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망, 위기상황 등 '대응체계 재정비 방향' 제시
감염병 대응에 즉시 투입할 '연구조직' 육성
[보건타임즈] 명지병원의 감염관리와 위기대응 국제심포지엄이 지난 16일 국내외 관계자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치러졌다.
이 행사는 병원, 의료계는 물론 나라 전체를 혼란에 빠뜨린 메르스 사태가 1년 지난 시점이어서 관심을 끌었다.
이날 서남의대 명지병원은 메르스 발생 1주년을 계기로 민간 최초로 '감염관리-위기대응 연구소' 개설한 것을 기념해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감염관리와 위기대응에 대한 개선안을 본격적으로 모색하는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새로 문을 연 '감염관리-위기대응 연구소(IICER Institute for Infection Control and Emergency Response)'는 신종 감염병 발생과 원내외 감염 전반에 걸쳐 능동적 대응력 강화를 위해 연구, 개발, 교육 등의 역할을 하는 연구기관이다.
이 연구소는 기초이론보다는 임상에 즉시 활용할 연구조직 육성을 목표로 두고 있다.
IICER의 조직은 '감염관리', '위기대응', '커뮤니케이션'의 3개 분과로 꾸려진다.
감염관리분과는 신종 감염병과 원내 감염의 모니터링과 예방, 치료 방안을 연구하게 된다.
위기대응분과는 감염병 발생 시 의료전달체계 확립과 대형 재난 이후 창궐하는 감염 질환 등을 연구 대상으로 한다.
커뮤니케이션분과는 감염병 발생 시 혼란을 제어하는 동시에 정부와 개인, 언론 등의 의사전달체계를 마련하는 것을 목적으로 활동한다.
명지의료재단 이왕준 이사장은 "2009년 신종플루와 지난해 메르스 등의 사태 당시 선제적 대응시스템을 통해 얻었던 성공사례를 더 발전시켜 의료기관간의 서로 공유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메르스 이후 내부 시스템 점검을 통해 발전된 의미의 감염관리와 위기대응 연구소를 설립하게 됐으며 앞으로 명지병원은 새로운 신종 감염병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기상황과 전체 의료시스템을 위협하는 공중보건의 위기대응책을 업그레이드하는데 공동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병원협회 홍정용 회장은 "신종플루 창궐 당시부터 감염관리에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아 메르스 사태 대응의 모범적 사례로 기억되고 있다"며 "명지병원의 높은 능력을 바탕으로 설립된 '감염관리-위기대응 연구소'가 우리나라의 감염병 대응 수준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키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포지엄은 섹션 1, 2부로 나눠 미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과 국내의 감염병 전문가들이 모여 각국의 감염관리와 위기대응 현주소를 되짚어보면서 바람직한 개선안을 함께 모색하는 동시에 우리나라의 방역체계와 위기상황 등 대응시스템 재정비의 방향을 제시하는 논의로 치러졌다.
이들은 이미 메르스 사태로 입은 상처가 아물지 않은 상시적인 위협 속에서 체계적 대응책 마련에 부진을 면치 못하는 우리나라의 대응체계 중 전문가 양성 등에서 여전히 뒤처져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1부 감염관리섹션에선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오명돈 교수가 좌장을 맡아 신종 감염병에 각국의 대응체계를 살펴봤다.
먼저 싱가포르 탄톡셍 국립병원 브렌다 앙(Brenda Ang) 교수는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이후 싱가포르의 의료 시스템 발전상을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당시 싱가포르는 우리나라처럼 신종감염병에 대비책이 전무했지만, 사스사태이후엔 보건부와 의료계가 추가감염 방지를 위한 기본적인 사항부터 갖춰나가기 시작했다.
이 결과, 현재 싱가포르는 신종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환자 이동 경로, 사용한 보호 장비 처리 방법, 사망자 처리 등에 필요한 매뉴얼을 운영, 메르스의 경우 현재 단 1명의 감염자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브렌다 앙 교수는 "신종감염병은 항상 대비해야 하는 것은 물론, 새롭게 개발된 기술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며 "미생물 전문의 등 감염병 관리 전문가도 사스 이후 2배 이상 확보했다"고 밝혔다.
일본 도쿄 국립국제의료연구센터 사토시 쿠수나(Satoshi Kutsuna) 교수는 일본의 신종감염병 대응 체계를 소개했다.
일본의 경우 감염병을 위험성에 따라 4단계로 구분, 대응하고 있다.
사토시 쿠수나 교수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에볼라 바이러스는 1군, 메르스, 사스는 2군, 콜레라는 3군, 뎅기열, 지카 바이러스는 4군 감염병에 포함시켰다.
사토시 쿠수나 교수는 "국제공항과 인접한 곳에 신종감염병 대응 의료기관을 운영, 외국에서 들어오는 국민의 검역을 철저하게 수행하고 있다"며 "검역 법령에 따라 여행객은 감염병 증상이 있으면 최장 21일까지 격리되며 1일 2회 측정을 통해 추가감염을 아예 원천봉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도 우리나라가 당면한 문제처럼 감염병 관리 전문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일본엔 감염내과 전문의가 약 400명 있지만 만일에 뚫릴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최첨단 검사장비를 이용, 신종감염병을 신속·정확하게 판별할 수 있도록 관련 의료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사토시 쿠수나 교수는 "감염병은 의사는 물론 간호사의 역할도 중요해 정부 차원에서 교육 프로그램 제공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연자로 나선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이재갑 교수는 메르스 사태 이후 바뀐 우리나라의 감염병 위기 대응 거버넌스 변화로 ▲위기경보 단계별로 대응체계 개편 ▲감염관리실 설치 대상병원 기준 상향 ▲감염관리 인력 기준 강화 ▲감염관리 수가 반영 폭 확대 등을 꼽았다.
이 가운데 위기경보 단계별 대응체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중앙 콘트롤타워는 기존 질병관리본부에서 국무총리 소관으로 바뀌었다
이로써 국무총리의 주재로 열린 범정부회의에 복지부(관리대책본부), 안전처(지원대책본부), 질본(방역대책본부) 등 부처가 함께 대응하는 방향으로 개편됐다.
좀 더 독립적으로 신속하게 신종감염병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질병관리본부장을 차관급으로 격상시켰으며 기획조정과와 위기소통담당관, 긴급상황센터 등의 직책과 부서를 신설하거나 변경했다.
여기에 역학조사관 확충, 감염병 전문병원, 음압격리실을 늘려나가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감염병전문가 양성체계에서 나왔다.
이에 이 교수는 "인력 충원 수와, 교육 방안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준만 바꿨을 뿐 진전이 없는 상태"라면서 "감염병의 유행은 질병의 위험성뿐 아니라 사회적·정치적인 문제로 다뤄져 장기적인 안목과 구체적으로 촘촘하게 마련한 계획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신종 감염병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여러 가지 분야를 훈련시킬 수 있는 새로운 트레이닝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전문적 지식은 물론 사회, 정치적인 글로벌 안목에서 소통, 조율하는 능력도 필요하다"며 감염병전문가 양성의 요점을 정리했다.
국민안전처 특수재난실 유재욱 특수재난정책담당관은 "태풍이나 홍수와 달리 예고 없이 발생하는 신종 감염병 재난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완성된 전문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만큼 이 분야의 기관, 단체, 협회 등과 업무협약을 통해 소속전문가를 활용한다거나 중앙, 지역 민관협력위원회와 연계를 통해 상호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야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미국 CDC 소속의 데이비드 웡 박사, 대만 CDC의 안젤라 후앙 박사 등 감염관리 전문가들은 자국의 신종감염병 대응 현황을 알렸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5-03 17: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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