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전담 삼성서울병원 박원순장윤실 교수팀, “잘 자라줘 감사”
세계에서 가장 빨리 태어난 아기가 건강하게 자라 화제다.(사진/ 왼쪽부터 송재훈 삼성서울병원 병원장, 장윤실 소아청소년과 교수, 은혜와 은혜 어머니 안지환씨, 박원순 소아청소년과 교수)
이 아이 엄마의 임신기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짧은 21주 5일(152일)이며 출산일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해 10월 우리나라에서 가장 짧은 21주 5일(152일)만에 490g로 태어난 이은혜(女) 아기가 무사히 자라 지난 3월 퇴원했다고 밝혔다.
3일 병원에 따르면 지난 1987년과 2011년에 캐나다와 독일에서 152일 만에 태어난 아기가 보고된 이후 은혜가 처음이다.
현재 은혜는 병원에서 마련한 어린이날 행사에 부모와 함께 찾을 정도로 건강한 상태다.
의학계에선 은혜가 태어나 지금까지 성장하기까지가 기적이라고 부른다.
대개 아기가 세상으로 나오기까지 40주(280일)가 걸린다.
이에 반해 은혜는 152일 만에 태어나 생존한계선 범위 밖에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의학에선 임신주기 23주를 생존한계로 보고 있다.
이보다 빨리 태어난 아기들은 여러 장기들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해 생존확률이 희박하다.
은혜는 처음에 생존을 점치기 어려운 상태였다.
은혜의 부모는 결혼 13년 만에 여러 차례의 인공수정 끝에 어렵싸리 은혜와 기쁨 이를 갖는 행복을 누렸지만 두 아이는 너무 일찍 세상에 나온 탓에 폐가 제대로 펴지지 않는 등 몸의 각 장기들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해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함께 태어난 기쁨 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운명했다.
은혜도 스스로 호흡을 못해 폐 계면활성제를 맞으며 고빈도 인공호흡기를 달았지만 무사히 이겨냈다.
이 아이는 500g이 채 되지 않는 미숙아로 망막증 수술을 비롯해 각종 치료를 견뎌냈다.
젖을 빨 힘조차 없었던 은혜는 튜브를 코에 꽂은 채 수유하면서 하루하루 겨우 성장했다.
이 아이를 치료해온 박원순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빨리 태어난 사례가 없는 탓에 어려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면서 “은혜가 지금까지 건강하게 잘 자라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은혜가 큰 고비를 여러 차례 넘길 수 있었던 것은 삼성서울병원 신생아 집중 치료실에서 그동안 쌓아 온 경험 덕분이라는 게 병원 측의 설명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은혜에 앞서 지난 2008년 22주 3일, 440(g)으로 태어난 허아영 양, 22 5일, 570g으로 태어난 김무빈 군 등 21주에서 22주 사이에 태어난 9명을 치료해온 경험이 있다.
이 아이들은 현재 잘 자라고 있다.
박 교수는 “신생아 생존한계 23주를 극복해가며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한 두 사람의 노력에 달린 것이 아니라 신생아집중치료실에 근무하는 모든 의료진들이 ‘아기중심, 가족중심 치료’라는 한마음으로 24시간 집중치료와 팀워크로 일궈낸 결과”라고 밝혔다.
장윤실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생존한계인 23주 미만 신생아를 잘 살려낸 것이 의학 성과 면에서 중요하지만 앞으로 태어날 더 많은 조산아 부모들에게 ‘우리 아이도 잘 살릴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며 가장 빨리 태어난 이은혜 아기의 치료 성공에 의의를 부여했다.
어머니 안지환 씨(42세)는 “의료진들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 이렇게 작은 아기가 생존한 경우가 없다는 얘기를 듣고는 오직 매순간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뿐이었다”면서 “수많은 크고 작은 위기와 고비들을 무사히 잘 이겨내며 기적처럼 우리 아기를 건강하게 잘 치료해 준 의료진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보살핌에 감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은혜의 사례 이전까지는 국내에서 임신주기가 가장 짧은 초미숙아는 부산백병원에서 22주+0일, 530g으로 태어난 아기(2011년)였다.
은혜는 지난 2일 삼성서울병원이 마련한 어린이날 행사에 건강한 모습으로 참석, 주위의 시선을 끌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19 17: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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