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간질환자에 대한 첫 역학조사결과가 발표됐다.
대한간질학회 역학위원회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및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 중 11만 9,722명을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유병률은 2.41명/1000명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19세 이하 소아청소년기와 70세 이상의 노년기에 많았으며, 30~40대는 가장 낮았다.
이에 대해 이번 조사를 진행한 정기영(고대의대 신경과) 교수는 “전체적인 유병률은 예상했던 결과보다 낮게 나왔다. 이는 간질환자의 특성상 노출을 꺼리는 경우가 많고, 한의학 등의 접근으로 빠진 경우가 많아서 나온 결과인 것 같다”며 “연령별 및 성별 유병률은 세계적인 추세와 유사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사결과 성별로는 남성(2.66명/1000명)이 여성(2.16명/1000명)보다 높았고, 의료급여 수급자의 간질 유병률(9.02명/1000명)은 의료보험가입자(2.15명/1000명)에 비해 높았다. 지역별로는 제주도에서 3.67명/1000명으로 가장 높고, 전남, 전북, 강원, 충남 등의 순이었고, 울산(1.99명/1000명)이 가장 낮았다.
정 교수는 “남성이 많은 것은 세계적인 추세고, 뇌손상을 더 많이 받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유병률이 경제수준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즉 유병률이 높은 지역들은 대체로 1인당 가계수입이 낮은 지역들이고, 울산은 1인당 가계수입이 가장 높은 지역이라는 것.
이번 조사에서는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약제도 확인됐다. 항경련제로 valprote, carbamazepine, topiramate, lamotrigine 등의 순으로 많이 사용했고, 신약의 비중이 47%였다. 20세 미만에서는 신약이 59.2%로 구약보다 많이 사용됐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주로 1차 처방약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심평원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의사들이 고가약을 먼저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간질로 지출된 연간의료비는 1,682억 3,521만 3,000원으로 전체 건강보험지급비의 0.46%를 차지했다. 환자 일인당 연간 의료비는 69만 6,000원이었고, 의료급여수급자(110만 4,000원)는 건강보험가입자(59만 3,000원)보다 높았다.
정 교수는 “이번 조사결과 연간 의료비용이 미국, 영국에 비해 낮게 나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조사결과는 심평원의 청구코드를 이용해 환자들을 선택했기 때문에 전체 간질환자집단을 대표할 수 없다는 제한점이 있다. 또 직접비용 외 생산성 저하에 따른 손실, 간병비용 등을 포함한 간접비용산출도 필요하다.
정 교수는 “이제서야 국내 첫 간질 역학자료가 나온 것은 너무 늦은 감이 있다”며 “많은 제한점으로 인해 보다 정확한 역학자료가 나와야 할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한간질학회(회장 이상도, 동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지난 17~19일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약 450명의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15차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5개의 Parallel 심포지엄, 한일조인트 심포지엄, 9개의 Didactic 세션, 6개의 Scientific 세션, 대한생리학검사학회 EEG Tech 심포지엄 등으로 구성됐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5-03 17: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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