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이 심장건강에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심장수술을 받은 환자들도 안정만 취하기보다 적극적으로 운동을 해야 회복도 빠르고 재발도 덜 된다. 그러나 심장병 환자도 체계적이지 않은 운동을 할 경우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 약해진 심장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수술 전부터 해오던 운동을 지속하거나, 본인에게 맞지 않는 운동을 시작해서 오히려 심장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무심코 하는 일상생활 속에서도 심장에 무리를 주는 활동들이 있다는 점이다. 한림대의료원 춘천성심병원 재활의학과 최은희 교수팀은 경피적 관상동맥혈관성형술을 받고 퇴원한지 1주 이내의 환자 6명을 대상으로 3일 동안 24시간 원격모니터링을 실시했다.
그 결과 심장수술 후 퇴원한 환자의 초기 운동 강도 허용치인 3.0MET를 초과한 횟수가 1일 평균 17.2회였고, 초과 시간은 최고 78분까지 나타났다고 보고됐다. 이는 심장병 환자들의 운동처방과 심전도 원격모니터링의 중요함을 나타내는 것이다.
◆무의식중 무리한 일상 활동 많아
심장수술 환자는 퇴원 후 일정강도를 넘지 않는 움직임을 유지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심장 이상으로 다시 입원하거나 사망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따라서 운동은 3.0MET 이하에서 시작해야 하며 이것도 심전도 모니터링 하에서만 권유된다. 그러나 실제 퇴원한 환자는 자가로 무리하게 운동하거나 집이 언덕이어서 걸어올라가는 등 자신의 심장기능에 맞지 않는 활동을 해서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연구기간동안 대상자들에게 3.0MET 이상의 강도가 체크된 횟수는 1일 평균 17.2회, 시간은 평균 28.5분, 강도 최고치 평균은 4.5MET까지 확인됐다. 예를 들면 57세 여성인 A씨의 경우 1일 3MET이상 활동이 총 15회 있었으며 최고 4.5MET까지 기록했다.
이때 A씨는 조금 힘은 들었지만 입원 전에도 늘 해왔던 일이라 별 의심 없이 손자의 목욕을 시켜주고 있었다고 한다. 또 48세 남성 B씨도 퇴원 다음날 평균 5.3MET 강도의 자가 운동을 30분 이상 시도해 최고 6.3MET까지 높은 강도의 운동을 했으며, 같은 날 평균 3.6MET 강도의 운동을 41분 동안 시행하기도 했다.
다행히 특별한 증상이나 재입원 등의 문제는 일으키지 않았지만 퇴원 다음 날 수행하기에는 위험의 소지가 충분한 운동량이다. 이처럼 본인은 무의식적으로 하게 되는 사소한 일상 활동이나 평소 해오던 운동이 심장질환자에게는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사소한 오르막길 오르기도 6.0MET 강도
눕거나 앉기 등 안정된 상태에서의 평균 산소소비량인 3.5ml/min/kg를 1MET라고 보면, 천천히 걷기 2.0MET, 요리하기 2.0MET, 보통으로 걷기 3.0MET이며, 아이에게 밥먹이기도 3.0MET 수준이다. 빨리 걷기는 4.0MET로 아쿠아에어로빅과 맞먹는 강도다. 일상생활의 사소한 행동들, 예를 들면 오르막길 오르기의 강도는 6.0MET이며, 계단 오르기는 달리기나 자전거타기와 마찬가지로 8.0MET이다.
주부들이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걸레질(3.3MET), 유리창 청소(3.5MET), 빗자루질(3.5MET) 등도 심장질환자에게는 심장에 무리를 줘 응급상황을 유발할 수 있다. 강도높은 활동을 하면 심근의 산소요구량을 증가시키고 더 많은 혈액 공급을 필요로 하게 되는데, 심혈관이 좁아진 심장병 환자나 심장 기능이 저하되어 있는 심부전 환자에서 이러한 과부하는 심장기능 이상을 초래하게 된다.
실제 운동 중 급사하는 경우 대부분 심장병이 원인이다. 운동을 할 때 심장이 정지할 가능성은 심장병이 있는 환자에서 100배 높다. 또 고강도운동은 중등도로 운동할 때보다 위험성을 2∼6배 증가시킨다.
그럼에도 운동이 심장질환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기능을 한다는 것은 확고한 사실이다. 운동을 하면 심장의 근육이 발달되고 심장혈관의 탄성이 좋아져서 심장에 혈액공급이 잘 되기 때문이다. 또 체중조절과 스트레스해소에도 도움을 주기 때문에 심장병 예방에 큰 효과가 있다.
이처럼 자기심장기능의 능력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하는 운동은 심장병 환자의 사망률을 30% 이상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낮은강도 운동부터 시작해 서서히 조절해야
심장질환자의 운동요령은 낮은 강도로 시작해 서서히 강도를 올리는 것이다. 운동이 진행되어 몸이 적응하기 시작하면 같은 속도의 걷기를 해도 맥박수의 증가가 처음처럼 심하지 않다. 즉 운동이 진행될수록 몸은 점점 적응을 하게 되고 이에 따라 운동의 강도를 조절해 주는 것이다. 따라서 심장질환자들에게는 운동전 스트레칭이 매우 중요하다. 미리 심장을 움직여 몸이 적응할 시간을 만드는 것이다.
이런 운동강도 조절은 환자들이 임의로 하기는 어려우며, 엄격한 의학적 통제 아래 진행할 필요가 있다. 심장운동부하검사(Treadmill Test)를 통해 심장기능(운동에 대한 반응의 정도)을 정확하게 평가받고 이를 기초로 본인에게 가장 적절한 운동의 종류와 강도, 횟수, 시간 등을 처방받아야 한다.
또 언제 어떠한 위험상황이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적어도 퇴원초기나 운동강도를 조절하는 시점에서는 24시간 원격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맥박수, 혈압, 심전도 등을 계속 감시하면서 운동을 할 필요가 있다.
이런 방법의 운동은 매우 안전하면서도 비교적 높은 강도의 운동을 가능하게 하므로 심장 기능 회복에 매우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운동의 종류로는 심장의 혈액순환을 촉진할 수 있는 유산소운동으로 걷기, 수영이나 물속 운동, 고정식 자전거타기, 트레드밀 걷기 등이 도움이 되지만 빠르게 달리거나 경쟁적인 과격한 구기운동은 오히려 심근경색을 일으킬 수 있다.
또 역기 같은 중량운동이나 줄다리기등의 무산소성 운동은 적어도 퇴원 후 한달 정도까지는 시행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며 이후에도 적절한 부하와 반복 횟수, 호흡법 등으로 혈압이 지나치게 오르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시행해야 한다.
운동 빈도는 주당 3~4일 이상 시행해야 하며, 운동시간은 적당한 운동강도로 10~15분에서 시작해 30~60분 이상으로 시간을 점차 늘려간 후 다시 운동 강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운동 전후 컨디션, 세심하게 체크해야
심장질환자는 운동 전후의 신체 상태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데, 운동 전 정신적으로 불안하거나 발열, 권태로움, 수면부족, 설사, 두통, 피로감, 의욕이 없을 때는 운동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 운동 중 숨이 차거나 가슴통증, 호흡곤란, 어지럼증, 현기증, 식은땀, 토할 것 같은 기분, 맥박이 고르지 않을 때, 균형이 잡히지 않을 때는 즉시 운동을 중지하고 의사의 진찰을 받아야 한다.
운동 후 10분 이상이 되어도 숨차고 빈맥(100 beat/min)일 때에도 병원을 찾아야 한다. 또 식사 후 1시간 내에는 운동을 삼가며 운동동작 중에 머리가 가슴 아래로 내려가는 동작은 되도록 삼가는 것이 중요하다.
정기적으로 운동부하검사를 비롯한 기초체력 검사 등을 하고 운동능력의 향상정도에 따라 운동강도와 빈도 등을 포함한 운동처방을 받아야 한다. 반드시 전문가의 처방과 지시를 따라야 하며, 임의로 운동을 변경하지 않는다.
◆운동 직후 샤워나 사우나 금물
운동의 강도만큼 중요한 것은 체온 유지다. 심근경색을 앓은 경험이 있다면 혈압이 높고 혈액 순환이 잘 되지 않는 새벽이나 아침에는 운동을 피해야 한다. 갑자기 추위에 노출되면 말초혈관이 수축되고 심장근육에 저항이 커지면서 산소요구량이 많아져 순간적으로 심장혈관에 혈액부족 상태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더운 날씨에도 혈액의 점도가 높아져 여름철에 심근경색의 위험이 증가한다는 보고가 최근 발표되기도 했다. 운동을 한 뒤에는 운동으로 소실된 영양분을 보충하기 위해 수분과 과일, 채소 등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또 운동을 한 뒤에 곧바로 찬물로 몸을 씻어서는 안 된다. 이는 혈압상승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사우나는 심근경색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멀리해야 한다.
과로와 스트레스를 피하고 규칙적이고 적절한 휴식을 취하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생활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6 22: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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