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순 교수 "가임기 여성이라면 정기검진"
심부자궁내막증, '난소의 보존' 최우선
"병변 완전 제거하는 정밀수술이 관건"
[보건타임즈] 결혼 후 2년이 지난 직장인 김씨(27세. 여)는 자연임신을 2년 동안 준비해오다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해 미뤄오다가 마침내 산부인과를 찾았다.
그는 평소 남들보다 심한 생리통만 있을 뿐, 생리 주기가 정확한데다 늦은 나이에 결혼한 것도 아니어서 산전검사는 물론 난임을 걱정해본 적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산전검사를 통해 산부인과 전문의로부터 건네받은 진단이 자궁 안에 있는 막에 문제가 생긴 '심부자궁내막증'이란 사실과 이 질환으로 그동안 난임의 원인이 됐으며 임신보다 당장 수술이 시급하다는 소견에 따라 수술대에 올라 치료를 받았다.
현재 그는 수술치료를 마친 후 주치의와 지속적으로 상담을 이어가며 임신을 준비하고 있다.
가임기 여성 난임 유발하는 '자궁내막증'
자궁내막은 자궁 안쪽으로 여성호르몬에 따라 두꺼워지며 성숙해지면서 생리가 일어나고, 배아가 착상하는 곳이다.
김씨의 사례에서 확인되듯 자궁내막은 여성의 임신을 준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조직이 자궁 안쪽에만 존재하지 않아 자궁 바깥쪽에 존재하게 됐을 때 자궁내막증이 발생한다.
자궁내막증은 생리혈을 만들어내면서 난소에 낭종을 형성하며 나팔관, 복막, 복강 등 주변 조직을 파고들어 통증, 유착,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을지대 을지병원 산부인과 권용순 교수(사진)는 "젊은 여성일수록 호르몬의 분비가 활발해지는 만큼 자궁내막증을 유발하는 비정상적인 조직도 빠르게 증식할 수 있다"며 "특히 미혼 여성의 경우는 임신이나 출산으로 겪게 되는 생리 휴지기간 없기 때문에 지속적인 여성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빠르게 진행된다면서 여기에 산부인과 진료를 기피, 대부분 증상이 심해져야 병원을 찾는 사례가 많다. 가임기 여성이라면 정기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심부자궁내막증, 복막 침투, '주변 장기'까지 파고든다
우리 몸의 장기는 복막으로 덥혀있다.
이때 질환을 유발하는 비정상적인 자궁내막조직이 주로 자궁 근처에서 발생하거나 복막표면에만 국한됐을 때 흔히들 말하는 자궁내막증으로 구분, 진단한다.
하지만 복막을 침투해 주변 장기 방광, 요관, 질 상부, 직장조직, 골반의 신경까지 파고든 상태일 때 이를 심부자궁내막증이라고 세분화해 부르고 있다.
이런 증상의 자궁내막증을 오래 앓았거나 심해졌을 땐 자궁내막조직의 깊이나 정도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대개 "생리통이 진통제로 조절되지 않는데다 생리기간 구역감이나 어지럼증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동반될 정도라면 산부인과 검진이 필요하다"는 게 권 교수의 지적이다.
이 때 침범한 심부 조직의 통증이 생리 시 동반되는가하면 만성 골반염, 과민성 대장증후군 등의 질환과 유사한 증상을 보인다.
'난소 보존' 최우선‥정밀한 수술이 관건
심부자궁내막증은 자궁내막증으로 침투된 조직을 완전히 제거하지 않으면 통증이 지속되며 재발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궁내막증은 흔히 말하는 악성 종양과는 다르지만 재발을 잘해 정밀한 수술을 하는 것이 치료의 관건이며, 결과에 따라 예후도 크게 달라진다.
심부자궁내막증의 수술에서 가장 최우선은 첫째, 둘째도 '난소의 보존'이다.
권 교수는 "난소는 여성호르몬을 분비하는 기관으로 배란할 난자가 모여 있기 때문에 가임력 보존을 위해선 얼마만큼 난소를 잘 보존하느냐가 중요해 해부학적으로 유착을 잘 박리해서 정상조직과 아닌 부분을 장기 손상 없이 최대한 완벽하게 절제해야 하는 난이도 높은 수술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난소가 아닌 다른 부위의 심부자궁내막증 수술을 하는 경우 유착이 아주 심할 때 장을 절제해야 하는 변수가 있는 만큼 심부자궁내막증 병변을 완전히 제거, 치료할 수 있는 경험과 기술을 가진 전문의에게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심부자궁내막증의 일차치료는 수술로 최대한 병변을 제거해야 한다.
완전하게 제거하지 못한 수술치료 뒤에는 엄밀히 말해 재발이라는 병명보다는 잔존 병변의 재활성이 대부분 일어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궁내막증 환자의 50%가 수술 후 5년 안에 재발을 겪을 만큼 재발률이 높다.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임신을 원할 때 조기에 임신을 시도한다든가, 약물치료와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단 장기간의 호르몬 억제 치료는 또 다른 부작용을 유발, 약물치료 기간과 약제 선택을 전문의와 신중하게 상의해야 한다.
권용순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6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산부인과 검진을 받는 것이 좋으며 자궁내막증은 생리와 연관성이 높아 자신의 월경주기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평소 심한 생리통뿐만 아니라 비정상적인 자궁내막 조직이 다른 조직까지 깊숙이 침범하는 심부자궁내막증은 병변의 위치에 따라 극심한 통증이 나타나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 교수는 수술 시행 전 복강경 혈관 클립으로 후 복강 내의 자궁 동맥을 일시 차단해 다량 출혈을 방지하는 '일시적 자궁동맥 차단 후 선근종 척출술(TOUA)'이라는 독자적인 수술법을 개발하는 등 부인암 연구와 임상에 전념하고 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5-03 17: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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