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대한뇌전증학회, ‘뇌전증지원법 제정’ 촉구

[보건타임즈] 뇌전증은 뇌졸중이나 치매환자 다음으로 많은 3대 신경계 질환이지만 정부의 지원이나 대책이 없어 ‘뇌전증지원법 제정’ 이 절실한 실정이다.

뇌전증은 '반복적인 발작'을 주 증상으로 하는 3대 신경계 질환으로 치매, 뇌졸중 다음으로 흔한 질환이다. 신생아부터 100세 노인까지 누구나 발병할 수 있다. 환자의 70%는 약물치료로 발작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대한뇌전증학회는 6월 14일부터 15일까지 양일간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에서 대한뇌전증학회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김재문 교수

홍승봉 교수

한수현 교수

김흥동 교수

학술대회기간 중인 14일 기자간담회에서 김흥동 교수(연세의대)는 "국내 뇌전증 환자는 약 30~40만명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뇌졸중 다음으로 많은 질한으로 파킨슨병의 10배에 이르는 유병률과 전체뇌전증의 50% 이상이 어린이 연령에서 발생하는 질환이다"라며 "뇌전증은 치료시기기 늦어지면 평생 장애를 가지고 살아간다"며 그러나 뇌전증 환자들에게는 정부의 지원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뇌전증의 예방·진료·연구 등 뇌전증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뇌전증 환자의 재활과 자립이 이루어 질 수 있는 지원 프로그램을 확보하면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편견과 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 관련정책을 종합적으로 수립하고 시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며 ‘뇌전증지원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뇌전증 환자는 사회적 편견과 차별 속에서 질병을 숨기고 생활하고 있으며, 학교생활, 취직, 결혼, 기타 사회 활동에서 수많은 불이익과 차별을 받고 있으며, 뇌전증 치료에 대한 정보부족으로 체계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약 30%의 환자들은 기존 약물들로 치료가 안 되는 약물난치성 뇌전증으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회에 따르면, 뇌전증은 유병기간이 길어서, 돌봄을 필요로 하는 치매, 희귀난치성질환, 중중만성질환 등 유사질환과 비교해도 의료적, 경제적, 심리적 어려움이 훨씬 더 심각하지만 난치성 뇌전증환자, 뇌전증 장애인, 뇌전증을 동반한 장애인 등 중증뇌전증환자는 돌봄, 재활, 복지 등에 있어서도 사실상 배제되어 있어 실질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이렇듯 뇌전증은 환자와 가족의 삶이 질을 심각히 저하시킴은 물론 국민 의료비와 기회비용의 증가로 심각한 사회경제적으로 부담을 초래하고 있다.

홍승봉 교수(편견대책위원장)는 "뇌전증 수술에 필요한 의료장비(뇌자도, sEEG, 로봇장비, 레이져수술장비)가 국내에 없고, 치매와 경도인지장애에 급여가 되고 있는 신경심리검사가 수술이 필요한 중증 뇌전증 환자들에게는 여전히 비급여다. 또 사회적 편견과 우울증/불안증 등에 시달리는 뇌전증 환자들을 위한 사회사업이 시급한데 정신질환과 재활의학 환자들에게만 급여이고 뇌전증에는 사용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홍 교수는 "2017년 대한뇌전증학회는 뇌전증의 의료사회사업이 꼭 필요하다고 공식적으로 요청했음에도 보건복지부는 묵묵부답이다. 전국에 치매안심센터는 250여개에 달하는데 뇌전증지원센터는 단 한곳도 없다"며 "뇌전증 환자가 정부로부터 소외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뇌전증학회는 전체 뇌전증 환자의 약 30%를 차지하는 약물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에게는 뇌전증 수술은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뇌전증 수술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뇌전증이 발생하는 원인 뇌부위를 정확하게 진단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정확한 검사 장비가 뇌자도(MEG, magnetoencephalography)다.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에는 수십대가 있어서 뇌전증 환자들을 위해 사용되고 있으나 한국에는 한대도 없다. 또 뇌를 열지 않고 작은 구멍만 뚫고 뇌전증 병소를 제거할 수 있는 내시경 레이저 수술장비가 한국에는 한대도 없다. 미국에서는 환자들이 쉽게 수술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두개골을 열고 하는 수술은 줄고 내시경 레이저 수술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 수술을 받기 위해서는 외국에 나가야 한다. 그 외에도 두개골을 크게 열고 특수 전극을 삽입하는 기존 뇌전증 수술을 대신 최근에는 두개골에 여러 개의 2mm정도의 작은 구멍을 뚫고 침전극을 삽입하는 삼차원뇌파수술(StereoEEG)이 미국, 유럽 등에서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필요한 ROSA 로봇 장비가 국내에는 한대도 없다. 최근 2명의 뇌전증 환자들은 뇌자도 검사를 받기 위해 일본 교토대학병원을 방문해 검사를 받았는데 한 환자당 비용이 500만원에 달한다.

뇌졸중과 치매는 정부의 예산지원이나 국가책임제를 통해 정부의 재정적, 법적 지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뇌전증에 대한 정부지원은 거의 전무하다. 국회의원들은 뇌전증의 열악한 정부 지원 상황을 들으면 모두 3대 신경계 질환 중 하나인데 어떻게 그렇게 소외될 수 있냐고 놀란다.

학회임원진들은 "중증 뇌전증 환자들은 길거리에서 쓰러져서 다치고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 정부는 치료가 필요 없는 경도인지장애의 뇌 MRI를 위해 수천억을 지원하는데 이 보다 훨씬 더 중하고 치료가 시급한 뇌전증 환자들에게는 지원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국내 뇌전증 의료환경을 선진국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뇌전증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고 ‘뇌전증지원법 제정’ 이 절실하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한편 이번 국제학술대회에는 국내뿐만 아니라 아시아, 유럽, 미국 등에서 뇌전증 최고 전문가들이 초정됐으며, 특히 유전성 뇌전증(genetic epilepsy)의 분자유전학적 이해와 새로운 표적치료, 국소 피질 이형성증(focal cortical dysplasia)의 유전자 이상 및 치료 적용에 대한 특별강연이 마련됐다. 또 삼차원뇌파수술(stereoEEG) 및 로봇수술, 레이저 내시경수술 등 새로운 뇌전증 수술적 치료 기법이 소개된다. 특히 인공지능을 활용한 뇌전증 치료의 현재와 미래를 집중 조명해 국내외 전문가들이 활발히 토의할 예정이다.

대한뇌전증학회 권순학 회장은 “이번 국제학술대회 개최를 통해 뇌전증의 원인 규명, 새로운 진단 및 치료 옵션에 대한 학술적 성과를 나누는 것 뿐만 아니라 많은 뇌전증 환우들의 사회적 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