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육·황병희 교수 "고령·기저질환자 각 개인 맞춤 타비시술 전략 접근"
타 과와 통합 진료, 수차례 시뮬레이션 거쳐 '접근법·시술 성공' 확신
[보건타임즈]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 타비팀(순환기내과 중재 시술의 장기육·황병희·이관용 교수팀과 구조 심질환 영상의 정우백 교수)이 최근 국내에서 처음으로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 황 모 씨(88세, 여)에 최소 침습법으로 겨드랑이 동맥을 통해 타비시술(TAVI, 경피적 대동맥판막 치환술)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사진 앞쪽 환자 황 모 씨(88세, 여). 뒷줄 왼쪽으로부터 순환기내과 황병희 교수, 정우백 교수, 장기육 교수)
황 씨는 큰 부작용과 합병증 없이 중환자실에서 하루 만에 회복한 후 병실에서 건강을 되찾아 지난 4월 15일 퇴원했다.
19일 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얼마 전 실신으로 응급실에 이송 온 황 씨는 심장 초음파 검사에서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을 진단받았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노화된 대동맥판막 때문에 판막이 좁아져 혈액 이동에 장애가 생기는 질환이다.
이 질환은 가슴 통증,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발생하며 급사의 위험이 크다.
과거엔 가슴과 대동맥을 직접 열었지만, 최근 고령이나 전신의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는 전신마취 없이 타비시술을 시행한다.
실신이 반복되던 황 씨는 급사의 위험도가 높아 빠른 치료 전략이 필요했다.
이전에 심근경색 기왕력에서 전신마취의 위험도가 높아 타비시술이 요구됐다.
그러나 전신 혈관에 협착이 심해 양측 허벅지, 대퇴동맥의 가장 좁은 부위는 심한 석회성 협착으로 4㎜가 되지 않은 데다 대동맥 하방의 가장 좁은 부위도 석회성 협착으로 직경이 5㎜ 채 못돼 타비시술 기구의 통과가 아예 불가능한 상태였다.
타비시술은 허벅지의 동맥을 따라 기구를 대동맥으로 넣어 대동맥판에 기구를 위치를 잡은 뒤 좁아진 판막 사이를 풍선으로 확장한 후 스텐트를 삽입한다.
대부분 허벅지의 동맥을 따라 시술을 진행하지만, 허벅지 혈관이 좋지 않거나 하부 대동맥이 좁아져 있을 때는 겨드랑이 혈관이나 뇌로 가는 경동맥 혹은 가슴을 일부 열고서 직접 접근을 시도한다.
순환기내과 장기육 교수(사진)팀은 황 씨의 CT와 영상자료를 면밀하게 분석해 접근법을 고민한 끝에 순환기내과, 흉부외과, 영상의학과와 통합 진료를 토대로 허벅지 대신 왼쪽 겨드랑이 혈관을 통해 접근, 타비시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대개 겨드랑이 혈관으로 접근할 땐 흉부외과에서 국소 수술을 통해 피부를 4~5㎝ 정도 절개한 다음 혈관을 노출시키면 타비팀이 이어받아 혈관에 기구를 삽입해 시술을 시작한다.
시술이 끝나면 다시 흉부외과에서 혈관과 창상을 봉합한다.
하지만 장 교수팀은 황 씨의 겨드랑이 동맥을 분석한 결과 피부 절개와 창상 없이 혈관에 접근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수차례 시뮬레이션을 거쳐 시술 성공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특히 시술 후 피부에 흉터가 남지 않는 데다 절개 부위 감염 등의 합병증을 줄일 수 있는 장점까지 염두에 뒀다.
장기육·황병희·이관용 교수팀은 황 씨의 왼쪽 손목 혈관을 확보한 후 엑스레이 보조를 받으며 겨드랑이 동맥에 바늘과 기구를 넣은 뒤 신속하게 대동맥판막에 인공판막을 삽입했다.
이어 인공판막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확인한 다음 기구를 안전하게 제거한 후 겨드랑이 동맥을 촬영해 혈관 손상이 없는지 마지막까지 파악했다.
장 교수는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들은 고령이면서 기저질환이 있는 사례가 많아 획일화된 치료를 적용하기보다 각 개인 맞춤 전략으로 치료에 접근해야 한다"며 "이번 경피적 방법은 하지 동맥이나 복부 대동맥 협착이 심한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전략을 국내 처음 도입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 타비팀은 2012년 첫 시술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650례 이상, 연간 100례 이상의 시술을 시행하고 있다.
다음 달 5월 1일부터는 80세 이상 고령 환자에게 실시하는 타비시술이 전면 급여화될 것으로 알려져 대중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추후 서울성모병원 심뇌혈관병원 타비팀은 다년간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를 위한 세밀한 관리와 맞춤 치료 전략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5-03 17: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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