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당뇨병교실 1400회 성료‥국내 ‘최장’

임경호 교수

서울백병원 당뇨병교실은 ‘국내 현존 최장수 교육프로그램’

1983년 9월 14일 당뇨병교실을 열고 29년간을 오직 진료에만 매달려온 의사가 있다.

그가 국민의 당뇨병 치료박사 서울백병원 임경호 교수다.

서울백병원 당뇨병교실은 식사요법, 약물요법, 일상생활관리, 운동요법, 발 관리, 저혈당관리 등 당뇨병환자들을 교육하기 위해 마련된 모임이다.
서울 백병원 당뇨병교실이 지금까지 29년간 매주 1회 씩 환자들을 대상으로 모두 1,400회의 교육을 해왔다.
이 기록은 우리나라에서 현재 운영되고 있는 당뇨교실 중 가장 오랜 역사다.
임경호 교수는 4일 기자와 만나 오랜 세월동안 당뇨병교실을 지켜온 자신의 경험과 소신을 밝혔다.

▲서울백병원 당뇨병교실이 29년간 1천4백회의 교육을 마친 것을 축하한다. 29년 전만 해도 당뇨병은 흔치 않았다. 어떤 동기로 당뇨병 교실을 시작하게 됐으며 1,400회까지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해오면서 다양한 기록들을 남겼을 것 같다.

▶1983년 당뇨병 교실을 처음 시작할 때는 당뇨병이 막 늘어나는 시기였다. 한 달에 2명 정도 입원하던 때 어느 날 50-60대의 여성과 남자 환자가 발이 썩은 불편한 몸으로 병원을 찾아왔다. 당시 당뇨병을 5-8년 정도 앓아 왔던 환자는 자신의 병이 조절해야하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약만 주고 교육이 안 돼 두 사람 모두 둘 다리를 잃게 됐다.
의사로서 미안하고 창피했다. 일대일 교육은 시간적 어려움이 따라 한꺼번에 하자는 취지하에 당뇨병 교실을 운영하게 됐다. 연구차 1년 정도 미국에 가 있을 때 빈자리를 다른 사람이 채웠다.

당뇨에 숨진 학생 가슴 아팠다

▲1,400회 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남는 기억은?

▶여러 가지 일들이 많았지만 시작한지 3-4년 쯤 술에 담배를 하던 24살 정도 학생이 당뇨병 합병증으로 죽었다. 입 퇴원을 반복하다 시력이 떨어져 실명하고 콩팥도 나빠졌다. 그는 5-6년 당뇨병을 앓아왔다. 그가 숨진 뒤 찾아온 부모가 두들겨서라도 고쳐주시지 않았느냐며 울부짖을 때가 많이 슬펐다.
우스운 에피소드를 소개하겠다. 인슐린 주사 1회용이 동나 실린지(유리)에 바늘(쇠)을 끼워 소독해 썼던 시절이다.
여자환자가 퉁퉁 부어 찾아왔다. 당시는 1회용 인슐린 주사기가 처음 들어왔던 시기여서 냄비에 끓이려다 고무, 플라스틱의 유해물질이 녹은 사실을 모른 채 주사를 해 피부 밑에 발진이 생겨 병원을 찾아온 것이다.

그는 이번엔 웃고 넘어갈 수 없는 경험담을 꺼냈다.
▶사업을 하다 실패해 시골로 내려간 선배가 추운 겨울철에 자신은 발이 시리지 않았지만 불을 지핀 드럼통에 쬔 뒤 하숙집에 들어오자 인부가 생선이 썩는 소리가 난다해 양말을 벗어보니 발이 썩어 있었다는 것이다. 당뇨 환자였던 선배는 당뇨신경병증으로 아픈 것을 몰랐다. 발목까지 썩어 다리를 자른 뒤 당뇨교실에 나와 자른 다리를 보여주며 사람들과 같이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난다.

▲ 최근 당뇨병이 국민 병으로 떠오르면서 여러 병원에서 당뇨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환자들이 당뇨 관리를 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그리고 건강한 정상인도 당뇨교실을 이용할 수 있는지를 알려 달라.

▶대개 구청이나 보건소는 구체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 병원에 나와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육은 7주과정이다.

당뇨교육 받는 사람 10명 중 1명 그대로 실천하면 그게 ‘보람’

▲ 앞으로 당뇨병교실을 어떻게 운영할 예정인가.

▶처음 시작은 1천회 까지만 하자고 시작했다.
도중에 그만두고 싶은 적이 많았지만 은퇴하기 전까지는 계속할 생각이다.
은퇴 후엔 그만 둘 예정이다. 옛말에 선생의 똥은 개도 안 먹는다는 말이 있다. 그 뜻을 교육하면서 알게 됐다. 모든 당뇨병 환자들이 정상 수명대로 살았으면 하는 게 꿈이다. 현재 당뇨병 교육을 받은 사람 중 합병증이 안 생기고 10명 가운데 1명이라도 배운 대로 실천한다면 보람으로 생각한다.
동물은 먹기 위해 움직이고 사람들은 덜 움직이면서 더 많이 먹으려 한다. 자연세계에 사는 동물은 비만이 없다. 사람은 만물의 영장이면서 자연의 법칙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다.

▲ 당뇨교실을 통해 당뇨를 성공적으로 관리한 사례를 소개해주신다면,

▶지난 20년간 한 번도 당뇨병 교실을 빠지거나 건너 뛴 적이 없는 분이 있다. 그가 조용길 회장이다. 그는 당뇨병을 이기기 위해선 당뇨병이 무엇인지부터 정확히 알아야 된다며 당뇨병 관리의 왕도는 오로지 생활개선을 통한 규칙적인 생활에 있다고 강조한다.

“스테이 헝그리 정신에 움직여라”

▲ 앞으로도 당뇨병이 증가할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옛날로 돌아가야 한다. 웬만한 거리는 걸어서 다녀야하고 회식을 없애야 한다. 점심 도시락 싸들고 다녀야한다.
절대 옛날로 돌아가려 하지 않는다는 게 비관적이다.
이런 교육은 의료계가 아니라, 초중등 교육단계에서 시작해야 된다. 먹는 것을 줄이고 운동을 많이 해야 한다. 과거 대국민 강좌를 다닐 때 아이들 절대로 많이 먹게 하지마라. 엄마나 할머니에게 책임이 있다고 교육하면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는 생각에 이해시키기 가 어려웠다. 스티브 잡스가 강조한 대로 스테이 헝그리, 몸짱 열풍은 바람직한 면이 있다.

▲ 당뇨환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준다면.
▶신념과 인생의 덕목은 절제, 인내, 겸손이다. 이 말은 당뇨환자에게 적용된다. 당뇨병환자는 배고프게 살아야한다, 많이 먹지 마라. 어리석게 살아라. 버스타고 다니고, 리모컨으로 tv를 켜지 말고 설거지나 세탁기를 쓰지 말아야 한다. 손으로 하는 것은 생활 속의 운동이다. 단정한 생활을 하면 혈당을 조절할 수 있고 하는 사람들은 인생에 성공할 수 있다. 즉 자기가 목표로 하는 자아를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

요즘 약가인하를 두고 말들이 많다. 보험공단은 약값 삭감 대신 당뇨조절이 잘되면 의료수가를 깎아주면 좋겠다. 당뇨조절이 안된 경우 의료비를 많이 내게 하는 것도 건강관리에 동기부여를 줄 수 있다.

미니인터뷰 = 환자가 아니라 당뇨 가진 ‘정상인”
“의사 지시 간호사 따르라‥중요한 건 자신 의지”

엄나무회 조용길 회장

▲20년 전에 응급실을 찾았다는데 매일 인슐린주사를 맞고 있는가?

▶직장생활을 할 때는 규칙적인 생활로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그러나 퇴직 후 생활이 불규칙해지면서 몸에 이상이 왔다. 고향향우회 회장 당시 음력설에 친구들과 술을 먹고 잠이 들었다. 그러나 아침에 눈을 뜰 수 없어 백병원 응급실에 입원했다. 중환자실로 옮겨져 사흘 동안 입원했다. 그때 주위에선 사람이 죽어 나갔다. 저승 갔다 온 꿈을 껐다는 등 별 소문이 돌았다. 60밖에 안된 나이에 할 일도 많고 죽기 싫었고 사흘 후 일반병실로 갈 때 새 인생을 살아야 되겠다고 다짐했다.

당뇨병을 고치려 한다면 먼저 굳은 의지가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규칙적인 생활에 금연과 절주를 하고 투병생활을 하기 위한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스포츠 경기로 따지면 선수인 환자는 감독인 의사의 지시를 받고 코치인 약사, 간호사, 영양사가 하는 대로 열심히 따라야 한다.

▲서울백병원 당뇨병교실에서 하는 교육에 참석횟수는 ?

▶300회에서 시작해 1400회까지 교육받았다.
1년에 두 번 야유회를 간다.
비행기 기내식이나 호텔, 병원에서 밥도 먹어보고 유명한 일본 당뇨전문학자의 이론과 교육도 받았다. 서울백병원 당뇨병교실에서 교육받은 대로 관리를 하고 있다.

첫째로 식사요법이다. 제때, 알맞게, 일정한 양을 고루고루 등 3가지를 꼭 지켰다.
식사요법은 가족의 협조가 절대이다. 감독(의사), 코치(약사, 간호사, 영양사)는 물론 가족의 협조가 필요하다.
올림픽에 나가려면 준비가 필요하듯 당뇨병을 고치기 위해선 준비 없이 하면 안 된다.
이와 함께 당뇨환자에게는 혈당 측정기, 만보기, 저울, 체중계, 측정계 등 다섯 가지 무기가 준비돼야 한다.

당뇨병환자의 운동요법은 건강한 사람의 운동과는 다르다.
밥을 먹으면 혈당이 올라간다. 건강한 사람은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떨어지지만 당뇨병환자는 속도가 굉장히 느리다.
올라가는 혈당은 운동을 하면 떨어진다.
주치의의 지시대로 운동을 한 후 4개월 뒤 인슐린 48단위에서 의사의 지시로 4단위를 맞는다.

▲기억에 남는 치료과정을 알려줄 수 있는가?

▶ 인슐린을 끊자 혈당이 계속 올라간 적이 있다. 임 교수가 혈당량 통계치를 보면서 제의한대로 끊은 지 10일 만에 혈당이 조절됐다.
임 교수의 당뇨병으로 해방됐다는 말에 그 자리에서 막 울었다.
내가 4개월 동안 노력한 덕분에 당뇨병에 해방됐다. 이제는 약도 안 쓰고 진료도 안 받는다. 나는 당뇨병환자가 아니라 당뇨를 가진 정상인이다.
26년 전에 당뇨로부터 해방을 시켜준 임 박사에게 감사한다.
퇴원 후 4개월 뒤 약물요법에서 해방됐으며 당뇨병이 완치됐다.

그는 26년이 지난 지금은 50명이던 환자가 1주일에 500명이 됐다며 대학병원 안에 당뇨환자의 모임이 있고 사무실(엄나무회)이 있는 곳은 서울백병원밖에 없다면서 당뇨병을 고치려면 자신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엄나무회는 서울백병원이 20년 전 당뇨병 환자들이 서로 격려하며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별관 인당관 1층에 별도의 사무실을 마련한 것이 시초다. 엄나무회는 병원 치료환자들 모임의 대표적인 첫사례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