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정위가 의약품도매업체의 약 공급요청을 거부한 녹십자에 시정명령을 내려 눈길을 끈다.
녹십자가 독점 생산하는 의약품의 공급을 거절하는 것은 불공정행위라는 것이다.
공정위는 "녹십자가 도매상이 공급을 요청한 정주용 헤파빅(10㎖)을 거절한 것은 상거래상 불공정행위에 들어간다"며 "시정명령을 부과키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 사건은 2010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의약품 도매상 00업체가 구매입찰을 통해 서울대병원과 1년간 헤파빅 3만3600Vial을 보험기준가 24만 8,000원보다 2.3% 할인된 24만 2,296원에 납품키로 계약을 체결한 뒤 녹십자에 수차례 걸쳐 공급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이에 00도매업체는 계약한 납품일자를 못 맞추게 되자 임의방편으로 다른 도매상을 통해 물량을 우회적으로 조달에 나서 입찰 때 서울대병원에 써낸 낙찰가 24만 2,296원보다 비싼 24만 8,000원에 사다가 서울대병원에 넘겨줘야하는 손해를 보게 됐다.
이 업체로부터 수령할 물량을 받지 못한 서울대병원은 부족분을 다른 공급처로부터 낙찰가격보다 비싼 24만 7,760원에 사들여 사용하게 됐다.
결국 이 업체는 차액을 떠안게 됐으며 납품지연을 하게 돼 계약위반으로 배상금까지 물게 됐다.
이로써 이 업체는 녹십자의 의약품공급거부로 입은 피해 손해액은 1억 5000만원에 이르는 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녹십자가 이 업체의 요청을 거절한 이유는 생산한 물량이 제한돼 추가공급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를 공정위가 바라본 시각은 달랐다.
녹십자의 사정은 상거래 상에 정당한 거절사유가 못 된다는 거다.
공정위는 전년도 초과생산량이 6만3622Via에 이른데다 제약 없이 물량을 조정할 수 있는 여건이었으며 수시로 소량을 공급하는 방식을 채택했던 과거의 유통전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공급여력이 있다고 보여져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1호(거래거절)에 저촉된다면서 독점 생산하는 의약품을 공급하는 녹십자로선 의약품 도매상의 공급요청을 부당하게 거절한 것이어서 불공정행위로 판단,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다만 녹십자가 부당이득을 얻었거나 거래 상대방이 입은 피해가 크지 않았으며 향후 금지명령으로도 공정거래법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데다 유사 심결례 등을 고려해 과징금 부과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으로 제약업체가 도매상 위주로 짜여진 의약품 유통시장에서 공급을 억제하거나 약값에 영향력을 행사하던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5-01 06:4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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