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비, 수술비 전액, 재활치료비까지’ 지원
# 지난 7월 어느 날, 보기에 잘 생긴 청년이 가족들과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비인후과에서 인공와우 수술에 대해서 듣고 왔는데요…….”
쭈뼛쭈뼛 거리며 들어온 청년은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 나갔다.
이 청년은 대부분 입모양을 통해 대화를 알아듣는 청각장애 3급 박봉희(사진/22)씨다.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를 5세 때 알게 된 이래 줄곧 보청기에 의존해온 그는 홀어머니와 누나를 대신 장애인으로 취업한 공장에서 밤낮없이 근무하며 가장역할을 해온 장한 청년이었다.
이날은 수술을 통해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가족과 함께 상담하러 병원을 찾아 온 것이다.
봉희 씨는 한 집안의 생계를 책임져 꾸려온 터라 또래의 나이들에게서 흔히 볼 수 없는 듬직함과 무게감을 보였다는 게 그를 바라본 의료진의 얘기다.
그는 수술이란 말에 겁먹은 아기사슴처럼 어머니의 팔을 잡으며 잠시 망설였다가 어머니와 누나가 적극적으로 독려하자 이내 결정을 했다.
봉희 씨가 받을 인공와우수술은 1천만 원 가까이 들어가 그의 가족으로선 감당하기 어려운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이런 처지에 있던 봉희 씨가 지난 1일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원장 백민우)에서 수술비와 치료비 걱정 없이 이비인후과 서재현 교수로부터 인공와우수술을 받아 난청을 벋어나게 됐다.
그가 소리를 듣게 된 것은 가톨릭교회의 영성을 실현하려 펼치는 부천성모병원의 자선특화사업 ‘2013 소리로 여는 세상’의 첫 대상자가 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사업은 인공와우 수술을 통해 난청으로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 청각장애인에게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마련됐다.
부천성모병원은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는 가톨릭교회의 이념에 따라 국내외 의료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의료비 지원, 경제적 지원, 각종 행사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쳐왔다.
올해는 ‘2013 소리로 여는 세상’ 사업을 통해 인공와우 수술과 재활치료비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대개 타 기업이나 단체의 인공와우수술 지원이 어린이만 대상으로 삼아 봉희 씨 같은 처지의 이웃들은 늘 빠져왔다.
그러나 부천성모병원이 나이와 상관없이 인공와우 수술이 필요한 만 18개월 이상의 난청환자를 대상으로 폭을 넓힌 데다 수술지원 뿐만 아니라 수술 이후 언어재활 치료비까지 지원해줘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청각장애우에게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디딤돌이 되고 있다.
수술을 마친 봉희 씨를 병실에서 만난 병원 관계자들은 처음 상담실에서 봤던 수줍은 모습이 아닌 당당한 자신감으로 빛났다고 전했다.
그는 첫마디로 “부천성모병원의 자선특화사업으로 새 세상을 만나게 해줌을 감사한다. 앞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 많은 사랑을 나누는 사람이 되겠다”는 새 희망의 메시지를 꺼냈다고 한다.
부천성모병원은 제2, 제3의 봉희 씨가 나올 수 있도록 ‘2013 소리로 여는 세상’ 사업을 통해 올해 말까지 인공와우수술이 필요한 저소득 청각장애인의 신청을 받아 수술 전 검사비와 수술비 전액, 재활치료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지원 대상은 2013년 기준 4인 가구 월 소득 약 309만원이다.
자세한 문의는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사회사업 팀이며 전화는 032-340-7343이다.
기사최종편집일: 2024-04-29 10:5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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