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최근 간 무게가 정상 간의 10배 이상(12.1㎏) 나가던 다낭성 간 질환 환자가 무사히 이식수술을 마친 뒤 건강을 되찾았다.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 간이식팀 이재근 교수(사진 이식외과)는 다낭성 간 질환 환자 김00 씨(61세, 여)에게 생체 간이식 수술을 무사히 마쳤다며 12일 이같이 발표했다.
이 수술 결과는 부산 BEXCO에서 열린 한국간담췌외과학회 주관 국제 학술대회 'HPB Surgery Week 2023(HPB 수술 주간)'에서 발표가 됐다.
10여 년 전 간에 물혹이 있다는 진단을 받은 김 씨는 2020년 상태가 나빠져 세브란스병원을 찾았다.
튀어나온 배가 눈에 보일 정도로 간이 비정상적으로 커져 있었으며 혈색이 안 좋은 데다 배를 빼고는 눈에 띄게 마른 상태였다.
검사결과 다낭성 간 질환 진단을 받았다.
다낭성 간질환(polycystic liver disase)은 체내 노폐물이 배출되지 않아 뭉쳐져 물혹처럼 덩어리가 간 전체에 20개 이상 생기는 희귀병이다.
물혹은 계속 커져, 간 기능을 떨어뜨린다.
건강한 성인의 간 무게는 1.2~1.8㎏ 정도지만 다낭성 간 질환을 앓게 되면 물혹이 간에 붙어 간 무게가 10배 이상 늘어난다.
증상이 심해지면 복수가 차거나 복통, 구토 등을 유발한다.
초기에 약물로 물혹 크기를 줄이지만, 물혹을 직접 터트리거나 체액을 빼는 배액술을 시도할 수 있다.
하지만 물혹이 커져 다른 장기를 압박하며 호흡곤란이나 소화 불량 등의 증상이 동반될 땐 간이식을 받아야 한다.
이에 의료진은 지나치게 커진 물혹으로 식사를 하지 못한 데다 호흡이 어려워진 김 씨의 간이식을 결정했으나 기증을 기다리기엔 환자의 상태가 좋지 않아 자녀들을 상대로 생체 간이식이 가능한지 확인했다.
이 결과 아들은 다낭성 간질환 유전자를 보유, 기증할 수 없었다.
딸은 생체 이식이 가능했지만, 혈액형이 달랐다.
의료진은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을 위해 감염내과와 진단검사의학과가 협력해 각종 예방접종을 시행한 다음 항체 분비량을 떨어뜨려 이식 거부 반응을 낮췄으나 환자의 간 이곳저곳에 생긴 물혹으로 혈관 상태가 좋지 않아 당장 이식이 불가했다.
대개 간이식은 간에 이어진 하대정맥(다리에서 올라오는 혈관)을 막은 후 간을 떼어내 진행하지만, 혈관이 약해진 김 씨는 하대정맥을 막게 되면 혈압과 심박 수가 불안정해지며 심할 땐 혈관이 터져 사망할 수 있다는 게 의료진의 소견이었다.
이를 대처하기 위해 이재근 교수는 에크모(인공심폐기‧ECMO)를 이용해 하대정맥에서 올라오는 혈액을 직접 심장으로 돌렸다.
이처럼 간이식에서 에크모를 사용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에크모 이용 시 도관을 삽입해야 해 혈관의 손상 위험이 존재, 수술 난도가 올라간다.
다행히 무사히 끝나 김씨는 지난해 12월 퇴원했으며, 최근 검진을 통해 이식 간이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것을 확인했다.
다낭성 간 질환에서 간이식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도 극히 드물다.
지난해 일본 게이오 의과대학에서 다낭성 간 질환 환자의 간이식 수술에 성공한 바 있다.
당시 환자의 간 무게는 10㎏으로, 수술에만 18시간이 걸렸다.
사용한 혈액의 양은 4만 8,800㏄였다.
김 씨의 경우 간 무게(12.1㎏)가 체중의 25%에 달할 정도로 커져 있었지만, 이 교수의 수술은 11시간으로 짧았으며 수혈도 200㏄ 정도에 불과했다.
일본 최고의 의과대학으로 평가받는 게이오 의대와 비교해 수술 시간은 40%, 혈액의 양은 99.6% 감소시킴으로써 환자의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수술의 안전성은 높였다.
이 교수는 "간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희귀질환 다낭성 간 질환은 국내 수술케이스가 적다"며 "성공적으로 마친 이 수술은 공여자와 혈액형이 다른 데다 에크모까지 사용하는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여러 의료진이 협진, 환자와 보호자까지 의료진을 신뢰, 따라줘 얻은 결과"라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 간이식팀 김덕기 교수(이식 외과)는 올해 초 세브란스병원에서 7.7㎏에 달하는 두 번째 다낭성 간 질환 환자 간이식에 성공했다.
김 교수는 13시간 동안 400㏄의 혈액을 투여해 수술에 성공함으로써 일본 기록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놨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9 11:3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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