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협상 시작' 실적이외엔 사실상 얻은 것 없다"
보건복지부 "의원 초재진비 현실화·산부인과 수가 인상하려 했다"
의료계가 전면 휴폐업을 유보키로 했다.
의협은 4일 정부와 접촉을 한 뒤 다음 주 10일부터 들어가겠다는 전면 휴폐업을 짧게는 3주, 길게는 3개월간 잠정 '유보'하겠다며 강행에서 급선회, 철회란 카드를 빼들었다.
이날 의협의 철회방침은 오후 3시쯤 보건복지부에서 임채민 장관과 노환규 회장간의 20분간 독대와 의료정책실무의 실국장과 회장단을 포함한 집행부간의 1시간가량 만남 후 나온 결정이어서 이들 간의 주고받은 대화에 의료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4일 의정 대표간의 만남이 전면휴업에 온힘을 쏟아온 의협의 의지를 철회로 뒤바꿨다는 판단 때문이다.
의협은 4일 저녁 4일 오후 10시 30분 경 일부출입기자와 회견에서 "다음 주 초 개원가의 전면 휴폐업을 강행하겠다는 계획을 유보한다"면서 "투쟁을 포기하는 게 아니다. 짧게는 3주, 길게는 3개월이 될 것"이라며 "전국 의사 대표자 연석회의에서 찬반 의견이 나왔지만 결국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정부와 협상이나 대화를 하겠다는 것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의협의 집행부는 "일단 3주간 협상하기로 한 것은 대선이라는 변수가 코앞에 닥친 데다 정권이 바뀌거나 정부인수위원회가 꾸려지더라도 내년 초까지 협상을 길게 가져갈 수 있다는 계산에서 나온 결과"라고 덧붙였다.
오늘(5일) 오후 2시에 잡은 기자회견은 4일 공개한 브리핑으로 대신한다며 취소했다.
이러한 의협의 갑작스런 갈아타기에 갖가지 추측이 나돌고 있다.
일부 의료계에선 협회 집행부가 무리하게 개원가의 전면 휴폐업이란 강수를 띤 투쟁 로드맵을 강행하려다가 10여일로 다가온 대선을 의식해 유보라는 결정을 하게 됐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지난 10월 당시 의협 집행부는 주중 휴업, 전면 휴폐업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복지부로부터 약속을 받아낼게 없다는 지적과 압박에 시달려온 데다 든든하게 지원했던 전공의들조차 외면하거나 난색, 무조건 강행할 수 없는 처지에 몰려왔었다.
게다가 지난 8일엔 전국 의사 대표자 긴급 연석회의에서 투쟁 로드맵이 여론 수렴을 거치지 않아 명분과 동력이 약하다며 거부하는 사태까지 터졌다.
이를 고민해온 노환규 집행부가 꺼내든 '전면 휴폐업 유보'를 새로운 '전략'으로 보는 의료계의 시선도 적지 않다.
현재 의료계는 이보다 4일 독대를 한 임 장관과 노 회장간의 대화내용에 온통 주목하고 있다.
이에 의협 송형곤 대변인은 "노 회장은 임 장관이 지난 5월 1일 취임 이후 직접 상면했거나 실무진을 만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 협상이라기보다 상견례에 가깝다"면서 "8개월 만에 서로 첫 악수를 나눴고 신뢰를 쌓을 대화가 오갔으며 공개할 수 없는 내용도 있다"고 밝혔다.
송 대변인은 "일단 복지부가 전문가단체로 인정했으며 의협도 보건의료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면서 "오늘(5일)부터 실무협상단이 대화와 협상에 나설 계획"이며 "이 같은 의정 간담회 결과가 전국 의사대표자 연석회의에 보고돼 단체행동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고 공개했다.
임 장관과 노 회장이 나눈 대화는 어떤 내용일까(?)
의협은 4일 가진 의사대표자회의에서 노회장과 임 장관의 면담결과를 공개하고는 복지부와 협상을 위해 전면 휴폐업을 짧게는 3주에서 길게는 3개월간 유보하기로 결정하는 등 향후 대정부 투쟁방향을 논의했다만 전했다.
항간에선 이를 두고 몇 가지 내용의 추측을 내놨다.
먼저 의협과 복지부가 협상의 고리를 이어났을 뿐 수가계약구조 개선 등 7개 요구안에서 접근은 아직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의협이 요구한 의원의 저 수가 개선안 중 일부를 복지부가 인정, 대선을 앞둔 지금 시점보다는 시간을 갖고 협상을 통해 풀어 나가기로 합의, 전면 휴폐업을 3주에서 길게는 3개월간 유보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번에 '협상 시작'이라는 실적이외엔 사실상 얻은 것이 없다는 지적도 나돈다.
의협이 요구한 7개 요구안은 논의조차하지 않았지만 정부의 일방통행식 의료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대가 형성된 정도라는 평가도 나왔다.
복지부에선 임 장관이 건정심을 통해 의원급 초, 재진료 현실화와 산부인과 수가인상을 함께 반영하려고 했다는 뜻을 단독 면담을 포함해 1시 20분에 걸쳐 노 회장에게 직간접적으로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간담회엔 복지부에서 김원종 보건의료정책관과 이창준 보건의료정책과장, 의협에서 윤창겸 총무이사와 유승모 보험이사, 이재호 의무이사, 송형곤 대변인 등이 배석했다.
모 관계자에 따르면 임 장관은 "초, 재진료는 국민의 부담과 직결돼 인상하기가 쉽지 않아 동의를 구할 사항"이라면서 "동네병원의 활성화를 위해 초진이 어렵다면, 재진료비라도 개선하려고 했지만 의협이 건정심에 불참해 논의를 할 수 없게 돼 아쉽다"며 당시 복지부의 입장을 전달했다.
이처럼 복지부가 의원의 초, 재진료비 인상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2001년 진찰료와 처방료의 초재진료를 통합한 뒤부터 초진 1만 2,890원과 재진 9,210원의 산정기준을 90일로 못 박아 놔 의협과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진료하는 개원 가가 계속 문제를 제기해온 것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런 내용은 이미 올해 만성질환관리제 시행 때부터 의협에 전달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모관계자는 "이 사실을 의협 측에서 들을 수 있다"면서 "아직 의원의 초, 재진료비 인상을 논의하기위한 협상일정을 잡았거나 밝힐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의협이 요구하는 개선안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
의협이 오는 10일부터 전면 휴 폐업이란 강수까지 두며 요구하는 개선안들은 ▲수가결정구조 개선과 수가협상 거부권 명시, 협상 결렬시 합리적 기준안 마련 ▲상시 의정협의체와 의료제도 선진화를 위한 특별협의체 구성 ▲성분 명 처방 추진 중단 ▲총액계약제 추진 중단 ▲포괄수가제 개선 ▲전공의 법정 근무시간 제도화 ▲병원신임평가 기관 신설 등 7가지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6 22: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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