 포기할 수 있음"을 전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의대 실습 위탁 '무방' VS 의료계 '안 된다'
의학계, "임상교육 부속병원서 해야 한다"
교육부, "협력병원과 계약만 맺어도 적절"
지난달 24일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입법예고
의료계에선 관동의대의 임상실습 문제가 떠오르자 얼마 전 서남의대 퇴출의 원인이 됐던 부실 임상실습을 강화하겠다던 교육부가 부속병원을 못 갖춘 대신 위탁해도 된다는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마련, 지난달 24일 입법예고한 것을 비난하는 목소리 점차 커지고 있다.
현재 의료계는 개정안에 들어간 의대 실습 위탁해도 '무방'이란 단서가 심기를 자극, 불편한 상태다.
단서엔 의과대학이 부속병원을 갖추지 못할 경우, 교육에 지장이 없도록 기준을 충족하는 병원에 위탁, 임상 실습할 수 있는 조치를 해야 한다가 포함돼 있다.
지금 의료계에선 서남의대 사태당시 임상실습 강화에 고삐를 잡겠다던 당초의 취지와 달리 아예 없애야 할 위탁 실습을 허용한 교육부에 실망, 여러 루트를 통해 반대 입장을 서면으로 전해왔다.
의학계는 의과대학이라면 반드시 부속병원을 갖추도록 의무화함으로써 혹시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는 위탁 실습의 문을 아예 차단해줄 것을 교육부에 기대해왔었다.
그러나 지난달 24일 막상 교육부가 꺼내든 개정안에 위탁 실습 허용이란 단서가 들어가 적잖게 놀란 의료계에선 힘에는 힘으로 막겠다는 거친 목소리까지 쏟아져 나왔다.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은 적절한 실습조치를 하지 못한 경우 1차로 입학정원의 100% 범위에서 모집정지, 2차 위반 시 학과폐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처분기준을 강화한 상태다.
이에 의학계는 부속병원이 없더라도 적절한 실습조치를 하면 문제가 없다는 의미로 해석, 반쪽짜리 대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내놨었다.
교육부는 "의학계열이 있는 대학이 부속병원을 갖추지 못할 경우, 교육에 지장이 없도록 기준을 충족하는 병원에 위탁해 실습할 수 있는 조치를 해야 하지만 이를 어겨도 마땅한 처분기준이 없었다"며 이를 문제 삼는 의학계를 달래는 모양새를 보여 왔다.
최근 부속병원 문제로 학생은 물론 학부모, 의료계의 입방아에 오른 관동의대는 의대설립 인가를 받을 당시 정부와 의료소외지역 강원도에 부속병원을 신설하기로 한 계약을 못 지켜 지난해 정원 10%, 올해 20%의 모집정지 처분을 받았다.
의료계에선 "처분기준이 강화된 것은 환영하지만 부속병원이 아닌 협력병원 위탁계약만 맺어도 적절한 실습교육을 한 것으로 보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반드시 갖추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면서 "부실실습 교육의 논란을 아예 없애려면 임상실습교육을 반드시 부속병원에서 하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부실의대 퇴출 위한 방지법’ 입법 추진
‘대학 인가 전’ 시설기준심사 ‘평가인증’도입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 ‘고등교육법 개정안’ 대표 발의
이런 논란 속에 지난 16일 사전에 부실의대의 출범을 아예 막기 위해 인가신청에 앞서 엄정한 심사를 받도록 평가인증이 도입토록 한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에 의해 의원입법으로 입법예고 돼 의료계의 관심을 끌었다.
이 법률안에 따르면 교육당국에 의대인가를 신청하기 전에 먼저 평가인증을 반드시 거치도록 했다.
지난 2011년에도 이와 유사하게 의료법 제5조가 개정되면서 의대와 치대, 한의대 등은 반드시 평가인증을 받도록 시행돼왔다.
하지만 교육부는 모든 대학평가를 대학교육협의회라는 단일기구가 맡아야 한다며 전문성과 특수성을 고려해 의료계가 맡아야한다는 주장에 맞서 의료법 5조가 시행된 지 3년이 지나도록 지금까지 평가인증기구를 지정하지 않아 그간 부실의대를 양상하게 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의료계는 대표적인 사례로 최근 비리가 드러나 폐교절차에 들어간 서남의대사태를 가장 먼저 꼽았다.
서남의대는 의사양성에 반드시 필요하거나 갖춰야 할 임상 등 교육환경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의협에 따르면 이런 교육환경의 서남의대는 2003년에 출범한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으로부터 10년이 넘도록 제대로 의대인증평가를 받지 않았으며 거부해왔다.
의료계는 만약 박 의원의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된다면 이를 심사할 평가위원회를 의료인의 중앙회격인 의협에 설치하도록 법제화됨으로써 2017년 2월부터 평가인증기구의 평가인증을 받지 않은 의대졸업자를 아예 의사면허시험 응시자격을 박탈한 현행의료법과 함께 법망 촘촘해져 앞으론 의대인가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법률안엔 평가인증위원회 설립과 함께 구성하는 방안이 들어가 있다.
평가위원회 위원장 1명은 중앙회장이 위촉하며 위원은 모두 11명으로 구성토록 돼 잇다.
위원 자격은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의사나 의학교수 또는 부교수 등으로 제한했다.
이중 비의료인으로는 변협의 추천을 받은 변호사와 교육행정공무원, 의사출신이 아닌 대학교수 등 각각 1명씩을 추천하도록 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6 22: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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