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집 회장, 방상혁 상근부회장 등 집행부 '삭발강행' 강력반발
의료계, 재판부 판결에 '정면대응촉구 등 반발분위기' 빠르게 확산
"의료특수성 무시한 판결‥의사, 전지전능한 신 아니다"
[보건타임즈] 의협이 최근 '횡경막 탈장과 혈흉'에 따른 저혈량성 쇼크로 사망한 환자를 진료했던 의료진에게 실형을 선고하며 법정 구속한 판결에 반발하고 있다.
이에 의협 집행부 최대집 회장, 방상혁 상근부회장은 1심에서 법정구속을 선고한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재판부를 상대로 판결에 부당함을 알리는 삭발(사진)을 강행하는 등 강력대응에 나섰다.
의료계 내부에선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는 "의료행위의 특수성, 한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의학적으로 불가피한 나쁘게 나온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의사에게 전가시킨 매우 부당한 결정"이라며 25일 오전, 최대집 회장과 방상혁 상근부회장은 1심에서 법정구속을 선고한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앞에서 삭발시위를 벌였다.
이날 의협은 "의료의 전문가 의사로선 자신의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쏟아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해도 때에 따라 의학적으로 풀어낼 수 없는 불가피한 위험을 닥치거나 회피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생명을 다루는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이번 판결이 상급심에서 바로잡아지지 않을 땐 이를 우려한 의료인으로선 향후 응급환자를 단순히 상급의료기관으로 전원 조치함으로써 주의의무만 하게하는 방어 진료를 양산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협은 "이 사건 재판부의 진료의사에 대한 법정구속 판결은 의사인권에 대한 사망선고나 다름없다"며 의료행위를 하는 의사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는 사법기관의 안이한 판결태도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의협은 "최근 의료과오 사건에서 의료진에 손해의 책임을 100% 묻는 배상판결을 하거나 진료의사를 구속하는 사건이 이어지는 현실을 개탄한다"면서 "환자의 위독한 생명을 다루는 의료분야이기에 언제든 업무상 과실이 발생할 수 있음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법부의 판단이 과연 정의에 합당한가(?)"를 따져 물었다.
의협은 "의료행위가 침습적이며 의료진 자신이 지켜야 할 상당한 주의의무를 다하더라도 환자의 특이한 체질이나 원인을 알 수 없는 제3의 요인에 의해 얼마든지 생명과 신체에 나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 특성이 있다"면서 "업무상 과실에 따른 결과만 근거로 실형을 선고해야 한다면 형평성에 맞게 타 전문가직역에도 같은 잣대를 들이대야 맞다"며 비판했다.
의협 최대집 회장은 "최선을 다해 의료행위를 해도 결과가 좋지 않을 수 있는 것이 의료의 본질적 한계다면서 초기부터 발견하기 어려웠던 횡경막탈장으로 발생한 나쁜 결과만으로 의료의 본질을 외면한 채 금고형을 선고한 이 엄중한 사태에 의협으로선 절대 묵과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회장은 "의협은 여러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대화와 협상을 취해왔다. 그러나 여전히 국회에선 수십 건의 의사면허 정지, 취소법안 관련 법안을 발의하고 있다. 의사들에게 너무나 가혹한 현실이다. 의사들에게 의무와 책임을 요구하는 환경에서 우리사회가 의사들을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이 맞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들 정도라면서 우리 사회와 정부, 국회, 검찰 법원, 언론 등이 의료계를 짓밟아가며 비난하고 모욕과 폄훼하는 등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가 의료계로선 대응차원에서 오늘을 시작으로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며 ‘사태’라고 부를 수 있는 일들을 예고한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삭발 항의에 참석한 이세라 의협 총무이사는 "외과 전문의로 20년 진료하는 동안 지금까지 횡격막탈장 사례는 단 한 차례 못 봤을 만큼 매우 드문 질환이다. 이를 흉부외과나 외과 등 전문의가 아닌 의사들이 알아낸다는 건 쉽지 않다"면서 "이번 사건처럼 예측불가한 일이 많이 일어나는 특성을 무시한 채 무조건 결과만 놓고 잘못됐다고 처벌한다면 의료현장을 지킬 의사는 없어질 것이며 이런 부분을 재판부가 신중히 고려해야 의료가 유지될 수 있다" 주장했다.
방상혁 상근부회장은 "의료인들의 숭고한 소명이 이 사회에서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의사들에게 전지전능함을 요구한다. 최선을 다해 환자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다가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하면 구속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며 이런 사회에서 제대로 의업을 수행할 수 없다. 법정구속은 의사인권에 대한 사망선고다. 대한민국에서 의사는 면허를 취득하는 순간부터 강제적으로 건강보험에서 정해 놓은 기준에 따라 진료해야 한다"면서 "교과서대로 진료하더라도 국가가 허락하지 않으면 불법이 된다. 이렇듯 의사들을 압박, 규제하면서 한편으로 불가피한 변수가 있을 수 있는 의료현장에서 무조건 좋은 진료 결과만 옥죄는 요구한다든지, 심지어는 의사의 과실이 없어도 환자에게 일부를 보상하게 하고 있다. 이제는 환자가 사망하면 감옥으로 가라고 한다. 더 이상 이런 환경을 방치할 수 없는 만큼 13만 의사 모두 함께 일어나야 한다"며 의료계에 단결과 행동을 촉구했다.
의협 정성균 기획이사 겸 의무이사는 "이번 의사 구속 사태는 의사들로 하여금 의료현장을 떠나게 하는 단초를 제공한 것이라면서 재판부는 각성, 의사들을 당장 석방하라"며 "너무 불합리한 현실을 바로 잡겠다"고 경고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6 22: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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