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가임력 보존 클리닉 서창석·이정렬 교수팀
‘만혼(晩婚)여성’ 증가‥출산율 1.19명 OECD국가 중 ‘최하위’
애플, 페이스북 여직원에 ‘난자동결’ 비용 지원
지난해를 기준 잡아 대한민국의 출산율이 1.19명으로 OECD 통계에서 최하위를 떨어져 우려에서 이젠 심각한 상태에 빠졌다.
지금껏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대안들이 나왔지만, 교육이나 출산 자체에 대한 지원이 대부분일 뿐 임신에 대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존중되는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표적인 사례로 불임 치료에 지원이 되지만 임신 시기를 조절하고 싶은 여성을 배려하는 정책은 아예 없다.
이런 공백 기간에 최근 미국 애플과 페이스북이 여직원의 난자동결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나서 눈길을 끈다.
즉 직업상의 경력을 쌓기 위해 임신을 미루는 직원들이 향후 임신을 위해 자신의 난자를 동결 · 보존해 보관하는 비용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선진국에선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보여줘 한국출산정책을 되짚어 볼 기회가 되고 있다.
연구결과 한국에선 1990년대 이후 ‘여성의 고용률’과 ‘출산율’이 비례하는 양상을 보여와 직장생활이 출산에 불리하지 않도록 돕는 정책이 절실한 상황인 것을 나타냈다.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가임력보존 클리닉 서창석, 이정렬 교수(사진)팀은 이 같은 목적의 난자동결보존은 우리나라 여성의 출산율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이들 교수팀에 따르면 임신 시기를 조절하기 위해 가장 흔히 사용되는 방법은 사실 ‘피임’이다.
그러나 피임은 말 그대로 임신을 막아주는 역할만 할 뿐, 세포의 하나인 난자가 노화되는 것을 막지 못한다.
하지만 난자 동결을 통한 가임력 보존은 결혼을 미루는 만혼(晩婚)이나, 사회적인 이유로 출산을 늦춤으로써 기혼자 등의 나이를 고려, 난소기능이나 난자질의 저하가 일어날 가능성을 걱정하는 여성이라면 해볼 만한 시술이다.
난자 동결은 향후 불임을 걱정 않고도 임신 시기를 여성 자신의 의사에 따라 결정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라는 게 이들 교수팀의 판단이다.
여성의 가임력은 20대에 최고를 보이다가 35세 이후 급감하면서 40세가 넘게 되면 자연임신의 가능성이 5% 정도로 떨어진다.
게다가 여성의 난자는 노화에 민감해 나이가 들수록 염색체이상이 느는데다 유산의 위험성이 높아진다.
이에 따라 결혼과 출산 연령이 갈수록 늦춰지는 우리나라의 현실로는 난자동결과 같은 가임력 보존법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는 게 이들 교수의 설명이다.
35세 이후엔 ‘난자 수와 질’ 급감
동결 난자 임신성공률, 정상난자와 ‘차이 없다’
서창석 교수는 “초기 난자 동결시술이 많은 실패를 했다. 이유는 난자 내에 존재하는 수분이 동결될 때 발생하는 얼음 결정으로 난자가 손상되기 때문이었다”며, “이후 개발된 새로운 동결기법이 난자 손상을 줄이는 대신 성공률을 크게 향상시켰다면서 지금은 동결난자와 동결하지 않은 난자의 임신 성적이 같아져 지난 2012년 미국생식의학회에서 난자 동결법이 보편적인 치료법으로 인정됐다”고 밝혔다.
난자동결을 위해선 충분한 수의 난자를 얻기 위한 약 2주간의 과배란 유도와 난자채취 과정이 필요하며, 채취는 수면마취하에 진행돼 실제 느끼는 통증이 거의 없으며 시험관 아기 시술 과정과 유사하다는 게 이들 교수의 주장이다.
이후 채취된 난자는 동결하게 된다.
동결된 난자는 생물학적으로 매우 안정적인 초저온 상태에서 보존, 여성들이 원하는 시기에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다.
이정렬 교수는 “젊은 나이에 임신과 출산을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결혼이 늦어지거나, 교육과 사회적 경력을 쌓기 위해 당장 임신이 어려워진다면 젊은 나이에 양질의 난자를 보관해두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 “계속해서 결혼연령이 늦어지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많은 여성이 건강한 난자로 임신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충분히 고려할 만한 가치가 있다. 난자는 35세 이후엔 난자의 수와 질이 급격히 떨어져 양질의 난자를 채취하기 위해선 가급적 젊은 나이에 난자 채취와 동결을 시행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6 22: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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