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미국여배우 안젤리나 졸리(사진/영화 쏠트 홍보차 방한당시)가 암이 발견되지 않은, 멀쩡한 유방을 절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숱한 화제를 뿌렸다.
그가 받은 수술은 유방재건 수술 전에 시행, 유두결손에 대비한 유두지연술이다.
유두지연술은 유방절제술을 받기 2주전에 유방조직을 떼어낸 다음 옆의 피부로부터 혈류를 공급을 받아 유지하는 수술이다.
그가 이런 결정을 고심 끝에 내렸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는 단 한 가지 유전적 감수성을 우려했을 것이라는 거다. 유전적 감수성이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가 어떤 병에 취약해, 병이 잘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안젤리나는 BRCA1 유전자를 보유한 자신이 출산한 아이에게로 유방암이 유전될 확률이 50%에 가깝다는 의학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배우는 검사를 통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특정 유전자가 유방암에 취약한 것을 알게 됐다. 덕분에 예방적 수술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안젤리나는 과거 엄마와 이모를 유방암으로 잃었던 아픔을 겪었다.
이 처럼 BRCA유전자는 돌연변이가 발생할 경우 유방암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60~80%라는 높은 확률을 가졌다.
안젤리나는 입양한 4남매와 자신이 낳은 3남매이외에 뱃속에 든 아이까지 8남매를 두게 될 엄마다.
이 배우의 이야기가 전 세계에 타전되면서, 우리나라도 암 유전자를 확인하는 검사가 있는지 문의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하지만 이러한 검사가 아직까진 진료 현장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진 않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신동욱 교수와 국립암센터 암정책지원과 박종혁 과장(사진 왼편부터) 연구팀은 2011년 암환자·가족 990쌍을 대상으로, 암 유전자 확인 검사가 지금보다 보편화된다면 진단에 암환자와 가족이 어떤 생각, 반응을 보이는 지를 조사 분석한 연구결과(논문/ ☞ http://www.bktimes.net/data/board_notice/1396833077-24.pdf)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연구팀은 환자가 치료 받고 있는 암의 유전적 정보를 알 수 있는 검사가 있다고 가정할 때, 환자가 검사를 받는 것에 동의할지를 물었다.
이 결과 대부분의 환자(87%)와 가족(86%)은 동의했다.
그러나 환자와 가족을 한 단위의 가정으로 봤을 때, 가정 22.5%에서 환자는 동의하지만 가족은 그렇지 않았다.
반대로 가족은 바라지만 환자는 그렇지 않아 서로 의견이 불일치했다.
가족 중 유전적 정보에 가장 민감할 수 있는 직계 가족(자녀, 형제)이 검사를 받는 것엔 다수의 환자(92%)와 직계 가족(83%)은 좋다는 답변을 내놨다.
하지만, 22%의 가정에선 환자와 직계 가족 간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환자가 암감수성이 있다’는 검사 결과를 확인했을 때, 이를 다른 가족 구성원에게 알릴 생각이 있는지도 물었다.
이에 거의 모든 환자(93%)와 가족(93%)은 검사 결과를 말해야 한다고 여겼지만, ‘누가’, ‘언제’, ‘누구에게’ 말할 지에선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누가’ 말할지에선 66%의 환자와 가족(각각)이 환자가 검사 결과를 숨길 때 의료진이 나서 환자의 동의 없이 가족에게 알려야 한다고 봤다.
이와 달리 42%의 가정에선 양측 간의 의견이 엇갈려 환자와 가족은 물론 의료진에게도 심각한 갈등의 요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암의 유전적 감수성에 대한 정보는 매우 민감하다.
환자와 가족은 서로의 삶에 미칠 영향을 걱정해, 유전적 감수성의 이야기를 잘 꺼내지 않는다.
의료진도 환자가 바라지 않다면 어떤 말하기가 쉽지 않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사회적 논의가 부족하다는 연구진의 시각이다.
신동욱 교수는 “환자가 암 유전자를 확인하기 위해 검사를 하고, 결과를 가족에게 알리는 과정에서, 환자와 가족 간 갈등이 생길 수 있다”며 “앞으로 검사가 진료의 일부로 보편화 된다면 서로의 갈등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향후 검사로 생길지 모를 가족 간 불화와 윤리적인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박종혁 과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짧은 암 진료 환경에선 환자와 가족 모두의 의견을 모두 반영한 치료 계획을 세우기가 쉽지 않다”며 “앞으로 이 과정에 가족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서로에게 최선이 될 수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우리나라의 가족문화 특성을 고려한 암 진료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저명 국제학술지 ‘임상유전학(Clinical Genetics)誌’에 발표됐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6 22: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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