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어머니, 비뇨생식기계 증상 감추지 마세요!”

11월은 폐경의 달이다. 폐경이라고 하면, 월경이 끝나서 임신을 할 수 없게 되는 것, 혹은 ‘여성성의 상실’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만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폐경은 그 이상으로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심각한 증상들을 수반한다. 그 증상이 하필 여자 입장에서 자발적으로 거론하기 힘든 ‘생식기’혹은 ‘성’에 대한 것이었기에, 그동안 쉬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물론 현대의학으로도 폐경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폐경기 증상은 조절할 수 있다. 한림대성심병원 산부인과 강정배 교수의 도움말로 폐경으로 인한 비뇨생식기 계통의 증상과 치료법을 알아본다.

◆폐경-질과 요로 계통 최대 영향
폐경은 여성이 나이가 들어 생식기능이 노화하고, 매달 정기적으로 배란을 담당하던 난소가 기능을 상실하는 현상이다. 이로 인해 난소에서 공급되던 체내 에스트로겐이 감소하게 되는데, 흔히 말하는 ‘폐경기증후군’이 이것 때문에 발생한다. 여성에게 있어 에스트로겐은 신체 대사작용에 매우 중요한 호르몬이기 때문에 혈관, 뼈, 피부, 심지어는 뇌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흔히 안면홍조나 발한, 우울감 등 비교적 가벼운 증상만이 알려져 있지만, 폐경은 특히 자궁 주변부인 질과 요로 계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질벽이 탄력을 잃고 주름도 적어지면서 질세포는 얇아지는 등 비뇨생식기 계통에 전반적인 위축이 발생하는 것이다. 중년여성들 스스로 비뇨생식기계통의 불편감에 대해 드러내놓고 얘기하지 못했던 탓에 그동안 폐경 후 증상이 다소 축소되어 알려진 측면이 있었다.

◆ 폐경 여성 4명 중 한두 명에 증상발현
물론 폐경을 맞은 모든 여성이 폐경기증후군에 시달리는 것이 아니라 대략 25~50% 정도만이 이상 증세를 느낀다. 특히 ▶정상 분만의 경험이 없는 여성 ▶예쁜이수술을 받은 여성 ▶체구가 작은 여성 ▶폐경 후 오랫동안 성관계를 하지 않은 여성 등에서 흔히 발생한다.

또 폐경이라고 해서 에스트로겐이 전혀 안나오는 것은 아니다. 부신(副腎)이나 피부 주위조직에서도 에스트로겐은 분비되기 때문에, 덩치가 큰 여성이 작은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에스트로겐이 많이 분비되고 당연히 폐경기 증상을 덜 느끼게 된다.

◆ 폐경 후 부부관계 스트레스
폐경은 부부의 성생활에 영향을 준다. 실제로 여성 노인들의 경우, 배우자가 노후까지 지속적으로 성관계를 요구하는 것이 가장 참기 힘들다고 고백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흔히 ‘폐경=성욕 감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성교통과 같은 불편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여성호르몬의 감소는 질의 위축, 건조감, 질염 등을 가져오며, 질점막의 위축성 변화는 성교통을 일으켜서 여성이 성교에 대해 기피하도록 만든다. 또한 성관계시 윤활액 분비가 감소되는 것도 성교통을 심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이런 상태에서 무리하게 성관계를 맺으면 상피세포의 손상으로 인한 이차 감염증으로 박테리아성 요도염이 발생하거나, 피가 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원활한 성생활을 위해서는 통증으로 인한 거부감이 있더라도 다양한 방법으로 성적 충동을 유도하고 성교 횟수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 경우 성행위 전에 따뜻한 물로 목욕하거나 충분한 전희를 통해 통증을 줄일 수 있다. 보다 근본적인 방법으로는 여성호르몬을 복용하거나 국소적 여성호르몬 윤활제를 사용하면 질의 위축감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여성호르몬에 대한 금기증이나 위험성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어딜 가든 화장실 문제로 쩔쩔
몇몇 여성에서 폐경 후 방광 조절에 대한 문제가 심각할 수 있다. 이 역시 에스트로겐의 감소 때문에 방광을 싸고 있는 근육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소위 요도증후군이라 불리는 빈뇨, 배뇨 곤란, 비박테리아성 요핍박 등의 증상을 호소한다. 또는 요도 상피세포가 얇아지고 방광 조절력의 저하로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자신도 모르게 소변이 나오는 요실금이 오기도 한다.

이런 경우 근육을 강화시키는 운동(Kegel exercise)으로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 운동은 질의 입구를 의식적으로 좁히는 운동을 말하는데, 세 번의 수축과 정지를 계속한 후 이완시키고, 다음 몇 초 동안 쉬고 나서 반복한다. 가능하면 수축과 이완의 변환을 최대한 빨리해야 한다. 이 운동을 하루 50회 이상 할 경우 방광 조절 능력이 향상될 뿐 아니라 성적인 만족도도 높일 수 있다. 대체호르몬 요법을 통해 골반 근육의 강도를 증가 유지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폐경-배우자와 함께 풀 문제
폐경기 여성들의 성생활 감소로 남편들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러나 폐경으로 인한 신체적 변화를 겪는 여성들에게 배우자의 따뜻한 이해와 배려는 반드시 필요하다. 정신적인 안정과 배우자와의 신뢰감을 바탕으로 한 성관계 시에는 폐경 전과 다름없는 부부생활을 할 수 있으며, 규칙적인 성생활은 질이 위축되는 증상을 예방할 수 있다.

폐경 후 성생활은 임신의 두려움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고 생리 때의 불편함이나 자녀들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폐경이행기에는 불규칙한 생리로 인한 임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반드시 피임을 해야 한다.

◆근본적 치료법은 호르몬 대체요법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적당한 운동, 식이요법 등으로 이 시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호르몬 대체요법 등 약물치료가 필요한 여성도 있다.

호르몬 대체요법으로는 에스트로겐 또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의 병합요법이 있다. 이러한 호르몬 대체요법 중에 다시 생리가 시작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감소하거나 소실된다.

최근에는 폐경기 여성이 성욕감퇴로 인한 성생활에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여성호르몬뿐 아니라 남성호르몬도 같이 병행해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남성호르몬 보충은 과잉시 남성화 증상(여드름, 탈모, 다모증)이 나타날 수 있고, 심장을 보호하는 지질농도와 콜레스테롤에 좋지 않은 변화를 일으켜서 심장에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적은 용량을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한다.

◆호르몬대체요법-단점보다 장점 많아
호르몬 대체요법을 받으면 경우에 따라 오심-구토-우울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며 유방의 통증과 복부 팽만감, 몸이 붓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의사와의 면담을 통해 최소한으로 줄이고자 노력해야 한다.

한때 폐경 여성을 위한 호르몬 대체요법이 유방암과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고 해서 폐경기 여성들이 호르몬 대체요법을 꺼린 적도 있다. 하지만 이 치료법은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기 때문에 계속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안전하게 하기 위해서 여성호르몬 치료를 하기 전에 유방X선 사진과 자궁암 검사를 받아야 한다.

실제로 나이가 들면서 폐경과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는 다른 질병들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호르몬 대체요법을 받는 여성에서의 정기적인 검진은 그동안 소홀히 하였던 자신의 건강 상태를 되돌아보고 규칙적인 건강 진단을 받는 동기가 되며 질병을 조기 발견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