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 전공의 수련에 '치과교육 강화' 경고
'진료영역 둘러싼 혼란-부작용' 재판부 책임
[보건타임즈] 전국의대 피부과 교수들이 "치과의에 피부레이저 시술을 허용한 대법원의 최종판결에 충격을 받았다"면서 "의료법 상 '안면부 프락셀 레이저 등 피부과의사의 진료 영역을 침탈한 불법의료행위'는 반드시 단죄해야 한다"며 재판부에 유감을 나타냈다.
22일 전국의대 피부과 교수일동으로 보내온 성명서에 따르면 현행 의료법상 의사와 치과의사의 면허 범위가 분명한데다 교육이나 수련의 정도, 전문지식과 경험에서 차이가 명확하게 그어져 있는 것을 대법원 재판부가 아예 무시한 채 치과 교육과정 일부에 안면미용교육이 있다는 단 한가지 이유로 미용 목적 안면 보톡스 시술에 이어 프락셀 레이저 시술까지 치과의사에 허용한 것에 충격을 받았다며 현행법으론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었다고 혹평했다.
이처럼 전국의대 교수들까지 집단으로 나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치과의사의 안면 보톡스 시술과 프락셀 레이저 시술행위에 무죄를 선고, 이들에게 피부과 의사의 영역을 터 준 2건의 대법원의 판결이 지금껏 확실하게 지켜왔던 의사와 치과의사간 면허범위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것은 물론 피부과의학 교육에 차질을 주고 있다고 봐서다.
이들 교수들이 문제를 삼는 2건의 대법원 판결은 이렇다.
첫 사건은 대법원이 지난 2016년 7월 21일 눈가, 미용목적으로 미간 안면부에 보톡스 시술을 한 행위로 1심, 2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치과의사에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원심취소 판결을 내렸다.
두 번째는 같은 해 8월 29일 주름 제거, 피부 잡티제거 등 미용 목적으로 환자의 안면 부위에 프락셀 레이저 등 피부레이저 시술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 2심을 거쳐 3심 확정판결을 기다린 치과의사에 최종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은 1심에서 유죄, 2심에선 치과의사에 무죄가 선고돼 대법원의 재판에 앞서 "피부과 의사의 영역을 무단침범, 불법의료행위를 해 단죄해야 한다"는 의료계와 "치과의(醫)교육 분야의 일부"라면서 정당하다고 내세운 치과계가 서로 대처, 최종판결에 비상한 관심을 쏟아왔다.
결국엔 대법원이 치과의사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피부과를 중심으로 의료계의 반발을 불러왔다.
이에 성명서는 "사람의 인상을 좌우하며, 평생 자외선 등의 외부자극에 노출되는 안면부 피부는 다양한 피부질환이 발생, 전문치료가 매우 중요한 피부과 의사의 교유 진료영역"이라며 선을 그었다.
피부암의 경우 조기에 진단하면 90% 이상 완치, 최대한 빨리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초기엔 점이나, 잡티, 때로는 기미처럼 보여 피부과학에 의학적 전문 지식 없이는 진단이 어렵다는 게 피부과 교수의 설명이다.
이들 교수는 "이러한 악성 피부 질환을 진단하기 위해선 환자의 병력과 발생 시기, 병변의 양상, 시간에 따른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면서 "4년간의 전문의 수련과정을 통해 고도의 전문적 의학지식을 체계적으로 공부해야 하는 것은 물론 충분한 임상 경험을 갖춘 피부과 전문의를 중심으로, 의사들이 담당해야만 하는 분야"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런 필수조건이 갖춰야 치료할 수 있는 피부암 환자들을 상대로 피부과학에 전문적인 수련을 받지 않는 치과의사에게 맡겨 단순히 레이저 치료만 하다간 화근이 돼 더 악화된 후 병원을 찾는 경우가 분명히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피부 레이저 치료도 매우 전문적인 분야라는 것이다.
성명서는 "피부 레이저 시술 후 다양한 종류의 부작용이 발생될 수 있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는 비가역적인 흉터를 남길 정도의 심각한 부작용 위험을 지닌 침습적인 시술이기에 오직 오랜 수련과정에서 전문적 교육과 시술 수련을 받은 의사들에 의해 시행돼야만 한다"고 못 박았다.
성명서는 "두 사건을 최종판결한 대법원 재판부의 취지대로라면, 현행 의료법상 바로 잡아 세워놔야 할 의사와 치과의사의 면허범위가 무너져 앞으로 우리나라에선 의사면허, 치과의사면허 등 각종 면허제도의 구분은 모두 사라질 수밖에 없는 심각한 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성명서는 또 "이번 판결의 논리대로라면 의과대학에서 의사들이 치과 치료를 하는 것이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대법원 재판부의 의도대로 기존의 피부과 전공의 수련과정에 들어 있는 구강 해부, 구강 질환과 다양한 치료를 본격적으로 교육과 학술 활동을 강화해 나가겠다"면서 "앞으로 진료영역을 둘러싼 직역간의 혼란과 발생할 여러 부작용에 재판부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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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최종편집일: 2024-04-26 15:3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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