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그리스 여성 3,549명 데이터 분석'
'출산과 유산' 알츠하이머병에 미치는 영향 조사
'유산 경험 여성' 없는 여성의 절반 수준
김기웅 교수 "다산 60세 여성 주기적 인지기능 평가와 적극적 치매 예방 필요"
[보건타임즈] 여성의 다산과 유산 경험이 나이가 든 후 알츠하이머병 위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사실(그림 참조)로 밝혀져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자녀 5명 이상을 낳은 여성이 1~4회에 출산한 이보다 알츠하이머병을 앓게 될 확률이 무려 70%나 높은 것으로 드러나 전 세계 의학계를 놀라게 하는 것은 물론 큰 관심을 끌어모았다.
유산을 겪은 여성의 경우 전혀 없는 여성에 비해 알츠하이머에 걸릴 위험이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을 말한다.
대개 여성은 남성보다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위험이 높은데다 통상적으로 병리 소견에 비해 증상도 심하게 나타난다.
원인은 임신과 출산 시 겪게 되는 여성만의 급격한 성호르몬 변화가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을뿐더러 임상 양상의 남녀 차이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성호르몬의 적절한 증가는 뇌신경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지만, 임신과 출산 시 겪게 되는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등의 급격한 변화가 오히려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임신, 출산뿐만 아니라 유산도 성호르몬 변화를 겪는다.
각 상황에 따라 겪는 성호르몬 농도의 변화 양상이 달라 출산과 유산이 알츠하이머병에 미치는 영향은 상이하다.
하지만 그간 출산과 유산이 알츠하이머병 위험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조사한 연구는 흔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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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웅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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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빈 임상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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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 연구팀(공동 제 1저자 배종빈 임상강사)은 국내 60세 이상 여성 3,574명을 대상으로 여성의 출산과 유산 경험이 노년기 알츠하이머병 위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여기에 그리스 연구팀과 협력, 65세 이상 그리스 여성 1,074명의 자료를 추가해 서양 여성 데이터까지 연구에 포함시켰다.
연구팀은 이들 중에서 출산과 유산이 여러 인구학적 요인, 만성 질환, 이외 생식과 관련된 경험 등과 연관이 있을 수 있는 자궁 혹은 난소 적출 수술을 했거나 현재 호르몬 대체 요법을 받는 여성을 뺀 나머지 총 3,549명의 데이터를 조사했다.
이와 함께 이들의 나이, 교육정도, 경제수준, 직업, 만성질환(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우울 증상, 폐경 나이, 생식 기간, 모유 수유, 과거 호르몬 대체 요법 여부 등의 요소를 통제, 분석해 들어갔다.
이 결과, 5회 이상의 출산했던 여성은 1~4회 여성보다 알츠하이머병 발병위험이 무려 70%나 높았다.
혹시나 우려했던 유산했던 여성은 이를 겪지 않은 여성에 비해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절반에 그쳤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한국 여성과 그리스 여성을 서로 비교, 분석해도, 두 인종간의 출산과 유산이 알츠하이머병 위험에 미치는 영향은 유사한 경향성을 보였다.
추가로 연구진은 치매가 아닌 여성들에게서 출산과 유산이 인지능력에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하기 위해, 간이정신상태검사(MMSE)를 실시했다.
연구결과, 5회 이상 출산을 경험한 여성의 점수가 1~4회 자녀를 낳은 여성에 비해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높았다.
이에 비해 유산을 겪은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점수가 높아 상대로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낮았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치매까지 발전하지는 않더라도 5회 이상의 출산은 인지기능을 떨어뜨리며 반대로 유산 경험이 인지기능을 높인다는 사실이 입증하게 됐다.
이 연구를 이끈 김기웅 교수는 "신경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에스트로겐의 혈중 농도는 임신 후 점진적으로 증가해 임신 전 대비 최대 40배까지 올라가며 출산 후엔 수일 만에 임신 전의 농도로 돌아오게 된다"며 "실험실 연구 결과 지나치게 높은 농도의 에스트로겐은 오히려 신경 독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갑작스런 에스트로겐의 감소도 신경 독성을 유발할 수 있다"면서, "이처럼 여러 번의 출산으로 급격한 호르몬 변화를 반복적으로 겪는 것은 뇌 인지기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에 비해, 주로 임신 초기에 일어나는 유산은 에스트로겐이 경미하게 증가하는 임신 첫 세달 간 일어날 확률이 높아 이 시기에 일어나는 여성호르몬의 증가가 뇌세포를 보호해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을 줄여줄 수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특히 국내 60세 이상 여성의 5명 중 1명이 5회 이상의 출산 경험이 있는 실정"이라며, "이들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아 주기적으로 인지기능을 평가한 후 규칙적 식사와 운동, 인지능력 증진 훈련 같은 예방법을 적극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는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질환극복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수행된 한국인의 인지노화와 치매에 대한 전향적 연구(Korean Longitudinal Study on Cognitive Aging and Dementia; KLOSCAD/과제번호: HI09C1379)의 산출물이다.
이 연구논문은 미국의 저명 의학저널 신경학(Neurology)지 2018년 7월 판에 실린 후 CNN, BBC, Times, Newsweek, Telegraph 등 주요 외신의 집중 조명을 받은 바 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6 15:3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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