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진료 과-학회 명 바꾸기 “너무 어렵다”

요즘 학회명 바꾸기가 너무 어렵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학회 명이 곧 진료 과 범위를 나타내는 간판 격이어서 영역침범을 우려한 다른 전문학회의 견제가 심한데다 변경절차조차 까다롭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 놓인 여러 학회가 먼저 진료과목을 바꾼 뒤 학회 명을 변경하려는 편법을 쓰려하지만 쉽지 않다. 게다가 학회명이 바꾸려면 진료 과목을 변경해야 돼 영역이 좁은 개원의로선 민감하다.

현행법상 학회 명을 변경하려면 우선 내부에서 결정한 뒤 대한의학회와 정부, 국회의 승인을 받아 정관을 개정하도록 돼 과정마다 태클이 심해 “족히 10년은 걸릴 것”이란 우스갯 소리까지 나돈다.

이런 곤경에 빠져있거나 겨우 학회 명을 바꾼 곳이 여럿 있다.
지난해 12월 ‘여성의학과’로 진료 과명을 바꾸려했으나 지금까지 해법을 찾지 못한 산부인과를 비롯해 정신과에서 겨우 변경한 정신건강의학과 등을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이중 산부인과학회는 “미혼 여성들이 임신과 출산만 떠올리는 사회분위기 탓에, 병원 찾기를 꺼려한다”며 ‘여성의학과’로 변경하려하지만 7개월 지난 지금까지 영역 침범을 우려한 다른 전문학회의 견제와 반발에 막혀 진전이 없는 상태다.

학회 관계자는 “미혼 여성이 산부인과를 찾았다면 일반 국민들조차 임신과 출산만 떠올려 부인과 영역의 진료에 많은 지장을 받아왔다”면서“ 이들의 심리적 부담을 낮추기 위해 새로운 진료과명을 찾게 됐다”며 ‘여성의학과’로 개명하려지만 견제가 심해 쉽지 않다”고 밝혔다.

산부인과학회는 지난해 12월 6일 서울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개최된 대의원총회에 앞서 9월 15일부터 29일까지 15일간 ‘학회 명 변경을 위한 설문조사’를 벌여 결정한 ‘여성의학과’로 바꾸기로 의견을 모았었다.

대신 학회의 영문명은 종전처럼 외국과 소통을 위해 ‘Korean Society of Obstetrics and Gynecology’를 그대로 사용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모 개원의는 “정신건강의학과로 정신과에서 개명되기까지 10년은 족히 걸렸을 것”이라면서 “산부인과가 학회 명을 바꾸려한다는 소문을 들었지만 과연 다른 진료 과가 양보할지 의문”이라며 장기화 조짐을 점쳤다.

당시 정신과개원의협의회와 학회는 지난 2000년 이후 개명이 문제로 본격 떠오른 후 수 차례 공청회와 설문조사 등을 통해 회원들의 의견을 취합하려 했지만 새로운 과명 선정에서 진통을 겪었다.

지금의 진료과명을 쓰는 소아청소년과도 학회 내에서 학회 명을 둘러싸고 논란을 치렀다.
학회는 소아청소년과로 바꾼 이후 “학회 명 변경은 절대 없다”며 “청소년의 건강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대 국민 홍보차원으로 개명하게 됐던 것”이라며 반대해온 회원들을 달래기에 바빴다.

학회 내에 청소년 질환이 소아나 성인에 비해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를 분석·연구토록 청소년의학연구회를 신설, 이에 관심 있는 의사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키로 하는 등 선심공세를 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