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를 찬성할 것으로 여겨졌던 병원계가 철회한다는 성명서를 내놔 관심을 끈다.
의료계에 따르면 의사-환자간의 원격진료를 시행하게 되면 환자들이 대형병원이나 규모가 큰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몰려 의료전달체계는 물론 현재의 의료시스템을 깨지게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터여서 병협의 철회요구가 의외라는 반응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게다가 성명서의 발표시점이 12일 의협 내에 의료계의 대정부 투쟁을 이끌 비상대책위원회 구성과 병협이 원격의료 반대대열에 참여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여서 속 배경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의료계, 병협 성명서 깜짝 발표에 ‘의외 눈길’
반대 아닌 ‘철회’ 의도(?)에 ‘민감’
의료계 항간엔 원격의료 반대에 선 병원계의 움직임에 반기는가 하면 겉으로는 철회, 속으론 웃을 것이란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거나 의외라는 반응이 엇갈려 묘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이번 병협의 성명서에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들 중엔 반대가 아닌 철회라는 용어를 쓴 것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원격진료라는 의료계의 새 변화에 한 울타리 내에 있는 병원계가 동조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여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 13일 의사협회 시·도의사회장들과 병원협회 시·도 병원회장들 간의 의료계의 화합을 위해 협력키로 의견을 모았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 회동에서 정부의 원격의료 강행 정책에 보험재정을 악화시킬 것이라며 문제가 있다는 것에 의견을 모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협회(협회장 김윤수)는 14일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의료의 본질이 대면진료이라며 ▲원격의료 허용범위 확대를 철회하는 대신 ▲공공의료기관 확충 등 근본적인 대책 강구 ▲거동이 어려운 노인이나 장애인의 복지 지원 강화 ▲전체 종별 의료기관의 참여와 역할 분담을 통해 만성질환 조기증상 발견-적시진료-후유증 예방이 가능하도록 장기적인 만성질환 관리·예방체계 구축 등 4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병협은 서면에서 우리나라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의료제도가 정착돼 가고 있다. 좋은 시설과 장비, 서비스 그리고 높은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의료기관 접근성도 세계 어느 나라보다 좋은 의료 환경이다. 하지만 도서지방이나 벽지 주민, 장애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 만성질환자들이 이런 혜택을 받지 못한 것도 사실이라며 이를 이유로 원격의료를 시행하려고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외국의 경우 높은 의료비용이 들어가는 원격의료가 부담이 되지만 부득이하게 정착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사정과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병협은 어렵게 만들어진 지금의 의료제도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병협은 그동안 정부가 취해왔던 행태를 되돌아본다면 원격의료의 끝없는 확장과 욕구는 자명하다. 이 때문에 의료기관의 몰락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며 의협과 같은 목소리를 냈다.
다음은 병협이 정부에 요구하는 사항이다.
하나, 정부는 의사의 직접적인 환자 대면진료가 의료의 본질임을 다시 한 번 주지하고, 원격의료의 허용 확대 추진을 철회해야 한다.
하나, 정부는 도서·벽지 주민들이 의료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공공의료기관 확충 등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하나, 정부는 거동이 어려운 노인이나 장애인이 의료서비스 이용을 위한 이동에 불편함이 없도록 노인 및 장애인 복지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하나, 정부는 전체 종별 의료기관의 참여 및 역할 분담을 통해 만성질환에 대한 조기증상 발견-적시진료-후유증 예방이 가능하도록 장기적인 만성질환 관리·예방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9 18: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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