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사회인 야구대회 경기 중 의식을 잃고 쓰러진 한 직장인이 상대팀 병원 직원의 심폐소생술로 생명을 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화제다.
사고는 지난달 23일 일요일 ‘봉황기’ 전국 사회인 야구대회가 벌어진 신월동 한 야구장에서 터졌다.
당시 우리금융그룹 계열사 우리에프아이에스(이하 우리FIS)와 세브란스병원의 야구동호회간의 경기가 진행 중이었다.
2회 말 세브란스가 4:1로 이기는 상황인데다 투아웃에 만루찬스를 잡은 우리FIS는 공격 중이었으며 사고당사자 우리FIS의 정민석 씨(남, 만25세, 경기도 수원 거주)는 3루에서 홈을 넘보고 있었다.
곧 우리FIS의 안타가 터지자 정 씨는 홈으로 뛰어 들어왔고, 덕 아웃에서 마중 나와 기다리던 팀원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다가 순간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의식을 잃은 정 씨는 호흡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으며 동공이 흐려진데다 혀까지 말려 들어가는 위급 상태였다.
이 모습에 응급상황임을 눈치 챈 세브란스 야구단의 편원범(세브란스병원 환자이송팀 직원, 남, 40세), 양승국(세브란스병원 안과 망막검사실 직원, 남 41세) 씨는 정 씨에게로 달려 나가 주변에 119에 연락할 것을 요청하고는 바로 양승국 씨는 가슴 압박, 편원범 씨는 구강 대 구강 인공호흡을 시작했다.
7분쯤 지나 119 앰뷸런스가 도착했고, 응급구조사 3명은 자동제세동기(AED)를 쓰러진 정민석 씨에게 부착, 심장 분석에 들어갔다.
기계는 심정지 상태라고 알렸고 응급구조사들은 계속해서 정씨에게 2회에 걸쳐 제세동을 실시했다.
이후 정씨의 심장은 다시 뛰기 시작했지만 의식은 돌아오지 않아 같은 회사 직원과 함께 목동의 한 병원 응급실로 긴급 이송됐다.
응급실에서 의식을 찾은 정씨는 중환자실로 옮겨진 후 1주일간 각종 검사를 받게 됐으며 자신이 ‘심실세동’이라는 질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됐다.
‘심실세동’은 심실의 빠르게 움직이면서 떨림 증상을 나타내며 심해지거나 어떤 자극이 받게 되면 갑자기 심 정지까지 가는 위험한 심장질환이다.
이 질환은 발작하면 심실이 효과적으로 수축하지 못해 심박출을 전혀 하지 못한다.
즉시 치료하지 않으면 순환이 정지돼 사망할 수 있다.
게다가 2~6분 이내에 응급조치를 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뇌 손상을 준다.
야구시합 중에 심폐소생술로 겨우 위급상황을 모면한 정민석 씨는 세브란스와 인연은 계속 이어졌다.
이번엔 정씨의 상태를 검사했던 목동의 한 병원이 ‘심실세동’을 치료를 위해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정보영 교수를 소개시켜 줬던 것이다.
정 씨는 지난 달 29일 각종 검사를 받던 병원에서 퇴원과 함께 바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으로 입원했다.
1일엔 정 교수로부터 영구 부착하는 삽입형 제세동기를 시술 받았다.
주치의 정 교수는 “만약 경기장에서 세브란스 직원들의 심폐소생술을 받지 못했다면, 최악의 뇌손상을 입거나 사망할 가능성이 있었다”며 “정 씨의 경우 긴급 심실세동 환자 중 정상으로 돌아온 몇 안 되는 사례”라고 말했다.
퇴원을 하루 앞둔 2일 저녁엔 심폐소생술을 해줬던 편원범, 양승국 씨를 포함한 세브란스 야구단 팀원을 만났다.
정 씨는 “주위에서 나를 천운 가진 행운의 사나이라고 하지만 기회를 세브란스 직원들이 나에게 준 것”이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또 정 씨는 “군대에서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았으나, 나를 살리는데 쓰일 줄 전혀 몰랐다”며 “기회가 되면 좀 더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다면서 자신도 남을 위해 심폐소생술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세브란스병원은 2006년 4월부터 의사, 간호사와 일반 행정직원은 물론 입점 업체 직원, 청소부 등 전 교직원을 상대로 심폐소생술 교육을 연 1회 이상 실시하고 있다.(사진/왼쪽부터 양승국 직원, 정민석 씨, 편원범 직원)
정씨의 사례처럼 심폐소생술을 시행할 수 있는 직장인은 얼마나 될까(?)
2일 현재 질병관리본부가 한국생활안전연합에 의뢰해 직장인 3,5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심장 기능이 정지된 심정지 환자를 목격한 뒤 즉시 심폐소생술을 시행할 수 있는 직장인은 전체의 22.3%에 머물렀다.
심폐소생술이 가능한 성별 비중은 각각 남성 31.7%로 여성 14.3%의 두 배 이상 많았다.
또 연령별로는 60세 이상 고령층이 34.9%로 가장 높았으며 최근 2년간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은 사람은 39.4%뿐이었다.
심 정지 상태에서 심장의 박동을 되살리는 '자동제세동기(AED)' 활용능력은 심폐소생술보다 더 떨어졌다.
'AED를 사용할 수 있다'는 직장인은 4.6%에 불과했으며 용어조차 모르는 직장인이 44.6%에 달했다.
이러한 무지로 프로야구선수의 생명을 구하지 못한 사례가 있었다.
고인이 된 임수혁 선수의 얘기다.
임수혁 선수는 2000년 4월 18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LG의 경기도중 2루에서 쓰러졌다.
당시 그에게 다급한 것은 심폐소생술 같은 응급조치였다.
하지만 주위에 몰려든 선수들과 구단 관계자들이 모여 한 일은 신발과 양말을 벗기고 허리띠를 풀러 구급차에 태운 것뿐이었다.
결국 그는 뇌사 판정을 받아 10년간 투병생활을 했으나 의식을 찾지 못해 지난 2010년 2월 사망했다.
임수혁 선수의 사고 이후 응급조치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야구ㆍ축구ㆍ농구 등 스포츠 경기장엔 심장제세동기와 산소호흡기가 구비된 구급차가 갖춰지도록 명문화 됐다.
현장에 배치된 의료진은 심폐소생술 자격증을 갖춰야 한다는 규정도 생겼다.
이 때문에 잃을 뻔한 생명을 구한 사례가 나왔다.
2011년 5월 11일 제주종합경기장 대구FC와 제주유나이티드 프로축구 종료직전 제주소속 신영록 선수가 의식을 잃고 그라운드에 쓰려졌다.
관중들은 무슨 일인지 의야 했다.
하지만 그의 상태는 심각했다. 그는 부정맥에 의한 심장마비로 의식을 잃은 것이다.
그의 곁에 있던 선수들은 재빨리 기도를 확보하면서 현장에 파견 나온 의료진을 불렀으며 이들은 상태를 파악한 뒤 즉시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의료진은 그를 즉시 제주한라병원으로 긴급 이송시켰다.
그가 응급실에 도착한 것은 쓰러진지 12분 만이였다.
병원에 도착한 그에게 전기충격과 심폐소생술을 하자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빠르고 정확한 초기의 응급처치가 신영록 선수를 살린 것이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6 22: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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