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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12월04일 13시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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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식 환자 '엄마 되는 꿈 이뤘다' 기적의 출산
이대목동병원, 소아외과 등 6개 전문 과 의료진의 '협진에 철저한 관리'가 이뤄낸 성과

간이식 수술 후 철저 준비 거쳐 건강한 '3.5kg 여아' 분만
홍근 교수 ‘이식 앞 둔 여아환자와 가임기 여성 환자에 희망의 메시지’

[보건타임즈] "너무나 사랑스러운 존재여서 영어 '러블리(Lovely)'를 줄여 아이의 태명을 '블리'로 지었어요. 이렇게 가슴에 안고 있게 돼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아요"(사진 왼쪽부터 홍근 교수, 박혜령 씨, 박혜령 씨 남편, 박미혜 교수)

지난 8월 3일 이대목동병원 모자센터에서 만난 박혜령 씨(35세, 여)와 그의 남편은 갓 태어난 딸을 바라보며 이같이 말했다.

아이의 출산은 일반 부부에게는 평범한 일상이 주는 축복일 수 있지만, 박 씨 부부에겐 어려운 도전이었다.
박 씨는 신생아 담도폐쇄증으로 카사이 수술 후 5년 전 간이식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대목동병원(병원장 한종인) 소아외과, 이식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소화기내과 등 의료진의 다학제적 협진과 헌신으로 건강을 되찾으며 계획적으로 임신을 준비, 결국 눈물겨운 '엄마가 되는 꿈'을 이뤄냈다. 

이 환자가 지난날 치료과정은 이대목동병원의 역사와 같이 한다.
35년 전 출생 후 얼마 되지 않아 황달 증상을 보였던 박 씨는 지금의 이대목동병원과 통합된 이대동대문병원에서 신생아 담도폐쇄증 진단을 받았다.

신생아 담도폐쇄증은 간에서 만들어지는 담즙이 배출될 통로 즉 담관이 폐쇄돼 황달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 질환은 즉각 수술하지 않으면 간 기능 저하로 간이 손상돼 간경화와 간부전으로 이어져 생후 2세 이전에 사망하게 된다.
수술이 잘 된다고 해도 상당수의 환아가 간경변증으로 악화돼 간이식을 받게 된다.

박 씨는 태어난 지 100일도 지나지 않아 소아외과 최금자 교수로부터 간문부와 소장을 직접 연결, 담도를 만들어 주는 카사이(Kasai)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성공적이었으며 박 씨는 잘 회복돼 비교적 건강한 청소년기를 보냈다.
이후 대학 진학, 졸업에 이어 직장 생활을 하던 박 씨는 급작스럽게 간 기능이 저하돼 다시 이대목동병원을 찾아 외과 민석기 교수와 소화기내과 김태헌 교수의 진료를 받게 됐으나 이미 간경변증까지 악화돼 식도 정맥류 출혈 등 합병증이 발생했으며 간기능은 계속 나빠져 자신의 간으로는 더 이상 생존여부가 불투명해져 간이식이 필요했다.

마침 홍근 교수가 2013년 4월부터 이대목동병원에서 간이식 프로그램을 시작해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던 중이었으며 소화기내과에서 치료 중 이었던 박 씨는 김태헌 교수의 의뢰로 간이식을 받았다.

기증자는 갓 군대를 제대한 동생이었다.
누나의 건강 악화 소식을 들은 동생은 흔쾌히 기증을 결심했다.
오누이가 나란히 누워 시작한 간이식은 10시간에 걸친 대수술이었지만 다행스럽게 기증자와 수혜자 모두 큰 문제없이 끝났다.

간이식수술 후 박씨의 경과는 매우 양호했으며 다른 수혜자들보다 회복 속도가 빨라 빠르게 건강을 되찾았다.
하지만, 수술 뒤 10일째 배액관을 모두 제거, 퇴원을 앞둔 박 씨가 급작스러운 복통을 호소,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결과 담즙이 새어 나오는 합병증이 생긴 것을 알았다.  

홍근 교수는 "담관 합병증은 간이식에서 많이 발생한다. 한번 발병하면 재발을 잘해 시술 후에 수술상처로부터 흘러나오도록 삽입하는 배액관을 단 채 환자가 오래동안 생활해야 해 어려움이 있다"면서 "당시 박씨는 제거한 부위에 또다시 배액관을 넣기엔 기술적으로 어려움이 있었다며 합병증 치료를 위해선 다시 개복 수술을 하거나, 담즙이 고인 곳에 배액관을 연결한 후 환자의 상태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다행히 영상의학과 최선영 교수와 협진으로 배액관을 삽입 후에도 여러 시술을 통해 담즙이 새는 곳까지 배액관을 거치시키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게 홍 교수의 설명이다.
수술 대신 시술만으로 담즙이 새는 부위에 배액관을 거치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다행스럽게 박 씨의 상태는 나아져 35일 만에 퇴원했다.
퇴원 후 3개월 만에 다시 담관이 좁아지는 합병증으로 병원을 찾은 박 씨는 ‘경피 경간 담관 배액술’을 시술 받았지만 이 부위의 합병증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횟수가 많았다.

이에 홍근 교수는 하루에 여러 번 박씨의 병실을 찾아 상태를 확인하면서 그와 많은 대화를 나누며 완치에 희망을 갖도록 긍정의 에너지를 불어 넣었다.

상태가 호전된 박씨는 배액관을 제거한 뒤 퇴원 후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어느 날 박씨는 장기이식센터에 병원을 자신의 결혼 소식을 전했다.
2015년 9월 그는 간이식 수술을 받지 않았다면 생각조차 못했을 결혼을 했다.
30여 년 전 박 씨를 안은 채 이대동대문병원을 찾았던 박 씨의 어머니는 결혼식장에서 만난 홍근 교수와 장기이식 코디네이터의 손을 잡으며 아무 말 없이 눈물만 흘렸다고 한다.
 
결혼 후 그는 다시 황달과 가려움증이 발생, 경피경간 담도배액술을 받게 됐다.
그는 의료진과 상담을 통해 삽입한 배액관을 보존한 채 담관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시간이 지나 담관이 자리를 잡을 것을 확인한 후 홍 교수는 배액관 제거를 결정했으며 이후에 합병증 없이 간 기능이 잘 유지됐다.

2017년에 이르러선 홍근 교수는 조심스레 박 씨로부터 임신 계획을 듣게 됐으며 산부인과 박미혜 교수에게 협진을 의뢰했다.
박 교수는 산전 진찰 결과 간 기능이 유지가 된다면 임신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문제는 이식받은 장기의 거부 반응을 줄이기 위해 이식환지들이 평생 복용해야 하는 면역억제제를 중단할 수 없는데다 투약 시 태아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봐서다.
더 큰 문제는 거부반응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게다가 혹시나 환자에게서 담도합병증 등 간이식에 의한 합병증이 다시 생기면 약물을 추가로 복용하게 해야 하는 것은 물론 조영제를 이용한 영상 검사와 엑스레이 촬영 등을 하게 돼 태아가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가임기의 간이식 환자뿐만 아니라 태아에게 여러 여건이 위험요소가 돼 경험이 많지않은 의료진들이 임신이나 출산을 장려하지 않은 이유다.

홍 교수는 박 교수의 의견을 기반으로 곧바로 박 씨의 임신을 위해 복용하던 면역억제제 등 약들을 태아에 독성이 가장 약한 약으로 바꾸면서 용량을 최대한 줄여 처방하는 등 신경을 써왔다.
그러나 홍근 교수와 박미혜 교수는 첫 간이식 환자의 임신시도인데다 출산까지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박 씨의 남편도 임신 기간 내내 마음을 졸였다.
아내가 결혼 후 합병증으로 입원, 힘든 병실 생활해와 건강이 염려되는 것은 물론 뱃속 아이까지 걱정돼 마음고생이 2배, 3배 이상 컸다.
이러한 우려 속에 부부의 지극한 노력과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의 헌신으로 박 씨는 지난 8월 3일 3.5kg의 건강한 여자 아이를 출산했다.
지난 2014년 정년퇴임한 소아외과 최금자 교수는 박 씨의 출산 소식에 한 걸음에 병원으로 달려와 먼저 아이의 건강을 확인하며 박 씨의 출산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홍 교수는 "결혼 전에 간이식을 받은 환자가 정상적인 가정을 꾸려가기가 쉽지 않는데 결혼해서 출산까지 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임신 중에 간이식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에 치료하는 과정에서 각종 검사와 약물이 태아에게 영향을 줄 수 있어 임신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가임기 이식환자가 대부분"이라면서 "우리나라에선 그간 가임기 이식 환자들에게 계획적으로 준비, 임신과 출산을 한 사례가 거의 없는 일로서 이번 경험이 이식을 앞둔 여아와 가임기 여성 환자들에게 '정상적인 가정'을 이룰 수 있다는 큰 희망을 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이식을 필요로 하는 가임기 여성 환자와 소아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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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진 (bktimes@naver.co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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