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 황희-김헌민 교수팀, ‘플루나리진’과 ‘토피라메이트’ 비교 발표
‘유럽소아신경학회지(European Journal of Paediatric Neurology)’에 게재
# 분당에 거주하는 김남희(36세, 주부)씨는 최근 딸아이와 병원을 찾았다가 담당의로부터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됐다. (사진/이미지)
개학하고 난 뒤 부쩍 ‘머리 아프다’, ‘메스껍고 어지럽다’는 딸아이의 증상이 전형적인 ‘소아 편두통’이라는 진단을 받게 됐던 것이다. 김 씨는 평소 별다른 증상이 없던 아이가 개학을 앞두고는 아프다고 말을 해 ‘꾀병 부리지 말라’고 다그쳤던 것이 미안해졌다.
게다가 두통을 호소하던 아이가 언제 그랬냐는 듯 1시간도 채 안 돼 평소상태로 돌아와 부모들이 이를 ‘꾀병’으로 여기기 쉽다.
하지만, 소아 편두통은 통증이 짧은 기간에 지속되다가 멎는 증상이 특징이다.
이 경우 개학 후 두통을 호소하는 아이를 무작정 꾀병으로 몰아 넘겨선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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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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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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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뇌신경센터 김헌민 교수(소아청소년과)는 “학동기(소아청소년기)의 편두통은 성인에게서 나타나는 증상과 달라 주의 깊게 관찰해야한다”며 그대로 방치하다간 집중력이 낮아져 학업에 지장을 줄 수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 심한 제약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증상이 악화되면 만성두통에 시달릴 수 있다”고 밝혔다.
학동기 편두통 ‘양쪽 머리’서 나타난다
‘복통-어지럼증’ 또는 ‘오심-구토’ 함께 동반‥‘전문의 진료’ 고려
소아청소년기의 편두통은 성인과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
성인은 한쪽 머리만 아픈 반면, 소아는 양쪽이 모두 아플 수 있다.
대개 편두통은 머리의 한쪽에서 나타나는 두통을 가리켜 가정에서 소아 편두통을 알아채기 쉽지 않다.
또 다양한 증상을 한꺼번에 호소하기도 한다.
토할 것 같은 느낌(오심)과 함께 구토를 동반하는 사례가 흔하다.
드물게는 두통 없이 어지럼증(현훈)만 나타난다. 어떤 경우엔 눈앞이 뿌옇게 또는 겹쳐 보이며, 아지랑이 혹은 섬광 같은 시각 증상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두통 지속시간도 성인에 비해 짧다.
소아청소년기에게 나타난 편두통은 한 번 발생하면 길게는 4~72시간가량 지속되는 성인과 다르게 1시간 정도 짧게 나타날 수 있다. 통증이 짧게 생겼다가 없어지는 양상이 반복돼 꾀병으로 오해하기 쉽다.
진단 기간 ‘평균 1년 4개월’ 문제
편두통 아동 60.8% ‘일상생활에 심한 지장’
분당서울대병원 뇌신경센터 황희, 김헌민 교수팀이 2005년 1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두통으로 내원한 학동기 아동(6세~18세) 475명을 조사한 결과, 심한 두통이 발생한 시점부터 꾀병으로 착각, 병원을 늦게 찾아와 진단이 나오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1년 4개월로 나타났다.
길게는 7년이 걸린 사례도 나왔다.
문제는 이 기간 동안 일상생활에 심각한 제약이 따른다는 것에 있다.
외국의 경우 편두통 진단을 받은 아동의 60.8%는 ‘일상생활에 심한 지장이 있었으며’지장이 없는 경우는 6.2%에 불과했다.
황 교수는 “소아 편두통의 25%는 1달에 1번꼴로 나타나 대부분은 1달에 1~4일 동안 통증을 겪게 돼 일상생활에 많은 제약이 따르게 되며, 학교 결석이나 조퇴로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해 학업 성취도가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며 “아이가 계속 두통을 호소한다면 진료를 통해 추가검사가 필요한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약물 치료 ‘효과적’‥‘체계적인 관리’ 필요
예방적 약물 처방으로 ‘삶의 질’ 향상
‘80%’ 개선‥심하면 ‘뇌척수액→CT, MRI 검사’ 고려
편두통은 기본적으로 의사의 임상적인 문진과 진찰에 의해 진단된다.
머리 한쪽만 아프다고 해 무작정 편두통이라고 속단, 진단을 내리지 않는다.
편두통은 일종의 만성질환으로 봐 통증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지가 중요하다.
만약 두통이 심하다면 뇌척수액 검사를 비롯해 추가 영상 촬영(CT, MRI) 등의 검사를 고려한다.
편두통으로 확진되면 생활 습관의 개선과 급성 두통의 약물 치료를 시작하게 된다.
환자는 수면 부족을 피하면서 적절한 운동과 끼니를 거르지 않는 바른 생활 습관을 유지해야하며 두통을 악화시키는 음식이나 과다한 카페인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다.
두통 급성기 치료에서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이런 생활 습관 개선과 함께 최대한 빨리 가장 효과적인 약을 적정 용량 복용시키는 것으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반면 증상이 한 달에 보름 이상 계속 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너무 심한 두통으로 학업 등 일상생활에 제약이 심하다면 매일 소량의 약물을 자기 전 복용하는 예방적 약물 치료를 하게 된다.
이중 50~80%는 증상 개선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런 체계적인 관리와 치료를 통해 통증을 완화시키면서 두통의 빈도와 강도, 지속시간을 줄이는 것으로 편두통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최근 황 희, 김헌민 교수팀은 예방적 약물의 치료효과를 비교한 논문을 발표했다.
각기 다른 예방적 약물 요법을 처방 받은 475명의 소아편두통 환자를 대상으로, 기존의 고전적 예방약제 ‘플루나리진’과 최근 사용하기 시작한 ‘토피라메이트’ 저용량 요법의 효과를 비교했다.
이결과, 두 가지 약제 모두 80% 이상의 환자에서 두통이 없어지거나 50%이상 감소하는 증상이 개선됐다.
환자를 학동전기, 학동기, 청소년기로 세분화시켜도 같은 효과를 나타냈다.
이 연구는 토피라메이트 저용량 요법의 효과를 알아보기 위한 목적에서 시행됐다.
이 연구를 통해 연구팀은 최근 약제가 고전적 예방약제에 비해 치료성적이 떨어지지 않으며 부작용도 높지 않아, 많은 양의 약물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두통은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규명해냈다.
황희, 김헌민 교수팀은 “기존의 혈관 수축 기전에 작용하는 고전적 예방약제 이외에 신경 전달 물질을 조절하는 새 약들의 효용성에 대한 보고들이 있었지만, 이 새로운 약제가 소아청소년 환자에게 실제 유용성이 있는지가 거의 알려진 바가 없었다”며 “이번 연구 결과로 예방적 약물 처방 선택의 폭이 넓어져, 좀 더 효과적인 편두통 치료가 가능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소아신경학계 권위 학술지 유럽소아신경학회지(European Journal of Paediatric Neurology) 최근호에 실렸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6 22: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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