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정신과 정액수가, 불평등 치료 조장”

대한정신보건가족협회가 지난달 14일 보건복지가족부가 발표한 ‘의료급여수가의 기준 및 일반기준’ 개정안에 대해 정신장애 환자들에게 불평등하게 책정됐다며 정액수가제의 폐지와 현실성 있는 정책 제고를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정신보건가족협회(회장 박종성, 이하 정신협회)에 따르면 복지부가 제시한 개정안에서 외래진료 인상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처방료, 약값, 정신치료비 등을 모두 포함하는 정액수가가 기존 2,520원에서 2,770원으로 조정된 것이기 때문에 ‘생색내기’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또 정신장애 환자에게는 예외적으로 외래 진료 후 원외처방을 하지 못하도록 개정한 것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고, 이를 계기로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정신장애 의료급여환자 정액수가제 폐지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정신협회는 복지부에 정신장애 환자들에게 균등한 치료기회 제공과 보호를 위해 ▲정신과 의료급여 환자에게만 적용되고 있는 정액수가제 폐지 ▲정신질환 외래수가에 대한 전면적인 재고려 ▲입원수가 중 일정 비율 약제비로 보장 ▲정신질환자의 외래 진료 후 원외처방을 막는 법률 개정의 재수정 등을 요구했다.

박종성 회장은 “치료비에 제한을 두는 정액수가제로 인해 의료급여 환자들은 아직도 한 개에 9~37원꼴인 1960~70년대 개발된 값싼 약을 사용하고, 이로인해 입원 기간이 길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전국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 정신 장애인들은 70% 이상이 극빈층 생활수급대상자로 치료비 걱정을 줄이고, 양질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신협회는 약 10년 전부터 국내에서도 ▲치료효능 ▲안전성 ▲치료순응도가 양호한 비정형 항정신병약물이 1차선택약물로 추천되고 있지만 아직도 의료급여 환자들에게는 정액수가제로 인해 부작용이 많은 오래된 약을 처방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이번 개정안은 재수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신협회가 주장하는 입장은 다음과 같다.

<대한정신보건가족협회 입장>
1995년 7월에 창립되어 현재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에 17개 지부와 253개 가족회로 구성되어 있는 대한정신보건가족협회는 정신장애인의 재활을 통한 사회 복귀, 사회적 편견 해소, 환자와 그 가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육, 훈련 및 정신보건 관련 활성화를 위해 정책적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우리 정신장애자와 가족들은 질환 및 생활고와 함께 정부의 정액수가제로 인해 부가적인 고통을 받아 왔다. 보건복지가족부의 이번 개정안은 우리 정신과 환자 및 가족들에게는 ‘개선’이 아닌 ‘개악’이라는 것이 우리 협회의 입장이며, 개선을 위해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정신과 의료급여 환자에게만 적용되고 있는 정액수가제는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 정신장애 환자들은 다른 질병 환자들과 동등하게 행위별 수가제로 치료받을 권리가 있으며, 정신과 환자들에게만 적용되는 정액수가제는 정신 보건법 제2조의 기본 이념, 즉 ‘모든 정신질환자는 최적의 치료와 보호를 받을 권리를 보장받는다’는 조항에 위배되는 것이다.
-정신질환 외래수가는 전면적으로 다시 고려되어야 한다. 정신장애 의료 급여 환자들도 비정형적 약물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현실적인 처방료, 치료비 및 약값을 고려하여 외래수가가 재산정 되어야 한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이번 개정안에서 외래수가를 소폭 인상하기로 하였지만 약값, 처방료, 정신치료비 등을 포함하는 이 금액으로 정액수가 내에서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입원수가 중 일정 비율을 약제비로 보장해야 한다. 조정된 입원수가 중 일정비율을 약값에 사용하도록 하고, 동시에 이 비율을 비정형적 약물이 사용될 수 있는 수준으로 산정해야 한다. 또한 환자 치료비용 이외에 수가를 사용하여 부당한 방법으로 이득을 취하는 병원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9조(정신질환 수가기준) 4항은 개정되지 않아야 한다. 정신과 의료급여 환자들에게만 예외적으로 원외처방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며, 명백한 차별 조항이다. 정신질환 환자도 외래 진료 후 원외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개정안은 재수정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