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타임즈 : '소화기내시경 세척-소독수가' 현실화 다급

김용태 이사장 "세척-소독작업 복잡 '시간-비용'증가"
양창헌 회장 "건보급여 체계에선 보상해주는 수가 없다"

김용태 이사장

양창헌 회장

김태일 이사

한정호 이사

[보건타임즈] 최근 원가에도 못 미치는 소화기내시경 세척과 소독수가의 현실화가 다급하는 지적이 나왔다.

소화기내시경은 지난해 3월 관리규정이 강화되면서 세척과 소독작업이 다양해지거나 복잡해져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물론 들어가는 비용이 늘었지만 수가는 원가에 못 미치는 제자리에 머물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거다.

소화기내시경은 강화된 내시경 세척과 소독지침에 의거 하루에 한 번씩 전 세척-세척-소독-헹굼-건조-보관-내시경 부속기구-송수병과 연결 기구를 반드시 소독해야하며 물엔 멸균수를 넣도록 돼 있다.
이러한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하는 내시경 세척과 소독의 작업이 연속 이어지지 않아 두 과정을 합쳐 40분 이상 소요되는데다 이에 들어가는 비용은 늘어나 원가를 크게 웃 돈다는 것이다.

게다가 현행 보험급여 체계에선 내시경 세척과 소독에 들어가는 비용은 물론 원가조차 보상해주는 수가는 없다는 것이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이사장 김용태, 회장 양창헌)는 20일 일산킨텍스에서 열린 제54회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세미나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학회에 따르면 소화기내시경 세척과 소독 과정을 비용으로 산출할 때, 가장 기본적으로 고려해야 할 항목은 소독액과 자동세척기다.

이날 김용태 이사장은 "대학병원에서 사용하는 소화기내시경의 소독에 들어가는 비용을 산정한 결과 가장 많이 사용하는 Cidex-OPA 소독액의 경우 1갤론(3.8 L) 당 약 40,000원 정도에 구입하게 된다"면서 "자동세척기에 소독액을 채우는데 약 3.5갤론이 필요하며 약 25 cycle을 돌린 후엔 세척액을 교체해야 돼 1회 소독에 소요되는 소독 액의 가격은 약 5,600원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또 학회는 현행 보험수가체계에서 원가를 산정할 수 있는 근거가 아예 빠져 내시경 세척과 소독에 들어가는 비용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놨다.

김 이사장은 "2,500~3,500만 원대에서부터 최근 1,000 만원 내외의 자동세척소독기가 시판되며 고가는 7-10년, 저가는 5-8년 사용하는 것으로 제조사들은 얘기한다"면서 "의료기관의 형태에 따라 소화기내시경 검사 건수에 차이가 나 일률적으로 산정하기는 어렵지만 1일 10회 365일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1회 소독 당 342.5-958.9원의 감가상각이 발생한다(10,000,000원/5년/365일/10회-35,000,000원/5년/365일/10회)"고 전했다.

이외에 지대, 시설관리, 부대비용 등의 간접비를 비용 추정의 편의를 위해 배제하면, 1회 내시경을 시행할 때 소요되는 세척과 소독의 원가는 인건비, 소요재료, 내시경 보관장(감가상각 고려), 자동세척소독기(감가상각 고려)를 합친 금액이 된다는 게 학회의 설명이다.

양창헌 회장은 "1분당 간호사 인건비를 244원으로 최소한 계산했을 때, 244원에 40분을 곱하면 9,760원"이라면서 "대략 내시경 세척과 소독의 원가는 인건비(9,760원)+소요재료(솔, 장갑, 공기 등, 약 2,000원)+자동세척소독기(500원)+소독액(5,600원)을 합해 총 17,860원이 발생하지만 현행 보험급여 체계에선 내시경 세척과 소독에 대한 보상해주는 수가는 없다"며 "제로(0원)"라고 강조했다.

학회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은 심평원이 소화기내시경과 소독의 특수성,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에서 비롯됐다고 봤다.

2006년 소회기내시경 소독 실태가 보도된 뒤 내시경 소독에 대한 국민의 질타가 있은 후, 학회에선 심사평가원에 수차례 내시경 소독수가 산정에 대한 질의를 하게 됐으며 내시경 소독이 타 멸균소독과 대응되는 소독법이기에 내시경 수가에 부서 공통비용으로 반영이 됐다거나 2010년엔 내시경 소독 비용을 상대가치점수 개정연구 당시 부서공통비용으로 분류, 시점경과에 따른 비용변화의 반영이 필요하지만, 간접비용의 세부적인 포함항목과 비용을 정확히 산출하기 어려워 소독비용을 추가할 경우 관리진료과별 총점고정에 의해 같은 행위의 상대가치점수 상향으로 소화기내시경 타 행위들의 상대가치점수를 하향하게 돼 추후 개정작업 시 고려해야 할 것이란 회신만 각각 받았다는 게 학회의 전언이다.

또 학회는 현행 기준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한정호 보험의무이사는 "현재 상부소화관내시경검사는 상대가치점수가 596.66으로 의원급은44,390원, 병원 급은 41,770을 받고 있다"면서 "이를 학회가 검토한 결과 소화기내시경검사의 상대가치점수에 소독비용이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며 "수술할 때 사용하는 칼 등을 예로 들어 타 멸균소독과 대응되는 소독법으로 분류, 부서공통비용으로 결정하는 것은 소화기내시경의 세척과 소독 과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이 말은 정리하면 이렇다.
소화기내시경의 세척과 소독은 멸균소독행위와는 엄연히 다르며 타 진료 과에서 할 수 없는 별개사안이라는 것이다.

한 이사는 "소화기내시경기기는 멸균 소독이나 autoclave하면 녹아 망가져 멸균 소독을 해선 안 되며 종합병원에서나 부서공통비용으로 집중화된 멸균 소독이나 가능하다"면서 "고가의 소독액과 자동세척소독 장비를 따로 구입해야 한다든가. 사용량과 사용시간, 소독액과 구입 장비가격이 명확해 세부 항목과 비용을 정확히 산출할 수 있다며, 사용경과 후가 아니라 사전단계에서부터 비용을 산정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행스럽게 소독비용을 뒤늦게 소화기내시경 상대가치점수에 포함시키더라도 하루에 수백 건의 내시경을 하는 대학병원과 이보다 사용빈도가 적은 의료기관의 1회 내시경 소독원가와 차이가 나 수가책정 시 현실에 맞게 적정선에서 결정될 수 있도록 신중해야 한다는 게 학회의 시각이다.

학회는 사례로 지난 2013년 10월 4대 중증질환에 한해 초음파 검사를 급여화 할 당시와 현재 나도는 관행수가 얘기를 꼽았다.

한 이사는 "지난 2013년 10월 4대 중증질환에 한해 초음파 검사를 급여화 할 때 책정된 수가가 ‘관행수가의 50%’였다"면서 "당시 보건복지부가 건정심을 통해 ‘관행수가의 30%’를 제시, 의료계가 요구한 100% 보전의 절충안으로 관행수가의 50%선에서 결정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태일 섭외이사는 "현재 심평원이 일개 대학병원을 현지 실사해 산출한 내시경 1회 소독 비용은 6,400원으로 학회가 제시한 17,860원의 약 35% 수준에 그친데다 복지부가 관행대로 해오던 30%를 적용하면 벌써부터 6,400원의 30% 1,900원이 내시경 소독수가라는 얘기들이 거론되거나 나온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지금의 건강보험의 상대가치점수 체계에서 내시경 소독 수가를 반영할 수 없다면, '소화기내시경 소독수가'를 새로 신설한다거나 메르스 사태와 같은 전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별도의 새로운 재원을 확보, 별도보상의 형식을 취해서라도 내시경 세척과 소독수가를 현실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