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性 고민 털어놓을 장치, 부족하다”

박남철 학회장

“우리사회에선 건강하고 행복한 성은 절제된 것으로 여겨 성 고민을 털어놓을 장치가 너무 부족하다. 이 때문에 도덕적으로 비난받는 성문제가 발생하곤 한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대한성학회 박남철 학회장은 17일 춘계학술대회에서 기자와 만나 “건강한 성을 알리는 제도의 결핍으로 성문제가 발생하곤 한다”며 “불법 성매매 성폭력, 임신중절과 응급 피임약, 동성연애, 장애인의 성, 남녀간성평등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면서 “학회가 나서 우리 사회가 건강한 성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도록 방법을 제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2004년 9월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성매매의 불법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상당히 강화됐다는 평가도 내놨다.

그는 “국민의 소득이 GDP 2만-3만 불인 시대에서 성매매로 이익을 얻는 그룹과 이를 반대하는 사회 그룹간의 찬반 논란이 계속될 것이지만 3만불 이상에선 선진국형의 사회적 문제 해결 구도가 적용됨으로써 성매매는 자연히 감소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전 세계에 한류 바람이 불면서 국가 이미지가 개선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국가에서 일어난 한인의 매춘 업으로 생긴 문제가 한국인과 한국 문화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와 편견으로 잘못 번질까 우려된다”며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성매매에 대한 부분과 관용이 해외부분에서 터진 것으로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자신의 임기 2년 동안 학회지의 영문화 등 학회의 학술활동을 강화하면서 성문제 예방과 성 인식 제고(사회적 이슈에 적극 대처), 국제 교류 협력 확대(2016년, 제 14회 아시아 오세아니아 성학회 유치), 회원 관리와 서비스 강화(최신 정보 제공 및 회원 교류 확대)에 힘쓸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는 사회적 이슈에 대해선 성 문제가 터진 후 봉합하는 사후대처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박 회장은 또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국내에서 노인의 성문제가 먼저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는 “인간은 남성호르몬이 뚝 떨어지고, 폐경이 와도 섹스를 하는 유일한 동물”이라며 “현재 고령자는 성교육을 받을 기회가 부족했다. 최근 노령 층에서 매독·임질 등 성 전파성질환의 위험이 높다”고 경고했다.

박 회장은 이와 함께 노인의 성과 관련된 유통기업에 한 가지를 제안했다.

그는 “발기부전치료제 개발로 남성 고령자의 성에 대한 욕구가 높아졌지만 여성 고령자의 신체는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마트의 계산대 앞에서 껌만 팔게 아니라 미국처럼 성생활을 위한 윤활제도 비치하면 좋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박 회장은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어린이에 대한 성폭력에도 관심을 쏟고 잇다.

그는 어린이에 대한 성폭력과 같은 범죄, 반복적 성 범죄자에 대한 신상공개, 감시 장치 부착, 화학적 거세에 대한 학회 내 전문가들의 입장을 정리해 보고서를 낼 예정이다.

성학회는 이를 위한 시스템을 가동 중에 있다.

“학회가 성 교육자·상담자·치료 전문가 등 세 분야의 인증제도를 시작해 작년 28명의 전문가를 배출했다”며 “학교·단체 등 사회 각계에서 성에 대한 지식을 알리고 인식을 바꾸는 활동을 펴고 있다”고 그의 설명이다.

성학회는 1,200여 명 회원으로 구성됐으며 전문 분야도 다양하다.
비뇨기과를 비롯해 산부인과, 정신과 의사, 심리학자, 사회복지사, 간호사, 성 교육자, 양호교사, 체육교사, 문학가, 예술가, 법률가, 철학자 등 활동분야가 다양하다.

그는 “성을 의학적으로만 해석하거나 접근하는 것은 반쪽에 불과하다며 성 문제는 사회 각계각층의 다양한 시각이 보태져야 근본적인 대책이 나오고 건강한 성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다. 성 전문가를 많이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박 회장은 요즘 성폭력 사건이 자주 터지면서 전문가들의 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것 같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는 “우리나라 역사에서 훌륭한 성학 스승을 찾기 힘들다. 오늘날 왜곡된 성문화와 무관하지 않다. 의대에 다닐 때 심지어는 전공의 시절까지도 비뇨기과 교과서에 성 의학에 대한 내용이 없었다. 남성이 발기가 안 된다고 하면 정신과로 보내졌다. 최근에는 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고 의견 표출도 자유로워졌다. 동성애 커밍아웃만 봐도 그렇다. 성 정보에 대한 수용성도 높지만 성문제를 슬기롭게 풀 수 있는 장치가 없다는 것에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신석기부터 고려까지 개방적이었고 고려시대엔 재혼도 받아졌다. 조선시대에 유교사상이 들어오면서 물 밑으로 갈아 앉았지만 신윤복의 그림에서 당시의 사람들이 상당히 개방적인 성 사고를 가졌던 것으로 찾아 볼 수 있다. 일본이나 서양의 문화 표현에 떨어지지 않는 사고와 평민들의 성에 대한 생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 회장은 성 고민을 털어놓을 장치가 문제를 풀 열쇠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세계 성인의 성 인식을 조사한 연구 결과가 있다. 대한민국 성인의 98%가 성생활이 중요하다고 여기지만 성 문제가 있을 때 전문가를 찾은 비율은 2%에 그치고 있다. 정책적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