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나마 수그러들었던 응급피임약의 처방약 분류를 둘러싼 논란이 또다시 고개를 들 조짐이다.
이번엔 국회가 나서 과학적으로 특이하게 부작용이 드러난 사례가 없던 사전피임약을 일반 약에서 전문 약으로 조정했다며 식약청의 의약품 재분류를 문제 삼아 눈길을 끈다.
남윤인순 의원은 4일 국회도서관 421호에서 개최된 '피임약 재분류, 왜 '여성'이 결정의 주체여야 하는 가'라는 토론회에서 식약청이 부작용 사례가 없던 사전피임약을 일반 약에서 전문 약으로 갑자기 바꾼 조치에 과학적 근거가 미흡하다며 의약품재분류에 문제를 지적했다.
남윤 의원은 "사전 피임약은 40여 년간 안전성이 확보돼 일반 약으로 사용돼왔다.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었던 사전 피임약을 혈전 등의 부작용 위험이 있다"면서 갑자기 처방 약으로 분류하려고 해 여성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식약청의 주장대로 장기적으로 피임약을 복용하면 문제가 될 부작용이 여성 건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의사의 전문적인 관리와 처방이 왜 필요한지, 그리고 장기복용·과 단기복용의 차이는 얼마나 되는지 과학적으로 특이하게 부작용이 드러난 사례를 들여다보고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약청이 피임약 재분류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는 제시하지 않은 채 과학적인 근거로 분류했다고만 주장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단지 해외 보건의료선진국의 사례들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제발표와 토론에선 식약청이 과학적 근거라고 꼽는 해외 사례들의 신뢰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추혜인 살림의료생협 전문의는 "응급 피임약 재분류가 여성의 건강에 미칠 여러 가지 영향을 복합적으로 분석했는가도 중요하다"라며 "미국, 영국 등 의료선진국에서 발생한 부작용 가능성으로만 우리나라 여성들에게 사전피임약을 아예 차단하는 것이 과학적인 것인지 식약청에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경구피임약은 점점 더 안전해지는 추세인데 지금에 와서 처방약으로 재분류하려는 의도를 알 수 없다"면서 "경구피임약의 부작용이 심하다면 전문 약으로 분류될 만큼 위험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황지성 장애여성공감 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식약청의 재분류안의 근거에 의문을 나타냈다.
그는 "사전피임약을 전문 약으로 재분류하기 전에 장애나 만성질환을 가진 여성들에 대한 연구가 진행된 것이 있는지 묻고 싶다"면서 "이들 여성들이 얼마나 어떻게 사용했고, 문제가 무엇인지, 또 처방약으로 분류했을 때 피임약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만큼 의료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지를 식약청은 답변할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5-03 17: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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