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제약협회는 정부가 추가 약가인하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과 관련하여 회원사 대표의 연명으로 정부에 탄원서를 18일(월)제출했다.
탄원서는 보험용의약품을 취급하는 대부분의 회원사(143개사)가 참여하였으며 청와대를 비롯한 국무총리실,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약단체 등 관계요로에 제출됐다.
정부가 이미 시행하고 있는 기존 보험약가인하 8,900억원과 작년 10월부터 시행한 시장형실거래가제도에 의한 매출 감소(연간 최소 5,000억원에서 최대 1조원) 등 1조~2조원의 피해가 진행중이다. 여기에 더해 12.3조원의 보험약가를 24% 강제인하시켜 약 3조원의 피해가 발생하는 획일적인 추가 약가인하는 국민건강보험과 제약산업을 공멸시킬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추가 약가인하 시 고용 해고사태, R&D 중단, 필수의약품 공급기반 붕괴 등 산업존립 기반이 훼손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여러 부작용을 고려하여 추가 약가 인하는 기등재의약품 정비사업이 종료되는 2014년 이후 재정효과와 시장변화를 검토하여 결정해달라고 건의했다.
또 현재 보험약가는 기등재 의약품목록정비, 특허만료시 약가인하, 사용량약가 연동 가격인하,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 등에 의해 계속 인하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정부의 약가산정방식 개선안은 신규 출시 의약품에만 적용하고 기등재 의약품에는 적용하지 말 것을 건의했다.
탄 원 서
추가 약가인하는 건강보험과 제약산업을 공멸시킬 것입니다
우리는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를 위해 정부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진행 중인 기존 의약품 약가인하(기등재의약품 정비사업)와 2010년 10월부터 시행된 시장형실거래가제도로 인하여 이미 최소 1조원에서 최대 2조원의 약가인하 충격을 감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또다시 3조원의 피해가 발생하는 새로운 약가인하 정책을 강행하려 하고 있습니다. 12.3조원의 보험의약품 시장을 24% 이상 강제 축소시키는 상상 이상의 정책을 계획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약기업에 큰 부담을 주는 약가인하 정책이 이미 진행 중에 있고 그 효과에 대해 검증할 시간이 충족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또다시 이중, 삼중의 중복적 약가인하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제약산업 현장 실태를 지나치게 간과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행정의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훼손하여 정부에 대한 ‘신뢰’의 문제를 야기할 것입니다.
제약업계는 지금 신약개발 강국 도약의 비전을 갖고 R&D투자 확대, 제조설비 업그레이드, 글로벌 경쟁기반 확보 전략을 착실히 실행해 나가고 있습니다. 정부의 획일적 추가 약가인하 방안은 이러한 제약기업들의 노력과 핵심역량을 송두리째 무너트리는 너무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나아가 제약강국을 제외하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산업으로서의 기능이 유지되고 있는 우리 제약산업의 발전 동력과 존립 기반을 붕괴시킬 것입니다.
우리는 1977년 정부가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한 이래 보험의약품 공급자의 역할과 책임을 다해 왔습니다. 자본자유화, 물질특허제 도입 등 시장개방의 충격을 제조업종의 최일선에서 받았지만, 원료합성을 통한 의약품 국산화, 제제기술 개발과 시설투자를 통한 품질 제고, 신약개발 도전 등을 통해 오히려 제약산업의 기반을 공고히 다지는 기회로 삼아왔습니다. 우리는 지금 한미 FTA, 한EU FTA라는 완전한 시장개방을 앞두고 제약선진국과의 무한경쟁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습니다. 정부의 추가 약가인하 조치는 경쟁의 장에 나서는 자국 선수의 팔다리를 묶어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는 국민건강보험이 재정 적자 위기에 처한 현실을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또한 보험재정이 건전하게 운영되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공감하고 있습니다. 또한 건강보험 각 주체들과 함께 재정 안정화 방안에 적극 동참할 것입니다. 그러나 보험재정 적자 원인에 대한 명확한 규명 없이 약가부문에만 모든 부담을 전가하는 것에 대해서는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제약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보험약가를 인하해야 한다는 정부의 이율배반적 주장 또한 수용할 수 없습니다. 제약기업 연구개발비의 원천인 약가를 인하하면서 신약개발과 해외진출을 독려하고 제약산업 육성책을 마련한다는 것은 모순된 정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산업의 주체인 제약기업의 R&D활동과 투자의욕을 위축시키고는 어떠한 산업육성정책도 무용지물임을 거듭 강조 드립니다.
정부의 획일적 약가인하 부작용으로 국내 제약산업의 발전 기반이 무너지면 국민에게 꼭 필요한 필수의약품의 안정적 공급마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할 것입니다. 또한 국내 기업과 외국 기업간 조화와 균형이 깨지면 장기적으로 약제비 절감과 건강보험제도의 안정적 운용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이에 우리는 제약산업 현장에서 이미 진행되고 있는 약가인하의 충격과 기업경영의 어려움을 충분히 감안하여 추가 약가인하 정책은 기등재목록정비사업이 종료되는 2014년 이후에 검토해 줄 것을 정부에 탄원 드립니다. 정부의 대승적 결단이 있기를 희망합니다. 감사합니다.
2011. 7.
한국제약협회 회원기업 대표 일동
정부 약가산정방식 개선안의 문제점과 건의사항
1) 즉흥적 단기성과에 집착하여 정책 목표가 훼손되고 있습니다.
정부의 약가산정방식 개선안은 정책 목표가 불확실합니다. 약가인하의 목표가 △보험재정 안정화 때문인지 △리베이트 근절에 있는지, 아니면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서인지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또한 세 가지 정책 목표 측면에서 보더라도 정부의 약가산정방식 개선안은 커다란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가. 건강보험 재정 절감 : 형평의 원칙에서 크게 어긋나 건강보험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오히려 담보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정부의 약품비 지출 합리화 방안은 건보재정 적자 전환으로 촉발된 ‘지속가능한 건강보험제도’를 도모하자는 취지 아래 추진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약가산정방식 개선 역시 건강보험 재정 절감이 제1의 정책 목표가 될 것입니다. 건강보험 재정 적자는 정부(공공기금), 가입자, 공급자로 이루어진 세 주체가 공동으로 분담해야 할 몫입니다. 공급자의 일원인 제약업계 역시 고통을 분담할 각오가 돼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약가산정방식 개선안은 인하폭이 지나치게 크고 도저히 감내할 수 없을 정도여서 고통 분담의 형평성과 적정성을 잃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공급자의 일원인 제약업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면 건강보험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나. 리베이트 근절 : 불법 행위를 근절해야지 정당한 판매촉진 비용마저 없애 버리면 무엇으로 경쟁을 하며, 이것이 진정한 시장경제입니까?
정부는 보험의약품 거래에서 발생하는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해 약가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특허만료 의약품과 제네릭 의약품의 가격이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 리베이트의 원천이 되고 있으므로 그만큼 약가를 인하하면 리베이트가 없어질 것이란 논리입니다. 그러나 없어져야 할 것은 리베이트 행위이지, 리베이트 비용이 아닙니다. 리베이트 비용은 합법적 마케팅 비용과 R&D비용으로 전환되어야 할 부분입니다. 따라서 리베이트 정책 역시 불법적 경쟁을 투명한 경쟁으로, 편법 경쟁을 공정한 경쟁으로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R&D, 영업, 마케팅 비용이 없어지면 기업은 제품을 생산해 놓고 팔리기만을 바라보고 있어야 합니다. 이처럼 정당한 판매촉진 활동마저 없는 시장이 진정한 자유시장 경제체제입니까?
다. 산업경쟁력 강화 : 시장 선도 제약기업에 피해가 집중돼 파행적 구조조정이 발생합니다.
정부는 국내 제약산업의 구조적 문제로 글로벌 선도기업의 부재와 영세업체의 난립을 꼽고 있습니다. 그래서 약가를 대폭 인하하게 되면 제약기업의 수가 크게 줄어들게 되고 이러한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산업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약가산정방식 개선안과 같이 획일적으로 약가를 인하하게 되면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주력 품목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됩니다. 이들 주력 품목의 타격은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들의 R&D활동과 생산 및 판매 활동 전반에 지장을 초래해 전체 산업의 경쟁력은 오히려 떨어질 것입니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산업구조를 재편하는 것도 문제지만, 가격을 통해 산업구조를 바꾸려는 것은 더더욱 잘못된 접근 방법이 될 것입니다.
2) 약가인하 금액이 너무 커 산업의 존립기반이 무너질 것입니다.
정부의 약가산정방식 개선안에 따른 약가인하 피해액은 무려 3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는 2010년 보험의약품 청구금액 12.3조원을 기준으로 볼 때 전체 보험의약품의 가격을 24% 이상 인하하는 효과를 발생시킵니다.
가. 경영지표상 도저히 수용할 수 없어, 인력 구조조정에 따른 2만 명의 고용해고 사태를 촉발시킬 것입니다.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2010년)에 따르면, 제약업종은 매출액 대비 54.12%의 매출원가구조를 기반으로 10.26%의 영업이익과 5.56%의 순이익을 거두어 4.87%를 연구개발에 재투자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확실한 통계자료를 감안할 때, 정부의 약가인하 조치가 제약산업의 존립기반을 붕괴시킬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중 삼중의 약가인하 조치로 이미 제약산업의 순이익률은 급격히 약화되고 있습니다. 반면 재료비, 노무비, 경비 등 제반 물가상승요인의 영향으로 매출원가 비율은 2008년 51.59%에서 2010년 54.12%로 증가했습니다. 따라서 제약기업은 정부의 약가인하 조치를 이겨내고 살아남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2009년 현재 8만 1227명을 고용하고 있는 제약업계가 약가인하율 24% 이상의 인력구조조정을 단행할 경우 1만 9494명의 연구직, 생산직, 영업직, 사무직 인력이 실업자로 전락하고 이들의 직계가족 7만 8000여 명이 생계를 위협받게 될 것입니다.
나. R&D투자 중단은 물론 진행 중인 신약개발 프로젝트마저 포기해야 합니다.
정부의 약가인하에 대응하는 제약기업의 가장 빠른 조치는 인력 구조조정과 함께 R&D투자 축소일 것입니다. 우선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에 기업의 미래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미 진행 중인 신약개발 프로젝트 또한 중단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신약개발의 최종 단계인 임상시험에는 전체 R&D투자비의 70% 이상이 소요됩니다. 국내 제약기업이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승인받은 임상시험 건수는 2008년 184건에 이르며 2009년 198건, 2010년 229건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약기업의 신약개발 노력과 역량이 물거품 된다는 것은 또 다른 국가적 손해가 아닐 수 없습니다.
다. 기초 필수의약품의 안정적 공급기반이 무너지고, 수입의약품 의존 증가로 국민의 약제비 부담은 오히려 늘어날 것입니다.
제약기업의 자구노력은 품목 구조조정으로도 나타날 것입니다. 품목 구조조정시 가장 먼저 정비해야 하는 품목은 채산성이 없는 퇴장방지의약품이나 저가필수의약품이 될 것입니다. 비생산적 생산시설 폐쇄나 제약기업의 퇴출에 따른 가장 큰 부작용도 진료상 반드시 필요한 필수 약제들의 안정적 공급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것입니다. 국내 제약기업이 이처럼 신제품 개발을 포기하고 기존 제품을 축소하는 긴축 경영에 나설수록 수입의약품은 증가할 것입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국민의 약제비 부담을 증가시키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 분명합니다.
라. FTA 후속 대책으로 추진하는 정부의 제약산업 경쟁력 강화 전략이 소용없어질 것입니다.
정부는 제약산업을 우리나라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조세감면과 신약개발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FTA 후속대책의 일환으로‘콜럼버스 프로젝트’와‘전주기 신약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제약산업 육성법’을 제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약가인하라는 상충된 정책을 병행하여 미래 신약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제약기업의 R&D투자 의욕과 역량마저 없애 버리고 있습니다. 이는 제약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데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입니다. 또한 정부의 각종 지원책을 무용지물로 만들 것입니다.
3) 이미 등재된 의약품에 대한 추가적 일괄 약가인하는 행정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크게 훼손하는 처사입니다.
정부는 2006년 5․3 약제비 적정화 정책을 추진하며, 규제개혁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새로운 약가조정 기준을 신규 출시 의약품에만 적용하고 이미 출시되고 있는 의약품(기등재의약품)에는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경제성 평가를 통해 기등재의약품 정비사업을 진행하기로 했으며 이 사업은 오는 2014년에야 종료될 예정입니다. 이처럼 기존 약제에 대한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 효과성을 판단해 급여퇴출과 약가인하라는 행정조치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추가로 또다시 약가를 인하하겠다는 것은 과도한 중복 처벌입니다. 특히 행정의 안정성과 확정성을 크게 훼손하여 정책의 신뢰성마저 떨어트릴 것입니다.
제약협회 입장 및 건의사항
1) 정부의 추가 약가인하 방안은 기등재의약품 정비사업이 종료되는 2014년 이후 재정효과와 시장변화를 살펴보고 결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협회는 현재 제약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재정 충격의 강도를 감안할 때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추가 약가인하 정책을 결코 수용할 수 없습니다. 2006년 시행된 약제비 통제 정책과 2010년 시행된 시장형실거래가제도의 영향으로 제약업계는 최소 1조원에서 최대 2조원에 이르는 손실을 보고 있습니다. 실제 상위 10개 제약기업을 대상으로 현행 약가인하기전(특허만료시 약가인하, 기등재의약품 정비사업, 사용량 연동 가격인하, 시장형실거래가 매출감소)에 따른 손실규모를 집계한 결과 2011년 2380억원, 2012년 5008억원, 2013년 7766억원의 매출손실이 예상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시기에 일률적인 약가인하 조치를 추가로 단행하는 것은 제약업계에 너무 과중한 부담을 지우는 것입니다.
2) 정부의 약가산정방식 개선안은 신규 출시 의약품에만 적용하고 기등재 의약품에는 적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기등재 의약품의 약가는 등재 이후 약가재평가와 사후관리 등에 의해 지속적으로 인하되어 왔습니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기등재의약품 목록정비사업에 따라 2014년까지 8900억 원에 상당하는 약가인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현재 작동중인 특허만료 약가인하제도, 사용량-약가 연동 가격인하제도, 시장형실거래가제도 등에 의해 약가가 계속 인하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등재 의약품에 대해 추가로 일괄적 대폭적 약가인하 조치를 단행한다는 것은 과도한 중복 처벌입니다. 약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이처럼 극도로 높아지게 되면 제약기업은 정상적 경영활동 및 투자계획을 수립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정부의 약가산정방식 개선안은 신규 출시 의약품에만 적용하고 기등재 의약품에는 적용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5-02 18:4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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