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사후응급피임약 ‘일반 약’‥의료계 '발칵'

시민단체, "낙태 줄일 수 있다" 식약청 발표 “환영”

조기원 의약품안전국장

최근 나돌았던 응급피임약의 ‘사전-專門 약’ ‘사후-一般 약’ 재편설이 7일 사실로 밝혀지면서 의료계가 발칵 뒤집혔다.

이로써 의약사간의 첨예한 신경전이 벌어졌던 노레보정, 노레보, 포스티노 등 레보노르게스트렐 성분의 사후피임약은 일반 약, 마이보라, 야즈, 머시론 등 에티닐에스트라디올 함유 복합제의 사전피임약은 처방 약으로 분류될 공산이 커졌다.

또 속 쓰림, 위산과다 등에 처방됐던 잔탁 정 75㎎등 라니티딘 성분이 전문 약에서 일반 약으로 바뀌게 됐다.

알레르기성 비염에 쓰이는 로라타딘 성분의 정제와 무좀에 투약되던 아모롤핀염산염 외용제도 전문 약에서 일반 약으로 갈아타게 됐다.

식약청(청장 이희성)은 7일 서울 청에서 가진 공식브리핑에서 사후응급피임약으로 처방되던 '노래보정' 등 전문 약 212품목을 일반 약, 약국에서 취급하던 마이보라, 야즈, 머시론 등 에티닐에스트라디올 함유 복합제의 사전피임약 등 273품목을 전문 약, 41품목은 처방 겸용 일반 약으로 분류키로 했다고 밝혔다.

처방 약 212품목＞일반 / 약 일반 약 273품목＞전문 약 / 41품목＞일반 약 전문 약 겸용

이날 식약청이 꺼낸 의약품분류계획안에 따르면 '노레보정'은 단 1회만 복용하는 약인데다 피임제에서 자주 문제로 떠오르는 혈전증 등 심각한 부작용의 우려가 없고 배란이나 수정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일반 약으로 분류됐다.

구분

분류전환품목수(대표품목 수)

소계

일반＞전문

전문＞일반

전문＞일반전문 겸용

일반＞일반전문 겸용

전문 약

252

-

212

40

-

일반 약

274

273

-

-

1

소 계

525
(1.3%)

273(60)

212(42)

40(8)

1(1)

전문 약 전환사유

주요품목
(대표상품명/주요효능효과)

대표품목수

총품목수

부작용관리 위해
(의사지시 감독 필요)
에티닐에스트라디올 함유복합제 정제
(사전응급피임제)

어린이용 스코폴라민패취제
(어린이키미테)

25

176

용법, 용량, 약리작용 적응증상
(의사의 전문적 관리 필요)
우르소데옥시콜산 200㎎ 정제
(우루사정 200㎎)

수크랄페이트 현탁액(아루사민액)

21

42

장기간사용에 따른
내성 발현 우려
클린다마이신 외용액제(여드름)

에리트로마이신 외용액제(여드름)

6

27

역가가 높은
스테로이드 외용제 트리암시놀론아세토니드 0.1%
크림제(습진. 피부염)
8

28

계

60

273

전문일반 겸용사유

주요품목
(전문/일반 주요효능 효과)

대표품목수

총품목수

전문일반 효능에
모두 사용
히알루론산나트륨 점안제
(각결막상피장애/눈의 습윤)

파모티디 정제 10㎎
(위 십이지장궤양/속쓰림)

락툴로오즈 락리톨 산제 시럽제
(간성 혼수/변비)

9

41

식약청은 이 약은 부작용 발현 양상 등에서 특이사항이 없고, 의약선진외국 8개국 중 5개국에서 일반 약으로 분류돼 참고했다고 밝혔다.

다만 청소년 등은 의사의 처방에 의해 사용토록 사용연령 제한을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속 쓰림, 위산과다 등에 처방되는 잔탁 정 75㎎ 등 라니티딘 성분과 알레르기성 비염에 쓰이는 로라타딘 성분의 정제, 무좀에 사용되는 아모롤핀염산염 외용제도 일반 약으로 분류됐다.

마이보라, 야즈, 머시론 등 에티닐에스트라디올 함유 복합제 사전피임약 등 273품목은 일반 약에서 전문 약으로 갈아탔다.

이들 피임약은 효과를 위해 21일간 복용하고 7일간 휴약을 반복해야 하며, 여성 호르몬 수치에 영향을 미쳐 투약에 신중해야 돼 사전에 의사와 상담과 정기적 검진이 권장됐기 때문이라는 게 식약청의 설명이다.

장기간 사용하게 되면 내성의 발현이 우려되는 클린다마이신·에리트로마이신 외용액 여드름약도 전문 약으로 변경됐다.

히알루론산나트륨 점안제와 파모티디 정제 10㎎, 락툴로오즈 등 41개 품목은 일반 약 겸 전문 약으로 분류됐다.

식약청은 "최종 확정안은 아니다. 앞으로 공청회 개최 등 폭넓은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결정할 계획"이라며 빠르면 "7월 쯤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날까지만 해도 응급피임약의 ‘사전-專門 약’ ‘사후-一般 약’ 재편 설을 오보라며 “일부 응급피임약의 일반 약 분류를 바라는 단체들이 언론을 이용해 식약청에 무언의 압력을 행사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던 산부인과의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식약청의 의약품 재분류 안을 받아들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사진=왼쪽 지노비 대변인 최안나 오른쪽 산부인과 의사회 박노준 회장

산부인과학회와 개원의협의회는 보건복지부에서 가진 기자설명회에서 식약청을 향해 '노레보정'의 일반 약 방침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의사회는 “응급피임약을 누구나 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되면 일반 피임약의 10~30배 고용량호르몬 제제의 오남용으로 생길 위험성과 부작용이 심각할 것이다. 부실한 피임교육, 피임 없는 성관계 증가로 성 전파성 질환(성병)은 물론 불임에 이르기까지 골반염의 확산 가능성이 크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의료단체는 "응급피임약을 일반 약으로 변경하려는 의도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시기상조"라면서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교계도 응급피임약의 일반 약 전환은 국민들을 낙태 위험에 빠트리는 것이라며 반대의 선상에 섰다.

그동안 찬성 편에 서왔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측은 즉각 환영의 입장을 나타냈다.

경실련은 "응급피임약의 일반 약 분류는 불필요한 낙태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식약청의 발표가 옳다"고 평가했다.

공식 브리핑 주요 회견내용 요약

1.이번 재분류 작업 배경?
◦ 현재의 분류는 허가당시 제출된 약리․독성․임상자료 등을 검토하여 결정한 것으로, 허가이후 사용경험이 축적되면 최신의 과학수준에 따라 재분류할 필요성이 있다.

2. 분류가 변경되는 품목의 생산실적과 우루사의 분류를 변경한 사유는 ?
◦ 이번 재분류시 2010년 생산실적 기준으로 전문→일반으로 변경된 품목의 생산실적은 854억, 일반→전문으로 변경된 품목은 598억 원이다. 전문으로 변경된 품목이 많음에도 일반으로 변경된 품목의 생산실적이 더 많은 이유는 전문의약품의 1품목당 평균 생산액이 일반의약품 보다 높고, 전문에 비해 일반의약품 시장이 더 작은 경우 등 시장의 변화 등이 반영된 것으로, 단순 수치만으로 비교하기는 어려울 거 같다. 우루사의 경우 50~100㎎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간기능 개선, 육체피로 등에 사용되고 200㎎ 이상은 담석증 등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질환에 사용합니다. 이번에 분류가 변경되는 우루사 200㎎ 이상 제제는 일반 효능에는 사용하지 않고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다.

3. 긴급피임약의 일반 전환에 대해 산부인과 학회 등에서 반대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함량이 높은 긴급피임약을 일반으로 변경한 이유는?
◦ 긴급피임약은 주성분 함량이 많긴 하지만, 준비하지 않은 성관계 후 1회만 사용하는 약으로 72시간 이내 복용해야 효과가 있다. 안전성 측면에서 사전피임제에 비해 부작용 사례가 적으며, 구역, 구토 등 경미한 부작용이 주로 보고됐다. 우려하시는 오남용 문제에 대해 우리 청에서는 연령제한 등을 고려중에 있으며, 이에 대해서도 소비자 단체 등으로부터 다양한 의견수렴을 할 계획이다.

4. 6월 15일 공청회를 계획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기서 결론이 안 나면 어떻게 되는지요? 그리고 전문에서 일반으로 전환시 비급여전환되는지 아니면 일부 품목은 급여를 계속 적용받는지?
◦ 이번 분류 결과는 과학적 기준에 의해 판단한 것이며, 피임제에 대해서는 과학적 기준 뿐 아니라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고 판단, 공청회를 거쳐 의견수렴하려고 한다. 의약품 분류와 보험급여 인정기준은 관련이 없다. 이번에 전문에서 일반으로 분류시에도 보험급여 여부에 변동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5. 이번에 사전피임약은 모두 전문으로 전환되고, 긴급피임약은 모두 일반으로 전환되는 것인가? 사전피임약과 사후피임약을 상호 전환하는 것은 의사와 약사의 의견을 고려한 결정 아닌가?
◦ 경구용 사전피임제는 총 11품목으로 일반에서 전문으로 분류가 변경되는 사전피임약은 총 9개 품목이며 2개 품목은 현재도 전문이며 전문 분류를 유지한다.
현재 긴급피임약 12개는 모두 전문이며, 이번 재분류시 전문에서 일반으로 분류가 변경되는 긴급피임약은 총 11개 품목으로 레보노르게르스렐 제제다. 다만 1개 품목은 ‘11년 허가된 신약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전문의약품으로 유지된다.
이번 재분류시 장기간 사용시 부작용․리스크 등의 관리가 필요하다 판단한 사전피임제는 전문 약, 준비되지 않은 성관계 후 1회 사용하는 긴급피임제는 일반으로 분류했다. 우리의 판단은 과학적 기준에 근거했다는 것을 재 강조한다.

6. 사전피임제는 피임 목적 이외에 여성의 생리주기 변화 목적으로 사용하는데 이런 경우에도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한다면 불편해지는 거 아닌가? 사전피임제를 피임 목적으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은가?
◦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한다면 다소 불편함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많은 경우가 피임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공청회시 이에 대해서도 의견수렴을 할 계획이다. 여러 가지 피임방법중 경구용 피임제 사용 율은 2% 라고 보고되고 있다.

7. 노레보정 같은 긴급피임제의 경우 1회 사용시 안전하다고 하셨는데 긴급피임제의 경우 실제로 1회 복용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2~3회 사용이 가능한데 그래도 안전한가?
◦ 긴급피임제의 부작용의 경우 대부분 월경 관련이었으며, 구역, 유방긴장감 등 경미한 부작용이었다.
◦ 일반의약품으로 사용하는 선진외국에서도 오심, 구토 등의 부작용이었으며, 심각한 부작용은 거의 없었다.

8. 겸용약으로 분류되는 의약품은 소비자가 일반의약품(예: 인공눈물)으로 약국에서 사서 전문의약품 효능(예: 각결막상피장애)에 사용할 수 있는 거 아닌가?
◦ 동시분류는 성분, 함량이 같아도 제품명, 표시기재를 달리해 별도의 품목으로 관리할 예정이다. 의사의 진단에 의해 사용해야 하는 의약품으로 전문으로 분류, 의사의 처방에 따라 안전하게 사용하도록 하고, 경미한 증상에 사용하는 경우 일반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전문의약품의 효능․효과는 일반 소비자들이 판단할 수 없는 효능․효과로 의사의 처방에 의해 사용해야 한다. 이번에 동시분류한 품목은 시행후 검토해 나갈 예정이다.

9. 동시분류의 경우 전문의 효능․효과라 하더라도 그냥 약국에서 사 먹으면 되는 거 아닌가?
◦ 약국에서 복용법, 사용상의 주의사항 등을 충분히 알리도록 하는 복약지도가 중요하며, 효능, 효과, 용법, 용량 등 표시기재를 개선하겠다.

10. 분류전환 품목들은 어떻게 공개하는지?
◦ 식약청 홈페이지 ‘새소식’에 이번 재분류 결과(업소명, 품목명, 성분명 등)를 모두 공고하고 있다.

반대성명서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산부인과개원의협의회 공동 성명서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을 반대한다!!

이 땅의 산부인과 의사들은 오늘 6월7일(목)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전문의약품인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한다는 발표를 접하고 심각한 우려를 금치 못하며 응급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이 불러올 결과에 대해 다음과 같이 경고하는 바이다.

1. 응급피임약의 오남용은 여성들의 원치 않는 임신을 줄이지 못한다

응급피임약을 일반약으로 전환한 미국, 영국, 노르웨이, 스웨덴, 중국 등에서 낙태율이 줄어들 것이라는 당초 기대와 달리 사전 피임을 소홀히 하게 됨으로써 원치 않은 임신과 낙태는 감소하지 않았으며 특히 청소년의 임신과 성병 유병율이 높아졌다는 해외의 연구 결과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정상적인 피임율이 매우 낮아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우리나라가 응급피임약 마저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된다면 정상적인 피임율의 향상은 더욱 어려워지고 낙태 예방 정책의 실패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정부는 해외의 보고를 명확히 인식하고,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며, 우리 사회의 만연한 낙태를 줄이기 위해서 과연 응급피임약의 보급확대가 우선 고려되어야 할 정책 사항인지 심각하게 재고해야 할 것이다. 우리 여성들을 정상적인 피임으로 보호하지 못하고 응급피임약을 남용시켜 낙태와 성병의 위험성에 더 노출시켜야 하겠는가?

1. 응급피임약의 오남용은 여성들의 생식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응급피임약이란 계획임신을 위한 정상적인 피임방법을 사용하던 중 불가피하게 실패한 경우나 강간 등의 피치 못할 경우 응급으로 사용하는 고용량의 호르몬(일반 피임약의 10~15배)으로 만들어진 응급약이다. 정상적인 피임 없이 이를 필요 시마다 오용하면 그 효과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그 남용으로 예기치 않은 부작용 및 합병증을 야기하게 된다.

한 월경주기에 반복해서 사용할 경우 그 부작용이 심각하며 정상 용량 범위 안에서 사용하더라도 출혈(31%), 오심, 복통 등의 부작용 발현의 빈도가 높고, 무엇보다 임신이라는 심각한 부작용의 발현빈도가 높은 (피임실패율 15~40%) 의약품이다. 또한 약의 부작용으로 발생하는 부정출혈을 월경으로 오해하여 임신 진단이 늦어질 수 있고, 자궁외임신을 늦게 발견하면 난관파열 등으로 복강내 출혈을 초래하게 되어 복용 후 세심한 관리가 없다면 다음 임신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런 위험성을 갖고 있는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할 때 발생하는 국민 건강의 피해는 절대 편의성 보다 우선될 수 없으며, 그 피해의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음을 경고하는 바이다.

1. 응급피임약의 편리한 사용 증가가 불러오는 것은 사전피임 소홀로 인한 무책임한 성문화 확산이다

피임효과가 확실한 정상적인 피임약 복용율이 유럽과 미국에서는 15~40%에 이르는 반면, 우리나라는 약 2.5%에 불과하며, 응급피임약의 복용율이 오히려 그 두 배나 되는 5.6%에 이르고 있다.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은 최소한 정상적인 피임약의 복용율이 유럽이나 미국 수준이 된 이후 논의가 시작되어야 할 것으로, 우리 나라의 현실에는 시기상조임이 명백하다.

특히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성 노출이 증가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응급피임약이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될 경우 올바른 성의식과 정상적인 피임 문화를 정착시켜 불법낙태를 근절하려는 노력에 역행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은 여성의 건강과 낙태 문제에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이다. 우리나라가 원치 않는 임신을 줄이고 낙태 공화국의 오명에서 벗어나는 길은 응급피임약 사용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피임율을 높이고 책임 있는 성문화를 정착하는 것이다.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려는 계획은 정상적인 피임약 복용의 불모지인 우리나라의 상황에 시기상조이며, 이는 피임약의 복용율이 선진국 수준으로 높아지고 피임 및 성에 대한 국민 인식이 정착된 이후 다시 논의되어야 할 사안이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응급피임약의 효과를 과신하지 말고 계획 임신을 위한 정상 피임을 효과적으로 하도록 교육할 의무가 있으며, 더 이상 응급약인 응급피임약을 상용약으로 인식시키고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정책을 당장 멈추어야 할 것이다.

이에 여성 건강을 최전선에서 책임지고 있는 대한산부인과학회와 대한산부인과 개원의협의회는 회원들과 함께 국민들의 피임 교육 및 상담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며 정부가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올바른 피임 정책을 펼쳐주기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바이다.

2012. 6. 7.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산부인과개원의협의회

응급피임약 일반약 전환은 최악의 낙태 예방 정책

우리 진오비 회원 일동은 오늘 식품의약품안전청 (청장 이희성)이 발표한 응급 피임약의 일반 의약품 전환 계획에 대하여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응급 피임약 사용 실태는 낙태 문제와 깊은 연관이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 만연한 낙태는 여성과 태아는 물론 우리 사회와 국가의 미래를 위해 매우 불행한 상황이다.
예방 보다 좋은 치료가 없는 것처럼 원치 않은 임신을 막기 위한 최선의 선택은 책임 있는 성생활과 사전 피임을 제대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열을 갖고 있는 우리 국민들의 생명 존중 의식과 피임에 대한 인식은 부끄럽게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많은 국민들이 일반 피임약과 같은 효과적인 피임법 보다는 피임 실패율이 높은 부정확한 피임법에 의존하다 원치 않은 임신과 낙태로 이어지고 있고( 참고 자료 2 ), 최근에는 정상적인 사전 피임 보다 실패율이 매우 높은 응급피임에 의존 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는데 ( 참고 자료 3 ) 응급피임 실패로 인한 원치 않은 임신은 대부분 불법 낙태로 이어지고 있는 실태이다.

이런 상황에 정상적인 사전 피임과 계획 임신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인 지원은 하지 않고 오히려 실패율이 가장 높은 피임법인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여 접근성을 높이게 되면 국민들의 정상적인 사전 피임 실천율은 더욱 감소하여 여성들의 낙태 위험성은 더 높아질 것이 크게 우려된다.

의료에서 중요한 것은 편의성이 아니라 안전성이며 특히 낙태 문제에 있어 피임 실패는 곧 원치 않은 임신과 낙태로 이어지기에 피임과 관련된 정책은 매우 신중을 기해야 한다.

또한 우리 국민들의 낮은 피임 실천율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인 의사에게 정확하고 안전한 피임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진료 기회가 확대되어야 한다.

이에 우리는 다음의 사항을 정부에 촉구하는 바이다.

응급 피임약은 현행대로 전문의약품으로 유지하고 처방없는 불법 판매를 엄단하라.

피임 관련 진료를 보험 급여화 하여 국민들이 부담없이 피임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하라.

사전 피임과 계획 임신율을 높일 수 있도록 대국민 홍보를 강화하고 정책적인 지원을 하라.

정부는 여성들이 마음 놓고 출산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노력과 함께, 안전하고 정확한 피임과 계획 임신을 할 수 있도록 의사의 조언을 제대로 들을 수 있는 진료 기회를 확대하기를 진오비 회원 모두는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식약청은 앞으로 의약품 허가 갱신제도를 도입하여 5년마다 의약품 분류를 정기적으로 재검토하는 동시에 소비자단체, 의·약단체 등의 분류변경 신청시 수시로 분류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며, 또한, 지역약물감시센터(전국 20개 종합병원 등),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등을 통해 국내 의약품 부작용 정보의 수집·분석·평가를 더욱 체계적으로 수행함으로써 선진적인 의약품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진오비 회원 일동

찬성 성명서

낙태반대운동연합

응급피임약은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는 것이 마땅하다

식약청에서는 재분류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의약품 목록을 오늘 발표했다. 그 가운데는 노레보로 대변되는 응급피임약이 포함되었다. 심각한 생리학적 부작용 여부만으로 평가할 때 일반약 전환이 가능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라고 한다. 응급피임약은 복용자의 일정 비율에서 자궁출혈, 두통, 구역, 현기증, 복통 등 부작용이 분명히 나타난다는 점에서 기계적 분류의 기준에 대해서 유감을 표명한다. 또한 식약청의 발표내용이 최종안이 아니라 검토안이기 때문에 향후 공청회와 중앙약심의 결정과정이 남아있다는 설명도 있었다. 그러나 노레보 등의 응급피임약 재분류에 대해서는 이미 작년에 수차례의 중앙약심 회의에서 논의가 있었고 관련단체와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했기 때문에 그런 설명에 대해서 유감을 표명한다.

응급피임약은 말 그대로 응급용으로 처방하는 고농도 호르몬제이다. 그래서 성폭행과 같은 응급상황에서 2차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때 사용되는 약이다. 1998년 응급피임약 도입에 대한 논란이 있었을 때 보건복지부의 설명은 “성폭행 피해자의 원치 않는 임신을 막기 위해서 보급하기로 논의 중이다.”라는 것이었다(1998년 4월 7일 MBC 뉴스데스크). 노레보의 수입허가 결정을 앞두고 있던 2001년 7월 30일자 국민일보에는 보건복지부와 현재 일반약 전환을 주장하고 있는 대한약사회의 입장이 다음과 같이 보도되었다. “보건복지부와 청소년보호위원회, 대한약사회,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 등 4군데는 ‘긍정적 효과가 크다’며 전문의약품으로 분류, 엄격한 통제 아래 전문가를 통한 최소한의 사용이나 처방전 발행기관을 제한하는 등의 조건으로 찬성 입장을 보였다.” 그 당시 일단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러므로 응급피임약을 전문약으로 분류하는 입장을 유지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응급피임약은 기존의 피임수단들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상태에서 피치 못할 상황에 대비하는 수단이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2007년부터 2011년 사이의 5년 간 70%의 판매증가율을 보였고, 연간 62만 팩이 팔리고 있다. 응급약이 이렇게 많이 팔리고 점점 더 많이 사용되는 이유는 일반적인 피임을 책임 있게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피임실천률은 아직도 낮은 상태에 있다. 여성들이 복용하는 경구피임약의 복용률은 2.5%로 어느 국가와 비교해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폴란드 10.25%, 영국 26.49%, 벨기에 42.06%. 출처: IMS Midas 2006]. 이런 상황에서 응급피임약을 약국에서 쉽게 흔히 구할 수 있게 된다면 과연 누가 지속적인 책임피임을 하겠는가? 응급피임약을 간편, 즉석, 만능 피임제로 오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더욱 우려가 된다. 응급피임약 처방을 받는 사람의 80%가 미혼자이다. 미혼자들의 성생활 빈도는 높아지는 반면 피임에 대해서는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응급피임약을 전문의의 상담과 처방 없이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게 만든다면 피임률은 더욱 떨어질 것이다.

응급피임약은 원치 않는 임신을 예방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원치 않는 임신을 유발시키고 있다. 응급피임약의 효능에 대한 과신으로 피임을 하지 않고 성관계를 갖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도리어 원치 않는 임신을 할 확률이 높아진다. 이렇게 미혼자가 임신을 했을 경우에는 대부분 불법낙태로 이어진다.

응급피임약은 여성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을 사회적, 성적 약자로 만든다. 피임을 기피하는 남성들이, 사후에 응급피임약을 복용하면 된다는 주장으로 사전피임이 없는 상태에서 성관계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최근에 상담한 사례로는 위와 같은 상황에서 성관계를 맺고 7시간 후에 응급피임약을 처방 받아 복용했으나 임신이 되어 낙태여부를 고민하는 경우이었다. 낙태반대운동연합에서 상담한 응급피임약 관련 사례들은 모두 위와 같이 응급피임약을 믿고 성관계를 한 후에 임신을 한 경우다.

가장 안타까운 일은 응급피임약의 재분류 논의가 의사회와 약사회의 이권다툼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이것은 그 누구에게 경제적인 이득이 더 가고 덜 가는 사안이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책임 있게 피임을 하고, 여성들이 자신을 보호하며, 원치 않는 임신과 낙태로 고민하지 않도록 하는 데 응급피임약이 해를 끼치는지 이득을 주는지를 올바로 판단해야 하는 사안이다. 응급피임약의 보급이 우리나라보다 10년 이상 앞섰고 일반약 전환도 해보았던 국가들에서 임상적으로 보고된 내용을 보면, 응급피임약 포장지에는 평균 85%의 피임효과가 있다고 적혀 있으나 실제로는 23% 이상만을 보장할 수 있는 약이라고 말하는 것이 옳고, 상비약으로 응급피임약을 소지하고 있을 때에도 원치 않는 임신을 막지 못해서 낙태율을 줄이는 데는 기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출처: 2011년 미국 카톨릭교회 주교회의 보고서 - ‘사실보고서: 응급피임약은 준비되지 않은 임신과 낙태를 줄이지 못한다’].

여성의 건강과 안전, 원치 않는 임신의 예방과 불법낙태의 근절을 표방하는 보건복지부와 국민의 생물학적 안전만이 아니라 사회적 안전을 도모해야 하는 식약청은 응급피임약의 용도와 사용실태를 정확히 판단해서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하는 것이 마땅하다.

자료=의약품 재분류(안)과 향후 추진계획
http://www.bktimes.net/data/board_notice/1339377796-25.pdf
Q&A
http://www.bktimes.net/data/board_notice/1339377796-14.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