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체가 종합병원에 의약품을 공급할 때 반드시 도매업을 거치게 한 현행 약사법 시행 규칙은 공익 기능이 커 합헌이며 이를 어긴 업체들에 대한 행정제재도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와 의약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전성부 부장판사)는 9일 종합병원과 의약품을 직거래하다 의약품의 판매 정지나 과징금 부과 등 처분을 받은 H제약 등 12개 제약업체들이 식품의약품안전청 등을 상대로 “위헌적인 행정제재를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약사법규시행규칙의 공익기능성을 인정, 원고에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제약회사와 종합병원간 직거래를 금지한 약사법 시행규칙으로 원고 측 12개 제약업체의 사적자치와 계약체결의 자유가 일부 제한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권리가 국민 건강보호와 불공정 행위의 규제라는 공익보다 우월하다고 할 수 없어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시행규칙은 제약업자가 판매활동에 돈을 낭비하고 ‘리베이트' 등 부조리를 발생시킬 우려와 복제약 생산에만 치중하는 부작용 등을 막고 의약품 개발에 전념하도록 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며 “종합병원이 아닌 의료기관과 거래행위에 대해선 제한을 두지 않아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약사법 시행규칙 제57조 제1항 제7호(유통일원화 제도)는 의약품 제조업자가 종합병원에 의약품을 공급할 경우, 재난구호나 의약품 도매업자의 집단 공급중단 등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도매업자를 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의약품도매업간의 마찰을 빚고 있는 '유통일원화 제도'가 오는 2010년 완전 폐지됨에 따라 제약업체와 종합병원간 의약품 직거래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여진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5-14 18: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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