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관 교수와 삼성서울 이상철 교수·세브란스 이현정 교수 공동연구팀
국내 비후성 심근증 환자 1,416명 대상 '최신 진료지침의 급사 예측 성능' 분석
위험인자 중 '좌심실 박출률 50% 미만'만 급사 위험 단독 높일 수 있다
미 진료지침, 위험인자 1개 이상 보유 환자 '급사 고위험군' 분류, 제세동기 삽입 권고
국내에 임상에 적용하면 '불필요한 제세동기 삽입' 우려 있다
미 진료지침 위험인자 중 '좌심실 박출률<50%' 예외적‥다른 위험인자 없어도 단독 급사 ↑
김형관 교수와 이상철 교수 "한국인 데이터 확보해 의미 크다‥추후 국내 진료지침 마련"
논문, 미국심장학회 아시아 공식 학술지 'JACC:Asia'에 게재
[보건타임즈] 미국의 최신 진료지침을 국내 비후성 심근증 환자에게 적용하게 되면 불필요한 치료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논문보기)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고위험군을 감별하려면 '위험인자 개수'와 '심근변형' 지표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는 사실이 밝혀져 추후 제정될 국내 진료지침의 가이드라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형관 교수(사진 좌) 삼성서울병원 이상철 교수(중)·세브란스병원 이현정 교수(우) 공동연구팀은 국내 최대규모 비후성 심근증 코호트를 대상으로 미국심장학회 최신 진료지침의 성능을 분석, '심근변형'의 급사 예측력을 평가한 연구 결과를 24일 이같이 발표됐다.
급성 심장사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비후성 심근증은 심장근육이 유전적으로 두꺼워지는 심근질환이다.
이 질환은 200~500명 중 한 명꼴로 발생하며 환자에게서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아 다른 검사를 하다가 우연히 진단되기도 한다.
2020년 발표된 미국심장학회 최신 진료지침에선 급사 가족력, 좌심실 비대(LVWT≥30㎜), 원인 없는 실신, 좌심실 근단 부위 동맥류, 좌심실 박출률(LVEF)<50%, 비지속성 심실빈맥, 후기 가돌리눔 증강(LGE)≥15% 등 7가지 급사 위험인자 중 1개 이상 가진 환자를 고위험군으로 분류하며, 고위험군에게는 급사를 일차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이식형 제세동기 삽입술이 권고하고 있다.
연구팀이 미국심장학회의 최신 진료지침대로 국내 비후성 심근증 환자 1,416명에 적용하자 44%(620명)가 1개 이상의 위험인자를 갖고 있었다.
즉 10명 중 4명 이상은 제세동기 삽입을 고려할 수 있는 급사 고위험군이란 뜻이다.
그러나 실제로 급사에 이른 환자는 100명 중 4명에 그쳤다.
5.5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3.3%(43명)에게서 급사 등이 발생했다.
미국의 진료지침 기준을 그대로 따르면 한국인 환자에 적용하다간 불필요한 제세동기 삽입술을 받는 환자가 생길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제세동기는 합병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어 더욱 정확한 고위험군 예측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국내 환자만 대상으로 '위험인자 개수'에 따른 급사 위험 예측력을 세부 분석했으며, '위험인자 2개 이상'일 때부터 급사 위험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심근 수축 기능을 민감하게 반영하는 '심근변형(strain)'도 급사 위험을 예측할 수 있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심초음파로 측정되는 심근변형은 심장 수축 시 세로로 줄어든 정도를 가리키는 지표다.
전체 연구집단에서 다른 변수를 조정했을 때, 심근변형이 저하된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급사 위험이 최대 4배 높았다.
심근변형 저하 기준이란 좌심실 변형률(LVGLS) 13% 미만, 좌심방 변형률(LARS) 21% 미만을 뜻한다. 이들 중 '위험인자 1개' 그룹만 분석해도 똑같이 심근변형이 떨어진 환자가 급사 위험이 유의하게 높았다.(그래프)
연구팀은 비후성 심근증 환자들 중 급사 고위험군을 정확히 감별하려면 '위험인자 개수'와 함께 '심근변형 저하' 여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각각의 급사 위험인자는 급사 위험에 단독으로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못했던 반면, '좌심실 박출률 50% 미만'은 예외였다.
이 위험인자만 단독으로 가질 때 급사 위험이 약 9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병원 김형관 교수와 삼성서울병원 이상철 교수(공동 교신저자)는 "미국 진료지침을 그대로 적용하면 불필요한 제세동기 삽입술이 많아질 우려가 있다"면서 "급사 위험을 신중하게 판단, 적절한 제세동기 삽입술을 실시하기 위해선 심근변형 저하를 주의 깊게 평가해야 하며, 특히 단독으로 급사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는 좌심실 박출률 저하도 추적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세브란스병원 이현정 교수(제1저자)는 "국내 환자만 대상으로 한 이번 연구를 통해 한국인 비후성 심근증 데이터를 확보, 의미가 크다"며 "이를 근간으로 향후 국내 비후성 심근증 진료지침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를 상세하게 정리한 논문은 'Performance of 2020 AHA/ACC HCM Guidelines and Incremental Value of Myocardial Strain for Predicting SCD'이란 주제로 미국심장학회 아시아 공식 학술지 '미국심장학회지:아시아(JACC:Asia)'에 게재됐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6 22:33:08
다음기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