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박린 교수 "자각 증상 없는데다 점, 결절로 보여 정확한 진단"
[보건타임즈]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란 작품으로 유명했던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75세로 지난 15일 오후 10시 타계한 뒤 사인이 피부암의 일종 악성 흑색종으로 알려지면서 경계해야 할 병으로 경종을 울렸다.
故 신 교수는 열흘 전부터 병세가 악화되면서 끝내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2014년 중반에 암을 발견한 고인은 같은 해 가을 성공회대에서 마지막 강의를 준비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2015년 출간된 담론이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됐다.
그는 악성 흑색종에 고통을 받아가며 생의 막판까지 '공부'를 놓지 않았다.
이처럼 생명을 위협하는 피부암 중 가장 위험하다는 ‘악성 흑색종’ 환자가 지난 4년간 33.4% 늘어나 경계를 늦춰선 안 될 것 같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피부암 가운데 가장 고약한 악성흑색종 환자는 2009년 2819명에서 5년 사이 2013년 3761명으로 33.4%나 늘었다.
2013년을 기준으로 잡아 우리나라 인구 10만 명당 3명이 악성흑색종 12명은 기저세포암 등 다른 피부암에 걸린 셈이 됐다.
악성 흑색종은 피부나 점막에 있는 멜라닌 세포에서 발생하는 암이다.
피부암 중 가장 악성도가 높은 것이 악성 흑색종의 특징이다.
악성 흑색종의 20~50%는 검은 점에서 발생하며 검은 점이 갑자기 새로 생긴다든지 검은 점의 모양이나 크기, 색깔이 변하거나 따가움, 통증이 생기면 반드시 한번쯤은 의심해봐야 한다.
이 암은 백인에게서 비교적 흔하며 동양, 아시아인에게선 과거부터 매우 드물다.
서양에선 최근 흑색종의 발생빈도가 현저히 증가하고 있다.
국립암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서양보다 발생률이 낮지만 점차 서서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나이가 증가할수록 발생빈도가 높아져 19세 이하에서 매우 드물지만 20대부터 조금씩 늘어나 40대 이상에선 급증하는 양상을 보인다.
흑색종의 발생 원인은 유전요인과 자외선 노출과 같은 환경요인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흰 피부와 푸른 눈, 금발이나 붉은 털을 가진 사람이 야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경우 특히 흑색종의 위험이 커 자외선 노출에 주의해야 한다.
많은 수의 점이 있는 경우 흑색종의 빈도가 증가하며 26%정도 색소성 모반에서 흑색종이 발생된다고 연구보고가 있다.
이에 논란이 있지만 한 연구에서 거대선천멜라닌세포모반(태어날 때부터 있는 10㎝ 이상의 큰 모반)의 2.3%에서 흑색종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동경희대병원 피부과 유박린 교수(사진)는 "흑색종은 환자가 스스로 느끼는 자각 증상이 없는데다 평범한 점이나 결절로 보여 정확한 진단을 위해선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며,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은 점이 새로 생긴다든지 이미 있던 색소 모반의 크기가 갑자기 0.6㎝ 이상 커진다거나, 모양이 불규칙하며 비대칭적으로 변한다든지 위의 임상사진처럼 색조가 균일하지 않을 때 악성화를 의심해야 한다.
유 교수에 따르면 피부에 처음 발생하는 흑색종은 모양, 발생양상, 분포 등의 특성에 따라 4가지 임상조직학적 아형으로 나뉜다.
첫째가 말단흑색점흑색종이다.
이 암은 손발, 특히 손바닥이나 발바닥에 많이 발생하는 아형이다. 동양인의 흑색종 중 가장 흔한 유형이며, 비교적 고령(평균 65세)에 발생한다.
두 번째는 결절흑색종이다.
이 암은 처음부터 결절 상태로 발견돼 급속히 성장하는 유형이다.
신체 어느 부위나 발생할 수 있으나 특히 몸통과 두경부에 잘 생기며, 다양한 모양으로 생긴다.
세 번째는 표재확산흑색종이다.
서양에서 가장 흔한 유형이며 우리나라엔 정확한 통계가 없으나 아주 드물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엔 국내에서조차 드물지 않게 발견된다.
이 암은 비교적 젊은 나이 50대 초반에 호발하며 남성에게는 등 윗부분에 잘 생기다.
여성은 정강에 잘 생긴다.
네 번째는 악성흑색점흑색종이다.
이미 존재하던 악성 흑색 점에서 발생한 흑색종을 말하며 한국인에게는 드물다.
60~70대의 노인의 얼굴에 잘 생기며 불규칙한 경계를 보이는 갈색반으로 시작해 수년에 걸쳐 서서히 주변으로 퍼져커다랗고 다양한 색조를 띠는 색소반을 이룬다.
치료로는 수술로 완전히 절제하는 것이 기본이다.
전이가 많아 진단 시 전신을 검사하기 위해 다양한 방사선학적 검사, 핵의학적 검사가 필요하다.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경우엔 항암화학요법은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
중 위험도 이상 환자에게는 인터페론치료가 권장되고 있다.
의심되는 병변이 있을 때 정확한 진단을 위해 조직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표재확산흑색종에선 자외선 노출과 흑색종 발생의 연관성이 인정되며 과도하게 햇빛에 노출하는 것은 피한다거나, 자외선차단제를 적정용량 바르도록 한다.
유 교수는 "악성 흑색종은 대개 식별하기가 매우 어려운데다 발견하더라도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되거나 악화된 상태인 경우가 많다"면서 "림프관이나 혈관을 따라 뼈, 폐, 간 등 어떤 기관들로도 전이될 수 있어 조기에 발견,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6 22: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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