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부모 중 한 명 치매 병력 시 '치매 47%, 알츠하이머 72%' ↑

김기웅 교수 연구팀, '한국 포함 총 8개국 노인 1만7천여 명 데이터' 분석
다국적 대규모 코흐트 통해 '부모 치매 병력, 자녀에 미치는 영향' 조사
모친 치매 병력 '중요한 영향력' 미친다‥위험 군에 속한다면 인지장애 여부 조기진단
논문, 국제학술지 'Psychiatry and Clinical Neurosciences'에 게재

[보건타임즈] 부모 중 한 명이라도 치매 병력이 있다면 자녀에게서 치매가 47%, 알츠하이머병은 72% 발병할 위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모계 측 어머니 치매를 앓았다면 자녀의 치매 발병을 51%, 알츠하이머병은 80% 상승,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사진) 연구팀(1저자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오대종 교수)은 대한민국,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스웨덴, 그리스, 호주, 필리핀 총 8개 국가에 거주하는 평균 72.8세의 노인 17,194명(여성 비율 59.2%)을 대상으로, 치매 가족력을 조사한 뒤 임상평가와 신경심리검사, 혈액검사, 신경학적 검사 등을 통해 이들 부모의 치매 병력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 이같이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그간 부모와 자식 간엔 유전자를 비롯해 생활방식과 환경을 공유해 부모의 치매가 자녀의 치매 발병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보고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하지만 이와 상반되는 연구 결과도 여럿 보고돼 혼란을 줬다.
그동안 여러 종류의 치매 중 어떤 병이 연관성이 높은지, 부계와 모계 병력 중 어느 쪽이 영향력이 높은지, 그리고 자녀의 성별에 따라 차이가 있는지 규명한 연구는 없었다.

연구 결과, 부모 중 한 명이라도 치매 병력이 있으면 치매 발병위험이 47%, 알츠하이머 발병위험은 72% 각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버지가 치매 병력이 있을 때는 치매 발병위험이 유의미하게 증가하지 않았다.
그러나, 어머니가 치매 병력이 있을 땐 치매의 위험이 51%, 알츠하이머병은 80% 상승했다.

이처럼 모계의 치매 병력이 자녀의 치매 발병위험에 미치는 영향은 자녀 성별과 상관없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어머니가 치매 병력이 있는 여성은 68%, 남성은 100% 이상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증가했다.

기존에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유전형질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아포지단백 e4 대립유전자였으나, 이번 연구 결과는 X 성염색체나 미토콘드리아 DNA와 같은 모계 유전형질도 알츠하이머병 발생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주관적으로 혹은 보호자 관찰상 인지기능 저하가 의심되는 노인 중 부모, 특히 어머니가 치매로 진단된 적이 있다면 전문적 평가를 통해 인지장애 여부를 조기에 진단, 향후 인지기능 변화 양상을 꾸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김 교수는 "이 연구는 부모 가운데 특히 모친의 치매 병력이 중요한 영향력이 있으며, 어머니가 치매에 걸리면 자녀는 자신의 성별과 없이 치매 중에서 가장 흔한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증가함을 명확히 보여줬다"면서, "대규모의 다국적 코호트 자료를 분석해 치매의 모계 유전 경향은 국가와 인종을 불문, 보편적인 현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한 치매는 단일 유전자가 아닌 다양한 유전자와 환경의 상호작용으로 발생 위험이 결정되는 만큼, 부모의 치매 병력이 반드시 자신의 치매 발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부모가 치매 병력이 있다면 엄격한 금연과 절주, 식습관 개선, 고혈압, 당뇨 등의 기저질환 관리를 통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 결과를 상세하게 정리한 논문은 국제학술지 'Psychiatry and Clinical Neurosciences'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