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약품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다각적인 대책과 단속을 벌이고 있다. 이번엔 의약품 유통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약가제도까지 손을 댈 모양이다.
정부까지 나서 없애려는 의약품 리베이트는 과연 사라질 수 있을까? 의약계는 리베이트가 사라질 수 없으며 거래정도 차이만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더 큰 문제는 리베이트를 없애기 위해 약가인하를 추진하는 정부정책에 갑과 을의 관계에 있는 의료계와 제약계가 노골적으로 반항할 태세다.
국내토종제약사들의 몸부림은 더 처절하다. 보건타임즈가 창간 11주년을 맞아 리베이트 근절책에 대한 제약계 반응과 최근 상황 그리고 제약 계에서 내놓은 리베이트 근절대책을 밀착 취재한다.(편집자 주)
소주제) 리베이트 보는 시각 당국 의약계 제각각
리베이트 근절 명분 제약 산업 옥좨
37개 상장사 영업비, 매출액 대비 40% 넘는다
병원 처방 약 한 달에 50품목 교체
대형병원 약품상 직영 ‘신종 리베이트’ 창구로 활용
리베이트 약가인하 연 계제는 약가인하
복제 약값 리베이트 부추길 정도 아니다
정부 약가제도 변경시 최대 9,400명 일자리 날아간다
중소제약사 키워 국내시장 보호해야
기고-복제 약서 올린 수익 제약경쟁력확보에 써야
기고-제약사 영업직 종업원 비중 높아
기고-의료수가 올려 의료기관 건실 경영 유지돼야
리베이트 보는 시각 당국과 의약계 극과 극
최근 병원과 의약품도매상간의 약값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부당거래행위가 사실로 드러나면서 의약인의 양심을 매질하는 여론과 단속과 처벌을 더욱 강화하려는 정부, 국내 제약계의 앞날을 걱정하는 제약사와 도매상의 목소리가 뒤엉켜 국내의약계가 온통 혼란스러운 반면 의료계는 몸조심하는 차분한 분위기다.
지금 의약품 리베이트에 대한 여론의 수위와 정부의 의지는 어느 단계인가?
이번에 약값 리베이트를 주고받다 적발된 병원과 제약사, 도매상은 여론의 몰매를 맞는 모양새다.
이들 제약사와 도매상은 정부가 밝힌 수시조사와 1년에 2번 정기조사를 병행, 단속과 처벌수위를 높이려는 의지에 그동안 의약품 처방 의사(KEY 닥터)에 쌈지 돈까지 내밀며 소량의 국산 제네릭 약을 공급, 체면치레를 해오면서 그나마 버텨오던 국내의료시장에서 입지조차 흔들려 이젠 설 자리까지 잃게 될 것이란 무력감에 이미 빠져 든 상태다.
이들 당국과 기관의 수시조사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정거래위원회와, 정기조사는 보건복지기족부와 합동으로 벌이고 있다.
이들 당국은 앞으로 복 제약을 보호하기엔 한계가 있는 만큼 개량신약과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의 복 제약)를 장려하는 복지부 주도의 약가정책에 따라 오리지널과 제네릭 약이 시장에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리베이트를 국가차원에서 제도적으로 제어하거나 제재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하거나 밝혀왔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바이오의약품 분야를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으로 선정, 국내제약사에서 2, 3년 내에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관심을 갖는 만큼 단기간 바이오시밀러의 상용화가 어렵다는 지적과 함께 약가정책에 대한 비판만 무더기로 쏟아지고 있다.
바이오시밀러는 살아있는 세포를 사용하기 때문에 생물학적 동등성 증명이 어려운데다 오리지널 약 개발과정처럼 똑같이 전임상이나 임상시험을 모두 통과해야 하는 허가조건에 원본약과 성분이나 약효가 같게 복제하는 것이 불가능해 개발기간만 7~8년 정도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생물학적 동등성 판단에 대한 프로세스가 쉽고 체계화된 합성의약품의 카피약과 개발여건이 전혀 다른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자유선진당 이영애 의원은 지난 23일 개최된 지식경제부 국정감사에서 "바이오시밀러는 살아있는 세포를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리지널 약 개발과정과 똑같이 전 임상, 임상 모두 거쳐야 하는 허가조건에다 "개발기간이 7~8년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2~3년 내 단기 과제로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은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한바 있다.
제약 계는 이처럼 개발계획부터 착오가 생긴 바이오시밀러를 장려하는 복지부 주도의 약가정책에 불신감까지 팽배한 상태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지고 있다는 시각이다.
개발되지 않은 바이오시밀러에 복지부가 약가부터 정해 나가겠다는 식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또 제약 계와 도매업계는 지난 8월 1일부터 리베이트를 주는 조건에서 의료기관에 공급된 제약사의 모든 약에 약가인하를 일괄 적용하고 퇴장방지의약품 등은 보험약가품목에서 빼기로 하는 한편 고시 이전 행위도 소급적용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강경방침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왔다.
이들 제약 계는 정부가 이미 건강보험급여 적용과정에서 카피 약의 약가를 시판되는 시기나 급여적용순서에 따라 오리지널 약의 80%, 70%, 60%까지 낮춰 온 전례를 근거 삼아 의약품 리베이트를 빌미로 제네릭 약의 약가와 가치를 떨어뜨리려 의도로 파악하고 있다.
전재희 장관은 최근 제약 계에 전한 메시지에서 리베이트를 받은 의·약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을 입안 중'이며, 처벌 대상이 의사뿐 아니라 약사까지 미친다는 점에도 관심을 보여 왔다.
갑과 을에서 을의 처지에 있는 제약사는 물론 그동안 빠졌던 의사와 약사도 처벌대상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뜻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정부는 '데이터 마이닝 기법' 등을 틀로 삼아 '공급내역 보고 분석-리베이트 적발-약가인하' 순으로 단속에서 처벌까지 이어지는 구도까지 짠 상태다.
몇몇 제약사는 이를 정부의 정책논리로 여겨 적발 시 약가 20%가 인하되는 8월 1일 이후까지 리베이트영업으로 오해받을 일부 품목의 마케팅전략을 대대적으로 손질해왔다.
일부 상위 제약사들은 공정위 측 인사가 리베이트와 연관지어가며 '영향력 있는 제약사'들을 정면에서 거론, 오해받을 마케팅전략을 대대적으로 손질했거나 해야 할 부담을 안게 됐다며 그만큼 고민이 크다고 덧붙였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까?
국내 제약 계와 의료계는 자금이나 제품력 등 모든 영역에서 다국적 제약사보다 열세에 있는 국내제약사에게 불리한 우리나라 의약품제도와 유통관리체계를 먼저 문제로 꼽는다.
대개 국내에 생산기반과 영업망을 둔 제약사와 도매상은 당국의 여러 규제나 엄격한 제약을 시판허가 전·후 절차에서 여러 까다로운 과정을 거치게 돼 덜 받는 수입의약품을 주력으로 하는 다국적 제약사보다 시작 전부터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이러한 국내제약사의 고충은 제조 약과 수입 약의 허가과정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국내 제조 약은 수입 약에 대한 허가조건에서 제외된 C-GMP생산시설은 물론 약효를 검증하는 약물효과, 임상, 생동등성시험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금력 등에서 절대 열세에 있는 국내제약사가 감당해야 할 투자자금과 비용은 엄청난데다 인허가 기간까지 오래 걸려 새 의약품을 선보이기 전에 이미 수입 약에게 뒤처져 경쟁력을 잃게 된다. 게다가 국내 제조 약은 약효가 오리지널 약보다 떨어진다는 의약계의 과거 잠재된 피해의식이 널리 퍼져 의료소비시장에서 홀대를 받는다.
과연 이들 의약인의 시각처럼 국산 제네릭 약이 오리지널보다 약효가 떨어지는 걸까?
우리나라 국민의 약 처방과 조제를 맡고 있는 이들은 국산 제네릭 약이 오리지널보다 약효가 떨어진다에 대부분 그렇다는 입장이다.
단 이들 중 10분의 1가량은 국내제약기술발전으로 국산 제네릭과 오리지널 약간의 약효차이가 엇비슷하거나 성분 면에서 오히려 우수하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국산 제네릭 약은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인된 약물을 재구성시키는 등 개량하면서 효능과 효과가 향상되고 부작용이 줄여졌지만 제출 일로부터 20년간의 특허보호를 받다 만료된 오리지널 약은 허가당시 그대로라는 뜻이다.
이들의 주장이 귀에 솔깃한 것은 그동안 세계제약시장을 주도해온 다국적 제약사의 마케팅전략이 그동안 몰두해온 신물질과 신약 개발에서 최근 복제 약을 개량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전 세계 제약사의 개량신약승인을 도맡아 오는 등 미국 FDA의 인허가 체계가 카피 약 심사 중심으로 무게가 옮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은 정부가 나서 보험재정절감차원에서 다국적 제약사들의 연구개발비가 고스라니 얹힌 오리지널보다 약값이 싼 제네릭 약을 적극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미국 FDA는 제네릭 약의 약효 홍보에 한창이다. 웹사이트에 올린 비교설명에서 제네릭 약은 오리지널의 약효와 차이가 없으면서 가격이 저렴하다고 소개하고 있다.
신물질 찾기와 신약개발에 한계를 느낀 의약품선진국 다국적 제약사들도 개발투자비용이 덜 드는 개량복제 약에 합류한 상태다.
미국 FDA는 제네릭 약이 오리지널과 약효에서 차이가 없으면서 가격이 저렴하다며 웹사이트에 비교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국내 제네릭 약의 시판허가조건으로는 허가당국이 요구하는 생동성 시험을 받아야 하며 신약 비교했을 때 혈중농도가 신약의 80~125% 내에 들어와야 약효가 있는 것으로 인정된다.
FDA는 제네릭 약이 오리지널처럼 품질, 강도, 안전성이 같고 가격이 저렴한 것은 신약 개발을 위한 투자비용을 같지 않기 때문이라며 오리지널과 같은 제조시설에서 생산돼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들까지 힘들게 여기는 신약의 개발기간과 개발투자비용은 얼마나 될까?
개발기간은 빨라야 20여년이하인데다 투자액은 영세한 국내제약사로선 상상 조차할 수 없는 천문학적이다.
2003년 글로벌 톱10 다국적 제약사들의 연구개발비는 평균 매출 205억 달러(한화 약 25조원)의 36억 달러(약 17.5% / 한화=약 4조3,000억 원)를 연구개발비로 사용한다.
반면 국내 톱10 제약기업들의 연구개발비는 평균매출액 2,400억 원의 약 120억 원(약 4~5%)에 불과해 다국적 제약사와 격차는 크다.
이 같은 촉박한 신약개발환경에서 제네릭 약으로 경쟁에 나서야 하는 국내제약사로선 국내제약시장에서 조차 다국적 제약사의 오리지널 약을 상대하기가 버거운데다 국산 제네릭을 싸구려 또는 효과 없는 약으로 치부하는 일부 국내의약인의 홀대까지 겹쳐 힘겨운 판매전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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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최종편집일: 2024-04-26 22: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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