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연세의대, 피 한 방울로 '비알코올 지방간' 판별

차봉수·이용호 교수팀 "조기에 고위험군 정확하게 예측"
논문 Nature 자매지 'Scientific Reports' 최근호에 게재

[보건타임즈] 과다하게 알코올 섭취하지 않아도 간에 지방이 5% 이상 축적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간경화, 간세포암종 같은 위험한 간질환을 불러 올 뿐 아니라 심뇌혈관 질환, 당뇨병, 만성신장질환 같은 성인병 위험도를 높인다.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는 한 유무 여부를 전혀 알지 못했던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약간의 혈액 채취로 알아볼 수 있는 길(논문)이 열렸다.

차봉수 교수

이용호 교수

연세대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차봉수·이용호 교수팀은 혈액 내 존재하는'ANGPTL8(betatrophin/angiopoietin-like protein8)'의 단백질 농도를 통해 비알코올성 지방간 유무를 정확하게 가려내는 기전을 규명해내 바이오마커로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이런 판단아래 발현 기전까지 규명하기 위해 시작했다.

먼저 연구팀은 지방간 유무가 확인된 134명의 환자군(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군 96명,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아닌 환자군 38명)을 대상으로 혈액검사를 실시 니들에게서 나온 여러 지표를 서로 비교 분석해 들어갔다.
이 결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보유한 환자군은 체질량 지수를 포함한 각종 혈액지표에서 증세를 보이지 않은 환자군보다 유의미하게 수치가 높아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표 참조)

(표 ) 비알코올성 지방간 유무 혈액 지표 비교 분석

비알코올성
지방간 없음(38명)

비알코올성
지방간 있음(96명)

P값

체질량 지수/ BMI(kg/㎡)
23.4±3.3

26.7±4.1

<0.001

평균 혈당치 / HbA1c(%)
6.5±0.8

7.0±1.0

0.007

AST 효소 수치(U/I)
18.7±5.9

27.4±16.2

<0.001

ALT효소수치(U/I)
16.7±6.3

34.4±26.2

<0.001

인슐린 저항성 수치
/ HOMA-IR
1.9±1.2

4.2±3.7

<0.001

연구팀이 환자 군을 대상으로 혈중 ANGPTL8의 농도를 측정한 결과, 비만 또는 당뇨질환의 여부와 상관없이 지방간을 보유환자 군에서 높은 농도가 나타났다.
ANGPTL8의 농도수치가 지방간 증세를 보이지 않는 집단에서 0.900±0.574μg/L, 비알코올성 지방간 집단에선 1.301±0.617μg/L로 서로 다르게 측정돼 결과 치에 의미 있다(P<0.001)는 것을 보였다. (그림 1)

체질량지수(BMI Body Mass Index)를 환자 군에 적용시켜 측정한 혈중 ANGPTL8 농도도 엇비슷한 결과 치를 나타냈다.
게다가 정상, 과체중, 비만 집단은 체질량지수가 높아지는 순서대로 혈액 속 ANGPTL8 단백질의 농도 수치가 각각 0.828 ± 0.356 μg/L, 1.234 ± 0.686 μg/L, 1.271 ± 0.608 μg/L로 증가했다.(그림 2)

이와 함께 연구팀은 세포, 마우스 등 동물을 이용한 실험을 통해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에서 ANGPTL8의 발현이 증가하게 된 기전까지 밝혀냈다.
연구팀에 따르면 지방독성(lipotoxicity)과 소포체 스트레스(ER stress)는 지방간을 일으키는 주요 병인 기전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이를 적용, 간세포주를 이러한 환경에 노출시켜 ANGPTL8의 발현이 증가한 것을 입증해냈다.

이 연구를 끌어온 이용호 교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을 보유한 환자는 평소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해 잘못된 생활습관을 유지하면서 생활하다가 간경화·당뇨병·심뇌혈관 질환과 같이 심각한 합병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조기 진단을 위해선 복부 초음파나 전산화단층촬영(CT 검사) 같은 고비용 소요 영상검사를 시행하거나 간 조직 일부를 직접 떼어내 살펴봐야 하지만 이를 감당할 환자들의 부담이 만만치 않다"며 "이번에 ANGPTL8이 혈액 내 바이오마커로 지방간질환 예측과 진단에 정확도를 높여 줄 수 있다는 것을 찾아냄으로써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보유유무를 미리 찾아내 사전에 치료할 수 있는 길을 열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연구를 통해 혈액 내 ANGPTL8이 간에서 분비되는 헤파토카인의 조절 기전으로서 소포체 스트레스의 역할을 규명하게 됨으로써 혈액 내 바이오마커로 지방간질환 예측과 진단에 정확도를 높여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덧붙였다.

최근 미국 오바마 정부의 추진 정책으로 주목을 받는 정밀 의학(precision medicine) 분야가 활성화 되면 ANGPTL8과 같은 여러 유용한 혈중 바이오마커를 활용한 측정으로 지방간 질환 진단 정확도가 더욱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연구는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진흥원 프로그램 '세계의생명과학자 선도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이 연구 논문은 Nature 자매지 Scientific Reports(인용지수=5.578) 최근호에 '지방간질환 예측 가능한 혈액 내 바이오마커 발굴과 발현 기전 규명(Association between betatrophin/ANGPTL8 and non-alcoholic fatty liver disease: animal and human studies)'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