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원 교수 "건망증 심하다면 정확한 평가와 진단 받아봐야 한다"
[보건타임즈] 젊은 성인들이 심한 건망증으로 내원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일상생활을 하다가 '내가 치매아닌가?'하는 걱정을 한가득 안은 채 내원하는가하면 심지어 상담 중에 다른 병원에서 치매 검사를 받아봤다고 말까지 꺼내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스스로 불편함을 느끼거나 주변 사람들의 강한 권유로 마지못해 내원하기도 한다.
이들 환자의 증상을 들어보면, 여러 업무를 지시받았을 때 꼭 한두 가지는 빼먹는가 하면 여러 차례 지적을 받은 사항을 반복해서 실수한다.
대개는 일을 미리미리 처리하기보다는 조금 미뤘다가 한다거나 빠르게 끝낼 수 있는 일도 집중하지 못해 오랫동안 붙잡아 직장상사나 동료들로부터 자주 지적받으면서 스스로 위축돼 의욕까지 점차 꺾여 업무수행 능력이 떨어진다.
이런 환자들의 학창시절을 듣다보면 준비물이나 숙제를 빼먹을 때가 자주 있었던 데다, 부모나 선생님으로부터 지적을 자주 받은 사례가 많다.
또, 공부에 집중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거나 좋아하는 과목은 열심히 잘했지만 싫어한다든지 관심 없는 과목엔 아예 몰두하지 못해 아예 포기해버렸다고들 회상한다.
순천향대부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지원 교수(사진)는 "대개들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 'ADHD'는 아동·청소년기에 나타나는 질환이라고만 알지만, 상당수가 성인기까지 증상이 지속된다"며 "아동기 때 나타나는 과잉행동 증상은 비교적 완화되는 반면, 부주의 문제가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요즘은 ADHD가 널리 알려져 어려서부터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지만, 지금의 30대 이상 성인들은 아동기 시절에 ADHD 진단이나 치료를 받는 경우가 흔치 않았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과잉행동이나 충동성이 두드러지지 않으면서 부주의 징후가 주로 있는 ‘조용한 ADHD’ 환자는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의 질환을 모를 수 있다.
이 교수는 "ADHD 환자라고 해 꼭 지능이 낮은 것은 아니다며 지능은 굉장히 우수한데 주의력 결핍으로 기능상의 어려움을 겪거나 지산의 인지능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며 "부주의 증상 이외에 계획적이지 못한 충동적인 소비성향, 감정조절 어려움, 잦은 분노 폭발, 자해, 음주 문제 등도 성인 ADHD에서 흔한 증상"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늦은 나이에 진단받은 성인 ADHD 환자라도 치료를 시작하면, 전과는 확연히 다른 자신을 경험하게 된다.
이 교수는 "치료를 받으면서 부주의 증상뿐만 아니라, 우울증이나 감정 기복, 수면 문제, 충동 조절 어려움도 같이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며 "자존감이 회복되면서 삶에 대한 의욕이 향상돼 노년기에 접어들지 않았는데 심한 건망증을 앓고 있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만나 정확한 평가와 진단을 꼭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6 22: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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