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를 살려 준 생명의 은인이죠. 꼭 건국대병원 의료진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건국대병원 10층 심장혈관질환 병동에서 치료 중인 정양록(33)씨의 어머니 최애순(57)씨가 의료진을 향해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되풀이했다.
정씨에게 무슨 병고가 있었던 것일까(?)
사연은 이렇다.
지난 16일 저녁 건대역 근처에서 식사 중에 있던 건국대병원 황수정간호사(가명)가 화장실에 가기 위해 가게 문을 나섰다가 심정지로 쓰러져 정씨를 발견, 심폐소생술로 호흡을 돌아오게 하면서 이들의 인연은 시작됐다.
황 간호사에 따르면 가게를 나선 순간 옆 건물로 들어가기 위해 문고기를 잡아당기던 한 남자가 그대로 쓰러졌다.
바로 달려간 황 간호사는 남자의 상태를 먼저 살폈다.
남자는 얕은 호흡과 긴 호흡, 무호흡을 반복했다.
황 간호사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당시 정씨의 체인-스톡 호흡이었어요. 말기 암 환자들이 임종 직전 보이는 호흡이에요.”
황 간호사는 바로 경동맥을 짚었다. 그러나 뛰지 않았다.
심 정지를 직감한 황 간호사는 바로 심폐소생술을 들어갔다.
갑작스러운 황 간호사의 응급처지가 심상치 않아 보이자 주위에 사람들이 몰렸고 이를 발견한 동료 간호사가 심폐소생술을 함께 돕는 한편 이 사실을 건국대병원에 전했다.
이들은 응급차가 도착하기까지 10분전까지 계속 심폐소생술을 했다.
이날 저녁 8시 건국대병원 응급실로 실려 온 정씨의 상태는 심 정지였다.
곧바로 심장혈관조영실로 옮겨진 정씨는 관상동맥조영술을 통해 막힌 혈관을 뚫는 중재술을 받았다.
관상동맥조영술이란 심장의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방사선 조영제를 주입한 뒤 X선을 이용해 관상동맥을 촬영해 진단하는 방법이다. 혈관이 막히거나 좁아진 부분이 있는지를 진단하기 위한 검사다.
검사 결과 정씨는 관상동맥이 혈전으로 막혀 심근경색이 일어 난데다 부정맥으로 이어져 심장이 멈췄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정씨는 집중치료실에서 저체온 요법 등 집중진료를 받은 뒤 3일 만에 의식을 회복해 23일 일반병실로 옮겨져 남은 치료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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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양록 환자의 상태를 살펴보는 건국대병원김현중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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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치의 김현중 교수(심장혈관내과)는 “환자 정씨는 혈전용해제를 투여 받고 있으며 혹시나 생길 수 있는 부정맥을 예방하기 위해 제세동기를 삽입했다”고 밝혔다.
제세동기는 치명적인 부정맥이 발생하면 이를 감지해 인공적으로 심장에 전류를 가해 다시 정상박동으로 돌려 심 정지를 막아준다.
현재 정씨의 심장은 건강히 뛰고 있으며 MRI 촬영 결과, 뇌손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교수는 “심정지가 오면 뇌에 산소공급이 중단되면서 뇌 손상이 발생해 신체나 정신장애가 생길 수 있는데다 이 상태가 수분 동안 계속되면 사망할 수 있다”며 “다행히 현장에서 곧바로 심폐소생술로 뇌손상을 막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병원 밖에서 심정지가 발생하면, 생존할 확률은 2~3%에 불과하다. 목격자 심폐소생술(bystander CPR)을 하게 되면 생존율은 3배 이상 올라간다”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황 간호사의 심폐소생술이 정씨의 생명을 구했고 뇌손상을 막았다는 뜻이다.
황 간호사는 뉴스보도에 자신의 실명을 밝히지 말아달라며 성(황씨)나 가명 황수정 간호사로 표기해줄 것을 당부했다.
황 간호사는 매일 출근 전에 심장혈관내과 병동을 들러 정씨의 상태를 확인한다는 게 병원 측의 설명이다.
정씨는 4일 건강하게 퇴원하면서 “서울에 잠깐 들렀다가 생명을 구하고 치료와 예방처치까지 받았다”며 “황 간호사와 의료진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남겼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5-07 15:2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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