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진 교수 연구팀, 공동연구 통해, '수술로 이명 호전되는 기전' 규명
돌발성 난청과 동반되는 이명 '대뇌의 잘못된 보상으로 나타나는 증상'
청성뇌간이식 기기, '측 해마와 현저성 관계망 부위, 억제' 이명 호전
송 교수 "이명 정도 예측, 정밀의학 기반 맞춤형 치료 방침 수립 중요"
논문, 이과 분야 권위 국제학술지 'Otology&Neurotology'에 게재
[보건타임즈] 귓병은 최근 현대인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질병 중 하나다.
난청과 이 때문에 이명 환자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 중 돌발성 난청 환자 수가 점차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돌발성 난청 환자 수는 9만 471명으로 2015년(7만 1,411명)보다 26%가 증가했으며 매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또 난청과 주로 동반되는 이명으로 진료받은 환자 수가 2013년 28만 1,300여 명에서 2015년 30만 9,000여 명으로 2년 만에 약 10%가 증가했다.
이명은 특정한 질환이 아니라 '외부 소리가 없어도 귀에서 소음을 느끼는 주관적인 증상'을 말한다.
대개 느끼는 소리는 삐~ 하는 고음이나 윙~ 하는 잡음 소리로, 대개 난청이 근본 원인으로 작용, 중추신경계의 이상을 유발해 생기는 증상이다.
한쪽 귀의 돌발성 난청은 청력이 소실됨에 따라 난청에 대한 대뇌의 잘못된 보상으로 이명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심한 이명이 지속하면 우울감과 불안증세, 수면장애까지 이어지며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이러한 일측성 고도 난청 환자가 인공와우 또는 청성뇌간이식 수술을 통해 청력을 개선하면 이명 증상이 개선될 수 있음은 기존 연구들을 통해 많이 알려져 왔다.
하지만 이명 증상이 호전되는 원인은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에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송재진 교수(사진)는 지난 9년간 벨기에 앤트워프 대학 연구진과 함께해온 연구를 통해, 인공와우 또는 청성뇌간이식 수술로 이명이 개선되는 원인을 밝혀내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연구는 일측성 난청과 심한 이명으로 인공와우와 청성뇌간이식 수술을 받은 56세 벨기에 환자를 11년간 추적 관찰한 장기간 수행해온 연구로, 이명이 호전되는 기전을 대뇌 수준에서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2008년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이 환자는 와우(달팽이관)의 심한 골화로 전극을 일부만 삽입할 수 있었으며 수술 후 난청과 이명이 크게 나아지지 않아 2013년 청성뇌간이식을 추가로 시행했다.
심한 골화란 달팽이관 내부 공간에 염증이 생겨 골 조직으로 대체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이후 이 환자를 5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음질의 정도는 보통 단계까지 크게 향상됐으며 이명 정도를 평가하는 수치 등급 척도도 8점(최고점)에서 4점으로 증상의 정도가 50% 감소해, 난청과 이명 모두 크게 호전됨이 확인됐다.
또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청성뇌간이식 기기를 사용하거나 사용하지 않을 때 대뇌의 혈류를 양전자 단층 촬영(PET)을 통해 비교했다.
이 결과, 청각 기억을 담당하는 대뇌 부위 측 해마(parahippocampus)와 이명 증상을 중요한 감각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현저성 관계망(salience network)의 대사가 기기를 사용할 때 크게 저하되는 것이 확인됐다.
현저성 네트워크(salience network)는 외부 환경으로부터 들어온 자극·통증에 대한 정보를 감지해 신체적 반응을 나타낼 만큼 중요한 것인지를 선별하는 신경망을 말한다.
즉, 연구진은 청력 손실의 정도에 따라 이명의 주된 원인이 되는 측 해마와 현저성 네트워크 부위를 청성뇌간이식 기기가 억제함으로써 이명이 호전되는 근거를 찾아냈다.
이 연구의 저자로 참여해 신경 영상을 분석한 송 교수는 "인공와우나 청성뇌간이식을 통해 이명이 호전되는 기전을 대뇌 수준에서 규명했다는 점에서 이 연구의 의의가 크지만 이러한 수술은 보존적인 상담과 약물치료를 우선 충분히 시행한 후 적어도 6개월 이상 큰 효과가 없거나 증상이 매우 심할 때만 선택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난청과 이명은 환자 개개인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할 수 없는 사례가 많아 치료법과 치료결과가 모두 다르다"며, "수술로 호전될 수 있는 이명의 정도를 정확히 예측,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수술과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는, 정밀의학적 치료 방향을 찾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고 덧붙였다.
송 교수는 이명의 발병 나이에 따른 대뇌 활성도의 차이, 이명과 인공와우 환자의 대뇌 활성도 변화에 대한 기능적 신경 영상 연구 등을 다수의 학술지에 발표한 바 있다.
이 연구논문은 이과 분야에서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 '이과학&신경이과학(Otology&Neurotology)'에 게재됐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6 14:5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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