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형 같아도·달라도 생존율 차이 없다 '합병증 관리' 관건
[보건타임즈] 여러 이유로 신장이 나빠져 투석, 치료로 하는 환자에게 신장이식은 최고의 치료 방법이다.
하지만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을 할 때 일정 시간을 투석에 써야 해 생활에 불편함을 초래, 투석치료를 하더라도 건강한 신장이 하던 모든 기능을 대신하지는 못한다.
신장이식은 투석치료와 비교해 삶의 질을 개선, 생존율을 증가시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신장내과 정수웅 교수(사진)로부터 이식의 장벽을 허문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을 자세하게 알아본다.
혈액 내 항체 제거 통해 혈액형 달라도 '이식' 가능
생체신장 이식을 계획하게 되면 배우자, 부모, 형제, 자매와 같은 친가족들이 대개 기증하게 된다.
이럴 때 공여자가 건강하다면 꼭 혈액형이 일치하지 않아도 이식 전 전처리를 통해 신장이식을 시행할 수 있다.
이를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이라고 한다.
국내에선 2007년부터 시작해 현재 국내 생체신장이식의 1/3 정도가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정수웅 교수는 "혈액형 항원은 크게 A와 B 항원이 있다. 혈액 내엔 본인에게 없는 혈액형 항원에 대한 항체가 존재한다"면서 "즉, A형인 사람은 B 항원에 반응하는 항체를 가지고 있으며 O형인 사람은 A와 B에 대응하는 항체 모두를 가지고 있어 A형인 사람(B형에 대응하는 항체가 존재)이 B형 혹은 AB형의 사람으로부터 신장기증을 받게 되면 공여자 신장의 혈관내피세포와 세뇨관 세포에 표현된 B 항원에 대한 거부면역반응이 일어나게 된다"며 "이 경우 신장이식 수술하기에 앞서 수혜자의 혈액 내 항ABO 항체를 제거하는 치료를 하게 되며, 이를 탈감작요법이라고 한다"고 밝혔다.
탈감작치료란 이미 존재하는 항체를 제거, 추후 항체의 생성을 억제하는 것으로서 혈장분리교환술(plasmapheresis)과 리툭시맙(rituximab), 그리고 면역글로불린이 근간이 된다.
이에 따라 보통의 신장이식과 달리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은 이식 예정일보다 5~7일 정도 일찍 입원해 탈감작치료를 병행하게 된다.
신장이식 시, 가장 중요한 '혈장 분리 교환술'
혈액 내 항체 직접 제거하는 '전 혈장교환술'
이미 존재하는 항체 제거에 가장 중요한 치료 방법인 혈장분리교환술엔 전 혈장교환술(total plasma exchange), 이중 필터 혈장분리교환술(double filtration plasmapheresis), 면역 흡착술(immunoadsorption)이 사용되는데 어느 방법이 더 좋다고 알려지지는 않았으며, 현재 대다수의 국내 기관에서는 전혈장교환술을 시행하고 있다.
전혈장교환술은 말 그대로 수혜자의 혈장을 제거한 다음 알부민이나 신선동결혈장으로 보충함으로써 혈액 내에 존재하는 항ABO 항체를 직접 제거하는 시술이다.
대개는 이식 수술 예정 1주일 이내에 시행하게 되며 수혜자가 가지고 있는 항체의 양에 따라 최소 1~2회, 최대 4회 이상 시행, 항체 역가를 감소시킨다.
이를 위해 혈관 내 카테터가 필요하며 예상 소요 시간은 1회당 2~4시간 정도다.
표적항암제로 '항체 생성' 억제
표적항암제 리툭시맙은 본래 악성림프종 치료제로서 개발·사용되고 있으나 B 림프구를 선택적으로 사멸시키는 효과가 있어 탈감작치료로 사용하고 있다.
B 림프구는 항체를 생산하는 형질세포로 분화해 리툭시맙 투여를 통한 선택적인 B 림프구의 파괴는 항ABO 항체의 생성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지게 된다.
리툭시맙이 B 림프구를 충분히 감소시키기 위해선 적어도 1주일 이상이 걸려 대개 신장이식 2~4주 전에 투여하게 된다.
면역글로불린의 투여는 면역반응을 완충시킴으로써 항체 매개성 거부반응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개 혈장교환술 시행 후 투여하고 있으나 아쉽게도 국내에선 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식 후 2주 '거부반응' 집중 추적관찰 필요
이식 전 충분한 전 처치 요법을 통해 항ABO 항체를 감소시키며 이식을 시행했음에도 이식 후 혈액 내 항체양의 반등이 일어날 수 있다.
정 교수는 "항체 매개성 거부반응은 대부분 이식 후 첫 2주 안에 발생, 이 시기 동안은 항체 역가의 집중적인 추적관찰이 필요하며 만약 항ABO 항체 역가가 일정 수준 이상 증가한다면 거부반응을 일으켜 추가 혈장교환술을 시행해 양을 낮추도록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식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항ABO 항체가 존재하지만, 이식 신장을 공격하지 않아 신장조직에서 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순응이 발생한다.
정 교수는 "순응이 발생하는 시기가 명확히 밝혀져 있지는 않지만 대개 이식 2주 이후에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결론적으로 혈액혈 부적합 신장이식을 시행하게 되면 이식 후 초기에만 일시적으로 낮은 항ABO 항체 역가를 유지하면 된다"며 "이후엔 항ABO 항체가 증가하더라도 이식 신장 기능의 저하가 보이지 않는다면 추가 처치가 필요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혈액형 부적합 vs 일치 신장이식 생존율 동일 '합병증 관리' 관건
말기신부전 유병률이 증가하면서 신장이식이 필요한 사람은 지속해서 늘어나는 상태다.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의 도입은 신장이식의 혜택을 받을 기회가 넓혀진다.
신장이식의 성적은 이식받은 신장이 얼마나 정상적으로 오래 기능하는가를 통해 평가하게 되며 면역억제제의 발전과 치료의 노하우가 쌓이면서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은 5년 이식신장생존률이 90~95%로 혈액형 일치 신장이식과 비교해 비슷한 치료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혈액형 일치 신장이식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고강도의 면역억제제를 투여해 신장이식 후 감염성 합병증의 위험성이 높아져 면밀한 주의와 관찰이 필요하다"는 게 정 교수의 조언이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6 22: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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