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전 항암-방사선 치료 후 '항문 근접 암 크기' 줄인 뒤 완전 제거
항문 3~4㎝ 이내에 하부 직장암 환자, '항문 보존율 95% 이상'
김범규 교수 "로봇수술, 환자 회복 속도 빠른데다 치료 효과적"
[보건타임즈] # 46세 직장인 김00씨는 치핵에 의한 항문 출혈로 진찰을 받은 결과, 상당기간 진행된 암 덩어리가 항문 바로 위에서 만져지는 '직장암'으로 진단됐다. 김씨의 직장암은 항문에 매우 가까이 위치, 항문을 살리는 수술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김씨의 사례처럼 직장암 환자의 일부는 우리나라 국민의 정서나 사회 통념상 자기의 장기를 대신할 인공 항문을 다는 것을 극도로 꺼려해 암덩어리를 제거하면서 과연 항문을 보존할 수 있을지 가장 크게 우려, 직장암 수술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이에 중앙대병원 대장항문외과 김범규 교수(사진)의 도움을 받아 직장암 환자의 수술시 항문을 보존할 수 있는 최신 치료방법을 알아봤다.
대장은 항문에서 약 15㎝ 이내의 곧게 뻗은 직장과 이외 부위 결장으로 나나뉜다.
직장은 배변 시 대변을 배출시키는 역할을 한다.
직장암 수술을 받게 되는 경우 암의 발병부위가 항문과 가까워 대변이 가늘어지거나, 잔변감, 혈변, 점액성 대변 등 변화가 불가피해 수술 시 배변기능을 감안한 근본적인 치료를 고려하게 된다.
김 교수는 "과거 직장암 수술이 많지 않았던 때는 직장의 하부에 암이 발병하면 암덩어리는 물론 뿌리까지 아예 제거하는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 복부와 회음부를 절개한 후, 항문을 포함한 직장의 일부 국소적인 림프절까지 무조건 잘라내는 복회음절제술을 해야 해 환자로선 영구적으로 인공항문를 달고 살아야 했지만, 최근엔 수술 기술과 보조 항암 약물치료, 방사선 치료의 발달로 점차 항문에 가까운 암도 일정거리만 확보되면 배변기능을 하는 괄약근을 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암덩어리를 제거하는 복회음절제와 같은 치료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최근 직장암의 표준 치료는 수술 전 항암-방사선 치료를 먼저 하게 되며 약 5~6주간 시행한다.
이를 통해 수술 전에 먼저 항문 주변의 암세포의 크기와 수술 부위에 발생할 수 있는 국소재발률을 줄임으로써 병기를 낮춘 뒤 항문을 보존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이후 약 8주간의 안정기를 지낸 뒤 수술에 들어간다.
수술 방법은 환자의 암 상태에 맞춰 복강경, 개복, 로봇수술을 적절하게 선택, 활용해 시행하게 된다.
과거, 불가피하게 직장암환자에 흔히 적용했던 복회음절제술은 항문 괄약근을 모두 제거한 뒤 아랫배에 영구적으로 인공항문(장루)을 만들어 넣음으로써 배변하게 한다.
이 수술은 외관상 미용적인 측면이나 환자의 삶의 질을 모두 떨어뜨리는 등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의학이 발달하면서 수술 전 효과적인 항암-방사선 치료와 다양한 최신 수술 방법 등의 도입으로 점차 항문 보존술식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 중앙대병원 자료에 따르면 중, 하부 직장암환자에 시행한 복회음절제술의 비중이 34.8%에서 7.4%로 감소했다.
국내 또 다른 연구결과에선 암 종양이 항문에서 3~4㎝ 이내에 자리잡은 '하부 직장암' 환자에 배변기능을 유지하게 하는 복강경 괄약근간 절제술을 실시, 항문 보존율이 95% 이상 높아졌다.
이렇듯 국내 중/하부 직장암환자를 상대로 한 수술 항암-방사선 치료 이후 시행하는 복강경 수술의 안전성이 입증되고 있다.
게다가 복강경 수술은 전통적인 개복수술과 비교해 절개부위가 작아, 미용적 측면과 함께, 수술 후 통증이 적어 회복이 빠르다.
이런 장점의 '복강경 괄약근간 절제술'은 배변 기능의 외괄약근을 보존하면서 암 종양만 선별적으로 제거함으로써 항문을 살릴 수 있는 수술 방법으로 최근 많이 시행되고 있다.
김 교수는 "과거 개복 수술을 할 당시 배뇨 기능을 보존하면서 수술하는 것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복강경 수술과 로봇 수술을 시행하면서 수술 시야가 7~10배 확대돼 출혈이 거의 없이 자율신경을 살릴 수 있는 것은 물론 항문 괄약근까지 충분히 확인할 수 있게 됨으로써 항문에 아주 근접한 암이라도 문제의 종양을 제거하는 동시에 항문을 보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또 요즘엔 하부직장암이 1㎝ 이상 하방으로 종양이 확장되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안전 경계를 1㎝로 해 항문까지 퍼진 종양이 위치했더라도 괄약근을 침범하지 않은데다 대장과 연결할 수 있는 항문이 확보된다면 괄약근간 절제술과 대장-항문 문합술을 시행할 수 있다.
대장-항문 문합술은 직장암이 항문과 거리가 가깝다면 문제의 직장 전체를 잘라낸 뒤 결장과 항문 사이를 직접 연결시켜 항문을 보존하는 수술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초기 직장암은 항문으로 복강경 기구를 넣어 암이 생긴 부위를 포함한 직장 전 층과 일부 림프절을 절제, 봉합하는 '항문 경유 내시경 미세절제술'을 통해 항문을 보존할 수 있다.
로봇수술은, 복강경 수술과 달리 자유롭게 관절(로봇팔)을 움직여(540도 회전) 체내에서 수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3D 화면을 통해 정밀하게 복강 내 조직을 관찰, 정상부위를 건드리 않으면서 정밀하게 수술할 수 있어 신경이나 혈관 손상 등의 합병증을 줄일 수 있다.
여러 개의 로봇팔을 수술자 혼자 조작, 더욱 편안한 수술을 시행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개복 수술이나 복강경 수술보다 정밀수술이 요구되는 하부 직장암 환자에 접근성이 대단히 용이하다.
김 교수는 "로봇수술은 다른 수술법보다 환자의 회복 속도가 빠른데다 치료가 효과적이라는 것이 입증됐다면서 수술 중에 출혈과 수혈 여부, 수술 부위 감염, 수술 후 소변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비율이 낮은 것은 물론 더욱 정확하게 암 조직을 제거할 수 있으며, 환자가 겪는 통증이 가장 적다”며, “하지만 아직 비급여여서 비용이 비싼 단점이 있다면서 향후 건강 보험이 적용되거나 실비 보험이 확대된다면 로봇수술의 역할이 더욱 증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복강경, 로봇 수술과 같은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 과거와 달리 직장암 환자에서 항문을 보존하는 실제사례가 늘어나 항문을 보존할 수 있을지 두려워 하기보다 적극 치료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6 19:5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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