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 의학적 진단기준 '흉부 CT 촬영 소견과 폐 기능 검사 소견'
김영환 교수 "수술 치료, '폐 이식' 유일‥질환 말기, 산소치료 하면서 일상 불가할 때 선택"
"이외 통상적 치료방법은 항섬유화 제 투여"
[보건타임즈] 폐가 서서히 굳어지는 질병을 일컬어 폐섬유증이라고 한다.
여기서 '섬유화'란 굳는 것을 의미한다. 신체에 상처가 생기면 낫는 과정에서 이 부위가 딱딱해지듯, 폐 섬유화 역시 폐가 어떠한 이유로 손상을 받은 후 치유되는 과정에서 남는 상처라고 할 수 있다.
이 분야의 최고 권위자 건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김영환 교수(사진)의 도움을 받아 폐 섬유화 질환을 상세하게 Q&A 방식으로 알아봤다.
김 교수는 서울대 의과대학을 정년퇴직한 후 2020년 9월 1일부터 건국대병원에서 진료를 시작했다.
그는 대한폐암학회 이사장과 대한 결핵-호흡기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현재 아시아태평양 호흡기학회(APSR)의 실행 이사와 연구위원장으로, 올가을 개최할 APSR 서울학회의 명예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간질성 폐질환에 대한 교육을 목적으로 발간하는 Focus on ILD의 편집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현재 폐암의 조기진단과 간질성 폐 질환을 연구하며 진단, 치료, 진료하고 있다.
Q. 특발성 폐섬유증이란?
A. 소위 흉터라고 한다.
우리 몸에 생긴 상처가 낫는 과정에 흉터가 생기듯 폐 섬유화도 과정은 같다.
대부분 폐 섬유화엔 분명한 원인이 있다. 광산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경우 석탄가루를 장기간 흡입해 공중에 흩날리는 돌가루를 많이 마시게 돼 폐 질환이 생기곤 한다.
하지만 간혹 원인을 알 수 없는 폐 질환일 땐 이를 특발성 폐섬유증이라고 하며 ‘특발성’이란 원인을 모른다는 의미다.
특발성 폐섬유증을 정확히 이야기하려면 간질성 폐 질환부터 알아야 한다.
신체의 호흡기 구조를 살펴보면 기도와 기관지, 폐포가 존재하며 이 중 폐에서 공기가 지나가는 길의 마지막 부분이 폐포, 즉 허파꽈리와 허파꽈리 사이를 '사이 간' 자를 사용해 '간질(間質)'이라고 부른다.
간질성 폐렴이란 간질에 나타나는 염증성 질환으로 여기엔 150가지 이상의 질환이 있으며 이 다양한 질환을 앓는 과정에서 간혹 폐가 딱딱하게 굳는 폐섬유증은 간질성 폐렴의 증상 중 하나로 이해하면 된다.
이렇듯 환경적·직업적 원인이 있지만, 확실히 단정할 순 없는 대부분의 폐 질환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폐가 외부로부터 공기를 직접 들이마시는 기관으로 환자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디서 생활하는지, 환경은 어떤지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서양사람들은 새를 키우는 문화가 생활화돼 새의 분비물 등을 공기 중에 들이마심으로써 폐 질환이 발생하곤 한다.
이처럼 원인을 알기에 맞는 치료를 하면 되지만, 특발성 폐섬유증은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게 큰 어려움이다.
또 극희귀 질환으로 치료에 불리하지만, 환자 입장에선 진단을 받는 과정이 쉽지 않아 진단 과정에서부터 크게 지치게 되며 특발성 폐섬유증으로 진단되기 위해선 앞서 예를 든 모든 가능성이 원인이 아님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해 이 과정이 지겹도록 길게 느껴진다.
간혹 유전적 요인이 원인이 아닌가 질문하는 환자도 있다.
그러나 유전적 소인이 원인이 돼 가족 내에서 다수 발생하는 사례가 있긴 하나 빈도는 매우 낮으며 가족 중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가 있다고 해 유전될 확률이 아주 높은 것은 아니다.
특발성 폐섬유증의 일부는 유전성이 있지만, 빈도가 굉장히 낮다는 뜻이다.
즉, '유전성인 특발성 폐섬유증이 없지 않다'고 말할 정도다.
지금까지 이 분야에서 진료하면서 특발성 폐 질환을 겪는 환자를 천 명 이상 만났지만, 이 가운데 가족력이 있는 경우는 10 케이스조차 안됐다.
특정한 원인을 찾기 어렵지만 한 가지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존재한다. 바로 흡연이다.
특발성 폐섬유증의 위험인자로 잘 알려진 요인은 흡연이며 비흡연자보다 특발성 폐섬유증의 발병률이 약 2배가량 높다
Q. 기침·호흡곤란 증상만으로 진단할 순 없는 질환이란 평가가 있다?
A. 특발성 폐섬유증의 주요 증상은 기침과 호흡곤란이다.
두 증상은 호흡기질환 대부분에서 나타날 정도로 흔해 단순히 기침과 호흡곤란이 나타난다고 해서 특발성 폐 질환이라고 진단할 수는 없다.
사실 호흡곤란이 올 정도면 이미 어느 정도 병이 진행됐다고 볼 수 있다.
초기에는 호흡곤란을 동반하지 않지만, 증상만으로 특발성 폐질환이라고 단정할 수 없기에 결국 여러 검사를 받아야 한다.
Q. 어떤 치료법이 있나?
A. 특발성 폐섬유증을 진단하는 필수 의학적 기준은 흉부 CT 촬영 소견과 폐기능 검사 소견이다. 진단이 확실하지 않을 땐 폐 조직 검사를 시행하게 된다.
이 질환은 진행성이다. 완치가 없으며 과거 미국의 교과서를 보면 특발성 폐섬유증은 진단 후 평균 생존율이 3~4년인 것으로 명시하고 있으나 과거의 이야기다.
증상이 나타나서야 병을 진단할 수 있었던 때의 통계여서 지금은 이보다 생존 기간이 더 늘어났다고 할 수 있다.
또 국내에선 환자들의 생존율이 더 길다.
특발성 폐 질환 환자의 전 세계 평균 생존율이 4년 내외라고 한다면 우리나라는 7~8년 정도다. 국내선 건강검진을 많이 하다 보니 초기 발견이 많아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Q. 약물치료로 진행속도 늦출 수 있을까?
A. 특발성 폐섬유증은 대개 수술로 치료하는 질환이 아니다.
수술 치료는 질환의 말기, 산소치료를 하면서 일상생활이 불가한 단계에서 선별적으로 하는 폐 이식이 유일하다.
이외의 통상적 치료방법은 항섬유화 제를 투여하는 것이다.
폐 이식의 성공률은 간이나 신장보다 낮다.
폐는 여러 장기 중 유일하게 몸의 외부와 상호작용 하면서 활동하는 기관이어서 이식 후 합병증이나 거부반응이 일어나는 사례가 흔해 5년 이상 장기 생존율이 50~60%밖에 안 된다.
이 때문에 폐 이식도 결국은 산소호흡기를 단 후, 모든 치료의 가능성이 없을 때 생각해 볼 방법이다.
결국은 약물로 진행을 억제하는 게 중요하다.
현재 의학 기술에서 섬유화된 조직을 원 상태로 완전히 되돌려 놓는 기술은 없다.
다만 서서히 진행되는 질환인 만큼 섬유화를 억제하는 약을 사용할 수 있을 뿐이다.
현재 의료계엔 지난 2013년 FDA 승인을 받은 두 종류의 약물이 주로 사용되고 있으며, 이를 처방, 투약하면 폐 섬유화 속도를 50%가량 낮출 수 있다.
특발성 폐섬유증은 완치할 수 없는 질환이지만 약물치료로 진행을 억제할 수 있으며, 많은 치료제가 개발돼 환자께서는 낙심보다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간혹 인터넷을 검색한 후 크게 좌절한 모습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있는데 이들이 확인한 정보는 과거 오래전 마땅한 약도 없을 때 것이며 맞는 내용이 있지만, 거의 지금과는 맞지 않다. 직접 전문가와 만나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6 22: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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