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기병센터, '국내 첫 대변이식술(FMT) 전문팀' 진료
박수정 교수 "염증성 장질환 대안치료법으로 확장 기대"
[보건타임즈] 세브란스병원이 국내에서 첫 '대변이식술 전문진료팀'을 구성, 본격적으로 진료에 들어갔다.(사진 대장내시경)
의료진은 소화기내과와 감염내과, 진단검사의학과 의료진으로 꾸려졌다.
'대변이식술(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은 사람의 건강한 대변 속 미생물을 내시경이나 관장을 통해 추출한 후 환자의 장(腸)속에 뿌려주는 치료법이다.
이 대변이식술은 유럽과 미국, 캐나다 등에선 널리 알려진 공인 치료법이다.
한국에서 생소한 대변이식술은 이렇다.
건강한 똥에서 추출한 미생물을 환자의 腸속에 투여, 장건강을 회복시키는 치료법이다
국내에선 세브란스병원이 지난해 그간의 국내외에서 이뤄낸 임상성과를 근거로 신의료기술을 신청, 허가당국으로부터 첫 승인을 받아냈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박수정 교수는 국내에서 허가받은 대변이식술의 적용범위는 약물로 잘 조절되지 않는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장염' 환자에게만 시도할 수 있도록 돼 있다고 밝혔다.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Clostridium difficile)'은 장속에 소생하는 균으로 건강한 사람의 장에서도 소량 기생하지만 균수가 급증하게 되면 독소를 배출, 장염을 일으켜 설사와 발열, 점액변 또는 혈변 등과 함께 복통, 오심, 구토, 복부팽만감, 오한 등 다양한 불편감까지 동반한다.
이런 증상을 앓을 때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레 장염, 즉 감염성 질환으로 진단하게 된다.
이 때 이 질병이 감염성 질환이기에 항생제 치료를 먼저 하게 된다.
하지만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레 장염은 주로 다른 질환치료에 항생제를 투약한 후 발병하는 특징이 있어 일반 항생제로는 잘 반응하지 않아 특정 항생제를 처방해야 한다.
게다가 초기에 치료가 잘 됐더라도 환자의 35% 이상에게서 재발하는 경향이 있다.
'반코마이신' 등 강력한 항생제로 치료해도 재발하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항생제를 지속적으로 사용하게 되면 환자에게 고위험도의 항생제 내성을 부추겨 치료 약물 사용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박 교수는 "무엇보다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레 장염환자들에게서 재발이 반복되면 동반증상이 다양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받게 되는 것은 물론 거대결장, 장 천공, 쇼크 등의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심각한 합병증 위험을 안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사정으로 다양한 대안적 치료법이 계속 연구돼왔다.
이중 항생제 치료로 수가 감소한 장내 미생물의 균형을 맞추는 동시에 이미 크게 늘어난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균을 줄이는 쪽으로 방향의 틀을 잡은 치료 아이디어가 나왔다.
이후 이 아이디어를 좀 더 발전시켜 건강한 사람의 대변 속 미생물을 환자의 장에 이식하는 치료법이 선보이게 됐다.
이 결과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레 장염환자 90% 이상에게서 치료 성공률을 보이는 것으로 미국과 유럽의학계에 보고되고 있다.
박 교수는 "항생제가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장염의 주 발병원인이라고 봐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면 '원인 치료가 되지 않을까(?)'란 생각을 가질 수 있겠지만, 주 치료 타킷 층이 수술 후 감염이 발생했거나 다양한 감염성 질환을 앓은 환자들이어서 아예 중단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 많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이렇듯 수술치료를 받아야 할 많은데다 감염성 질환에 취약한 노년층 증가추세에 놓여 있는 국내에선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레 장염 환자는 계속 늘어나 건강한 미생물을 얻는 것이 치료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인다.
박 교수는 "좋은 대변을 우선 확보하는 것이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레 장염 치료의 첫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우선 대변제공자에 대한 과거병력과 현재 건강상태, 가족력, 장내 병원균과 기생충 감염여부 등을 세심히 살펴 환자에게 새로운 병이 감염되는 것을 철저히 예방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간염환자와 헬리코박터 보균자, 여러 감염성질환자, 비만이거나 당뇨환자 등은 대변공여자를 추려내는 첫 단계에서부터 아예 제외대상이다.
다음 단계로 다양한 공여자 검사를 통해 엄격한 여러 조건을 충족한 건강한 정상인으로부터 얻은 대변을 병원 진단검사의학과에서 별도의 특수처리한 후 필요한 장내 미생물 용액으로 제조한 뒤, 위나 대장내시경, 관장으로 환자의 장속에 뿌리게 된다.
박 교수에 따르면 미국이나 캐나다에선 까다로운 대변 제공자의 조건을 통과한 일반인의 대변을 모아두는 '대변은행'을 운영 중에 있다.
박 교수는 "국내에서도 중장기계획을 수립, 관련 시설 운영을 추진 중에 있다며 항생제 치료 후, 지속적으로 설사, 점액질 변이나 혈변을 보거나 발열을 동반할 경우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레 장염을 의심, 가까운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을 것을 적극 권장한다"면서 향후 치료 연구가 축적된다면 궤양성 대장염이나 과민성 대장증후군 환자들에게 대안적 치료법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변이식술은 아직 건강보험적용이 안 되는 신의료기술이어서 환자의 본인부담금이 높아 치료접근도가 어려운 점이 있다.
세브란스병원에선 축적되는 대변이식술의 임상성과를 모아 건강보험 적용에 필요한 자료수집에 나설 예정이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6 22: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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